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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까날 May 26. 2024

한국에서 개봉 못한 뽀빠이(1980)

그리고 한국에서 개봉한 뽀빠이

옛날에는 유명한 영화라고 모두 한국에서 개봉하는 것이 아니었고, 전에 소개한 ET처럼 외화를 낭비한다는 이유로 수입이 몇 년이나 밀리는 일도 드물지 않았다. 그런데 그런 옛날 영화 중에 한국에 개봉되지 않은 게 이상했던 작품 중에 뽀빠이(1980)가 있다.

1981년 조선일보 문화면에 소개된 '뽀빠이' 극영화, 만화를 그대로 옮겨놓은 모습을 극찬하는 기사가 실렸다. 영화가 한국에서 개봉하지 않았다는 것을 생각하면 신기한 일이겠지만, 1981년 당시 뽀빠이의 인기를 생각하면 전혀 신기한 일이 아니었다.

저 기사는 '위 아 세일러맨 뽀빠이' 40대 중반 이상 세대에겐 그리운 만화영화 뽀빠이의 주제가다'로 시작한다. 1981년에 40대 중반 이상의 세대에게 이미 만화영화 뽀빠이는 추억의 만화영화였다. 60년대 말부터 '주먹대장 뽀빠이'로 한국에 소개된 뽀빠이 애니메이션은 80년대에도 여전히 큰 인기를 얻고 있었다.

라이선스를 제대로 땄는지는 알 길이 없지만, 삼양식품의 뽀빠이 과자나 오리온 제과의 뽀빠이 캐러멜 등이 나온 것도 당시에 뽀빠이 인기가 높았기 때문이다. 팔뚝이 우람했던 코미디언 이상용 씨에게 뽀빠이라는 별명이 자연스럽게 붙던 시절이었다.

한국에 개봉하기도 전에 신문에 소개될 정도였던 뽀빠이 극영화과 한국에 소개되지 않은 것은 여전히 의문으로 남는다. 게다가 이 영화가 영화사에 큰 의미가 있는 작품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더욱 아쉽다.

1980년작 뽀빠이가 영화사에 남긴 가장 큰 의미는 바로 명배우 로빈 윌리엄스의 영화 주연 데뷔작이었다는 점이다. 로빈 윌리엄스가 뽀빠이 역을 맡았다고 하면 좀 의아하겠지만 막상 연기를 보면, 뽀빠이가 만화에서 튀어나온 느낌이다. 특히 뽀빠이 특유의 길쭉한 허리를 잘 표현했다고 할까? 물론 두툼한 팔뚝은 연질고무로 만든 특수효과지만 말이다.

뽀빠이의 감독은 야전병원 매쉬(1970)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로버트 알트먼 감독으로 영화 자체는 2천만 달러의 제작비를 들여 6천만 달러의 수익을 거둔 나쁘지 않은 흥행실적을 남겼지만, 디즈니와 파라마운트가 뽀빠이라는 캐릭터의 위상에 비하면 기대만 못한 수익을 올려 제작비 3배의 수익을 냈지만 망한 영화로 알려지게 된다.

이 영화가 망한 영화로 알려진 것은 두 가지 이유가 있는데, 이 영화를 정점으로 로버트 알트만 감독의 커리어가 추락하기 시작했다는 점이고. 또 하나는 만화 영화 대신 원작 만화를 가져온 감독의 결정을 관객들이 외면했다는 점이다. 한국에서도 뽀빠이가 유명해진 것이 만화 영화였던 만큼 뽀빠이는 만화 영화로 큰 인기를 얻은 작품인데 감독은 굳이 원작을 많이 가져오는 선택을 했다. 원작 대신 만화 영화를 따랐다면 수익이 겨우 세 배에 그치지 않았을 테니.

잘 알려지지 않았는데, 뽀빠이의 원작은 뽀빠이가 아니라 E.C 시거가 1919년부터 뉴욕 저널에 연재하기 시작한 팀블 시어터였다. 올리브 오일과 그 남자친구 해롤드 햄그레이브, 그리고 올리브의 오빠인 캐스터 오일이 주연이었고, 뽀빠이는 등장하지 않았다.

뽀빠이가 팀블 시어터에 처음 나온 것은 10년이 지난 1929년의 일이고, 주인공 햄 그레이브와 올리브의 오빠인 캐스터 오일을 비밀 카지노로 데리고 갈 선원으로 처음 등장했다. 원래 단역이라 이 비밀 카지노 에피소드가 끝나고 나오지 않았는데, 팬들의 재등장 요청으로 5주 만에 복귀하게 됨

뽀빠이의 인기는 날이 갈수록 커졌고, 급기야 주연 캐릭터인 햄그레이브를 밀어내고 올리브의 남자친구 자리까지 차지하게 된다. 조연 캐릭터의 인기가 너무 커지면서 원작의 주인공까지 일어내게 된 것이다.

뽀빠이의 괴력의 비밀은 시금치라는 것은 유명하지만 원작에서 뽀빠이의 괴력의 근원은 신비한 새 버니스를 쓰다듬으면서 생긴 초능력이다. 시금치를 먹는 장면이 나오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시금치 통조림의 애니메이션의 창작에 가깝다.

원작은 신문의 연재만화로 시작했기 때문에 풍자 군상극에 가까웠지만, 애니메이션은 위기에 빠진 올리브를 통조림에 든 시금치를 먹고 괴력을 발휘해 구해내는 알기 쉬운 전개가 되풀이되면서 뽀빠이하면 시금치 통조림을 먹는 것이 당연하게 느껴지게 되었다.

그런데 영화에서 뽀빠이가 시금치 통조림을 먹는 장면은 거의 마지막에 딱 한 번 나오는데, 그것도 뽀빠이는 먹기 싫어하는 것을 브루투스가 억지로 먹인다. 결국 시금치를 먹고 괴력을 내는 뽀빠이였지만 만화 영화로 익숙한 뽀빠이와는 거리가 꽤 멀다. 만화에서 튀어나온 것 같은 로빈 윌리엄스 배우의 열연을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1981년에 로빈 윌리엄스가 주연한 뽀빠이는 개봉하지 않았지만, 또 하나의 뽀빠이 영화가 영화관에 결렸다. 바로 이상용 씨 주연의 뽀빠이와 토순이의 세계일주. 44일 동안 22개국을 돌아보는 영화라기보다는 지금의 여행 예능에 가깝다. 개인의 해외여행이 불가능했던 1980년대 초에 큰 화면서 세계여행을 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 자체도 큰 의미가 있었을 것이다.

독일까지 가서 당시 활약 중이던 차범근 선수도 만나고 왔다는 내용을 보면 지금 나오는 해외여행 예능의 원조가 아니었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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