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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까날 May 12. 2024

또 나온 실사판 '시티헌터'

넷플릭스 시티헌터로 보는 실사판 시티헌터의 역사.

넷플릭스에서 4월 25일에 시티헌터 실사판을 공개했다. 호조 츠카사 선생의 유명한 원작 만화 '시티 헌터'가 실사화된 것은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지만 이 작품이 일본에서 만들어진 '최초의 실사판 시티 헌터'라는 점이 재밌다. 왜냐 하면 이미 홍콩, 한국, 프랑스에서 실사화된 적이 있기 때문이다. 일본에서도 이제야 영화화가 되었다는 점이 오히려 신기하다고 할까나.

가장 인상적인 것을 꼽으라면 당연히 홍콩에서 만들어진 1993년 판 성룡의 시티헌터. 아직 일본 문화가 개방되기 전이라 시티 헌터 원작 만화는 해적판으로만 볼 수 있었는데, 갑자기 성룡이 주연한 실사판 시티헌터가 개봉한다고 하니 사정을 모르는 나 역시 기대 반 걱정 반일 수밖에 없었다.

여담이지만 당시 북두의 권과 함께 '성인용 만화'로 소개된 시티 헌터였지만 연재한 잡지는 드래곤 볼과 같은 소년 점프였다. 하지만 워낙 불끈이 관련 개그가 많아서 해적판에서 먹칠이나 수정이 많이 되어서 다들 성인용 만화라는 잘못된 사실을 납득했다.(당시 해적판에서 팬티는 빵으로, 불끈이는 스케이트 보드나 두루마리 휴지로 수정했다.)

시티헌터는 한국에서 1993년 1월 1일에 개봉했는데, 홍콩에서는 1월 14일, 대만에서는 1월 23일 개봉으로 한국보다 훨씬 늦게 개봉했다. 외국 영화라면 몇 년은 늦게 개봉하는 것도 흔한 일이던 1993년에 영화를 찍은 홍콩보다 한국에서 더 먼저 개봉하는 것은 정말 드문 일이었다. 그런 의문은 당시 신문광고를 보고 풀렸다.

성룡의 시티헌터는 '신정 특선 영화'였던 것이다. 명절이면 돌아오는 성룡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추석 연휴에는 성룡 영화가 꼭 개봉하던 시절이 있었다. 영화관에서 개봉하지 않더라도 TV에서 명절 특선 명화로 성룡 영화를 틀어 주던 시절이 있었다. 성룡 배우의 명절 영화는 2014년의 차이니즈 조디악이 마지막이 아니었나 싶다.

그러니까 성룡의 시티헌터는 설날을 명절 특수를 노린 작품이었고, 아직 양력설을 쇠던 한국에서는 1월 1일, 그리고 음력설을 쇠는 홍콩과 대만에서는 설 연휴에 맞춰 개봉을 늦췄던 것이다. 이번에 이 글을 쓰려고 다시 보다 보니 아예 영화 도입부에 성룡에 새해 인사를 한다. 명절에 성룡 영화를 보는 것은 한국 만의 문화가 아니었던 모양이다.


이번에 이 글을 쓰려고 성룡의 시티헌터를 다시 보니까 의외로 만화 설정과 내용을 많이 따라가려고 노력했다는 사실이 보였다. 만화적 상상력을 영화로 표현하려고 노력한 모습도 많이 보이고. 성룡이 꼭 잭 리처를 연기한 톰 크루즈처럼 시티헌터의 주인공 사에바 료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사실을 제외하면 만화 원작 실사 영화로 그렇게 나쁜 작품은 아니다. 하지만 이 영화를 처음 봤을 때는 그런 것이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스트리트 파이터 2의 춘리로 등장한 성룡이 너무 충격적이었기 때문이다. 주성치 배우와 도학위룡 등을 찍은 왕정 감독의 연출 특징이기도 한데. 광범위한 패러디를 연출하는 것을 선호하는 느낌이다.(성룡 배우가 그런 왕정 감독의 연출을 싫어해서 강판하고 시티헌터의 후반부 감독을 직접 했다는 이야기가 있다.)

지금 와서 다시 보면 스트리트 파이터 2 장면도 일종의 사이버스페이스에서 벌어지는 심상 대결이라고 하면 또 그렇게 생각 못할 것은 없다.

