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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까날 Feb 02. 2021

라멘이라는 이름의 탄생

난징소바, 시나소바를 넘어서

라멘이 일본 패망 후에 미국이 원조한 밀가루를 바탕으로 중국에서 돌아온 일본인이 만들어낸 창작요리라는 사실은 이름에서도 알 수 있는데. 라멘(ラーメン,拉麺)이라는 이름은 한참 뒤에 붙은 이름이고 그 전에는 난징소바(南京そば),시나소바(支那そば)라고 불렀다. 소바는 메밀국수를 뜻하는 말이지만 일본에서는 밀가루로 만든 중화면에도 소바라는 이름을 붙일 정도로 밀가루 면요리가 드물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시나(지나支那)라는 말은 일본에서 중국을 부를 때 쓰는 말로 일본에서 중국을 멸시하는 목적으로 붙인 단어라는 이유로 지금은 거의 쓰지 않는다. 중국인이 중국이라는 단어를 쓰는 것을 무시하고 굳이 중국인이 쓰지 않는 지나라는 단어를 써서, 중화민국을 지나공화국으로 중일전쟁을 지나사변이라고 부르며 중국을 인정하지 않기 위해 사용한 단어다. 조센징이 조선인을 뜻하는 가치중립적인 단어지만 모멸의 목적으로 사용한 것처럼 지나 역시 모멸의 목적으로 쓰인 단어이다. 지금도 굳이 지나라는 단어를 고집하는 인간들이 이시하라 신타로나 고야바시 요시노리 같은 일본 극우라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맛의 달인에서도 라멘의 옛 이름이라는 이유로 무신경하게 지나소바라는 이름을 쓰고 있는 라멘집과 중일관계에 대한 에피소드가 등장하는데, 지금은 난징소바나 시나소바 같은 민감한 이름 대신 츄우카소바(中華そば중화소바)라는 단어를 더 많이 쓰고있다.


전후에 중국에서 귀국한 일본인들이 만들어 팔던 밀가루 국수는 제대로 된 중국요리가 아니었기 때문에 소바라는 어정쩡한 이름이 오랫동안 붙어있었다. 하야미즈 겐로의 '라멘의 사회생활'을 보면 족보 없던 난징소바와 지나소바가 라멘으로 통일되게 되는 이유로 '인스턴트 라멘'의 등장을 꼽고 있다. 닛신식품이 1958년에 최초의 인스턴트 라멘인 '치킨 라멘'을 발매하면서 광고 등을 통해 라멘이라는 요리 이름이 전국적으로 퍼지게 되면서 지나소바나 난징소바라는 어정쩡한 이름이 라멘으로 통일되었다는 가설인데. 무척 설득력이 있다.


인스턴트 라멘을 발명한 안도 모모후쿠씨는 1910년에 대만에서 태어난 중화민국 국적을 1966년까지 유지한 화교였기 때문에 인스턴트 라멘에 인스턴트 난징소바나 인스턴트 지나소바 같은 이름을 붙일 수는 없었을 것이다. 대신 늘려서 만드는 국수를 뜻하는 라멘(납면拉麺)이라는 이름을 붙였던 것 같다. 

메밀을 뜻하는 소바를 메밀국수라는 뜻 그대로 쓸 정도로 일본을 대표하는 면요리는 메밀국수였고, 메밀을 쓰지 않아도 면요리는 일단 소바라는 이름을 붙이는 일본에서 중국풍 밀가루 면요리인 라멘이 어떻게 여기까지 오게 되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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