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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까날 Feb 08. 2016

포를 가운데 올리는 차례상이 있다?

차례상 이야기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차례상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홍동백서','좌포우혜','어동육서'를 뉴스 라이브러리에 검색해보면 의외로 60년대 이후 70년대에나 신문기사에 언급되고 있습니다. 어동육서만이 1958년에 처음 등장하는데 신문기사가 아니라 연재소설에 언급 된 것입니다.

매년 차례상 물가와 함께 차례상에 대한 기사는 되풀이 되는데 차례상 차리는 법에 대한 내용인 '홍동백서','좌포우혜','어동육서'가 최근에야 등장하는 것은 생각도 못했습니다.

이유를 찾아보니 '남의 집 제사에 감 놔라 배 놔라하라'는 속담에 있더군요. 쓸데 없는 참견을 뜻하는 속담 그대로 제사상 차림은 남이 뭐라고 하는게 아니라 집안마다 제각각이었기 때문입니다. 지역의 차이도 있지만 집안마다 차이가 큽니다.      

몇년전 방송에 소개된 퇴계 이황선생 집안의 차례상. 내용이 간소하기도 하지만 포가 차례상 가운데 들어가는데 눈에 띄는데 퇴계 선생의 맏손부가 포가 소매에 자꾸 걸리니까 편의상 상의 가운데 놓기 시작한 것이 집안의 전통으로 남았다고 합니다.

주자가례나 사례편람 등 제사에 대한 예법을 정리해 놓은 책이 없진 않지만 차례상은 지역마다 다르고 집집마다 다른 것이 당연했습니다. 그런데 신문에서 남의 차례상에 감 놔라 배 놔라 하는 기사가 늘어났습니다. 핵가족화가 진행되면서 차례를 집집마다 지내기 시작한거죠. 그렇게 전승이 끊기면서 '제사상 차리는 법'을 찾게 되고 '좌포우혜,'홍동백서','어동육서'가 등장하기 시작합니다.


문제는... 원래 집안마다 제각각이던 제사상 차리는 법을 모아서 취합하다보니 제사상 차리는 법이 너무 복잡해진 것입니다. 시중의 족보를 모두 모으다 보니. 어느 분이 '모든 커플링이 들어있는 앤솔로지'라고 하셨는데 그 말이 정답입니다.

퇴계 선생 집안 처럼 '좌포우혜','홍동백서','어동육서'가 꼭 지켜야 하는 법칙이 아닙니다. 제사상에는 귀신을 쫓는다는 복숭아를 올리지 않는다고도 하지만 막상 '제례가 도가의 법도를 따를 필요가 없다'며 제사상에 복숭아를 올려도 문제 없다는 유학자도 있습니다.


그런데 원래 제사상, 특히 차례상 차리는 법에 법칙은 없습니다. 애초에 차를 올리던거라 차례(茶禮)라고 불렀는데 지금 차례에 차를 올리는 사람이 없지 않습니까? 제례는 이미 오래전부터 바뀌었던 겁니다.  

황혜성 선생이 1971년에 차례상에 대해 하신 말씀인데 지금도 시사하는 점이 큽니다. 차례상이란 결국 식구들의 아침상인겁니다. 기름지고 달콤한 것을 먹기 쉽지 않던 예전에 조상 핑게로 거하게 먹던 것이 차례상 차림 이었던 겁니다. 그냥 식구들이 좋아하는 것들 준비해서 나눠 먹으면 충분합니다.  

최근 명절 신문기사로 빠지지 않는 것이 '명절 음식의 고 칼로리'의 위험성입니다. 원래 명절 음식은 하루하루 끼니 걱정하던 시절에 거하게 차려먹기 위한 음식이니 칼로리가 높을 수 밖에 없습니다. 반대로 요즘처럼 비만이 병인 시절에 고 칼로리 명절 음식을 차릴 있을까요? 차례상 메뉴가 바뀌기 딱 좋은 타이밍이라고 생각합니다.


차례라는 이름을 따라 차를 올리는 차례를 되살려도 재밌을 것 같은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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