원작자인 호조 츠카사 선생에게 성룡의 시티헌터 관련해서 인터뷰어가 물어본 적이 있는데. 당시에 성룡이 주연이 맡는다면 충분히 성룡 영화로 재밌을 거라고 생각해서 실사판 허가를 내줬다는 언급을 했고, 성룡 영화로 충분히 재미있었다고 이야기를 했다. 호조 선생도 성룡이 사에바 료에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은 했던 모양이다.

성룡의 시티헌터 말고 주문건 배우의 1996년 영화 맹파(사에바 료의 중국 이름)가 있다. 이쪽은 라이선스를 따지 않은 해적판이지만 주문건 배우가 비주얼 적으로 사에바 료에 딱 맞기도 하고, 우미보즈의 재현도가 굉장히 높다. 왕정 감독 같은 독자적인 연출이 등장하지 않기 때문에 영화 자체는 굉장히 시티헌터 원작에 가깝다는 아이러니.

이민호 배우가 주연을 맡은 2011년 드라마 '시티헌터'의 원작이 정말 시티헌터라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도 많을 것 같은데, 정식으로 라이선스를 얻은 작품이다.

원작하고 내용이 많이 다른데, 굳이 말하자면 원작 보다 앞쪽 이야기를 그린 '시티헌터 비긴즈'에 가까운 작품으로 이번에 소개하는 실사판 시티헌터 중에 원작에서 가장 먼 작품이다.

2018년에 프랑스에서 시티헌터가 영화화된다고 했을 때 다들 놀랐다. 홍콩이나 한국 일본이 아니라 프랑스에서 실사화가 된다는 사실도 놀랍지만, 감독과 주연을 맡은 필리프 라슈 감독도 알리바이 닷컴 같은 우당탕탕 코미디 영화로 유명한 코미디언이었기 때문이다.

결론을 이야기하자면 니키 라슨(사에바 료의 프랑스 이름)은 그동안 나온 모든 실사 시티헌터 영화 중에 만화 원작에 가장 가까운 작품이다. 사에바 료의 만화 같은 프로포션이 아시아 배우보다 서양 배우에 더 어울린다는 이유도 있겠지만 원작 만화의 유머러스함이 프랑스 감독이 만든 코미디 영화와 생각보다 궁합이 많았다.

물론 더 근본적인 이유는 필리프 라슈 감독이 시티헌터의 마니아였다는 점이다. 원작, 애니메이션은 물론이고 지금까지 나온 모든 시티헌터 실사판, 심지어 한국판 시티헌터 드라마까지 찾아볼 정도였다고. 그런 마니아 감독의 높은 원작 이해도를 바탕으로 일본 만화를 원작으로 한 프랑스 영화라는 보기 드문 작품이지만(아 찾아보면 의외로 있다,) 지금까지 나온 실사판 시티헌터의 으뜸이라고 할 수 있다.

넷플릭스에서 만든 시티헌터 실사판은 니키 라슨이라는 허들을 넘어야 하는 큰 부담을 안고 있었는데, 결과물이 훌륭하게 나와서 원작이 태어난 나라의 체면을 지킬 수 있게 되었다. 특히 주연인 사에바 료 역을 맡은 스즈키 료헤이 배우의 열연 덕분인데.

스즈키 료헤이 배우는 시티헌터 외에도 많은 만화 원작 영화에서 열연을 펼쳤는데. 그 시발점이 된 작품이 바로 HK변태가면으로, 이 영화에 출현하는 것으로 자신에게 한계가 없다는 것을 깨닫고 다양한 작품에 도전하게 되었다는 훈훈한 이야기가 있습니다.

물론 이런 영화를 겪어보면 자신에게 한계가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기도 하겠죠. 이 영화를 위해서 극한의 인체개조를 수행한 것으로 유명한데, 그 강철 같은 육체는 넷플릭스 판 시티헌터에서도 빛을 발합니다. 아마 어느 부분을 이야기하는지 보신 분들은 다들 아실 듯.

시티헌터 실사판 관련으로 자료를 찾다가 도대체 정체를 알 수 없는 작품을 하나 만났는데. 과연 이 작품의 정체는 무엇이었을 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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