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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까날 Feb 04. 2021

라멘이 왜 중국요리가 아닐가?

오해에서 태어난 라멘

1945년 8월 15일 이전에도 일본에는 많은 중국 사람들이 살고 있었다. 일본이 개항을 하면서 고베, 요코하마, 하코다테 같은 개항 항구에 자연스럽게 차이나타운이 생기기 시작했고 일제 시대에 많은 일본인들이 만주로 건너간 것처럼 반대로 중국에서 일본으로 넘어온 중국인도 많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중국인을 대상으로 하는 중국 식당이나 노점들이 많이 생겼다. 당연히 라멘도 일본 패망 이전에 중국 요리의 영향을 받아 자연스럽게 생겼을 것 같은데, 실은 그렇지 않다. 두 가지 이유가 있는데, 첫 번째는 화교는 남에게 기술을 가르쳐주지 않았다.

외국에 터전을 잡고 사는 화교는 밥벌이 수단을 목숨처럼 아꼈기 때문에 절대로 남에게 전수하지 않았다. 무협지에 나오는 문외불출 일자전승이 실제로 존재했던 것이다. 심지어 화교들 사이에서도 자기 가문의 기술을 다른 화교에게 알려주지 않았다. 조선에 진출한 화교는 주물공장을 세워 조선의 솥 시장 70%을 점유할 정도였는데, 이 주물공장을 세운 화교는 모두 허베이(河北) 성 보터우(泊頭) 시 출신으로 송 씨 가문과 황 씨 가문, 두 가문뿐이었다. 믿는 것은 가족과 기술뿐인 화교에게 특히 요리는 절대로 문외불출의 비법이었다. 어디나 중국인이 모이면 밥을 먹기 마련이고 식당이나 노점은 아직 새로 건너와 자본이 부족한 화교의 중요한 밥벌이 수단이었기 때문이다.

1927년 주서울 중국영사 일행이 군산중화상무회와 베이징요리 전문 중화요리점을 방문하고 찍은 기념사진.

그래서 일본에 여러 곳의 차이나타운이 있을 정도로 화교가 많이 살고 있으면서도 일본인에게 중화 요리를 전수하기 시작한 것은 전쟁이 끝나고도 한참 뒤의 일이었다.

두 번째는 라멘은 오해의 산물이기 때문이다. 한국의 짜장면을 중국 요리라고 하는 중국인은 가끔 보이지만 라멘을 중국요리라고 생각하는 중국인은 많지 않은데, 일반적으로 일본인이 라멘을 중화 요리의 일종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철저하게 오해기 때문이다.

애초에 라멘이라는 이름 부터가 오해다. 라멘(拉麵납면)은 잡아서 늘리는 면을 뜻하는데, 일본의 라멘에 사용하는 면은 잡아서 늘려서 만든 경우가 거의 없다. 오히려 한국의 수타식 짜장면이 라멘이라는 이름에 더 잘 어울린다. 중국에서는 란저우(兰州)가 이렇게 잡아서 늘이는 라미엔(拉面)으로 유명해서 한국에도 란주라미엔이라는 가게가 있을 정도인데. 란저우 라미엔은 한국에서는 건대입구나 신림 등에서 우육면이라고 파는 바로 그 국수를 뜻한다.

라멘에 올리는 고명들도 오해의 산물이다. 고기 고명인 '차슈'는 대부분 삶은 돼지고기인데 원래 중국에서 차슈(叉燒) 차사오는 양념을 해서 구운 돼지고기를 뜻한다. 삶은 돼지고기 자체는 중국요리의 영향이지만 그걸 차슈라고 부르는 것은 오해다.

멘마(麺麻)는 이름부터 라멘(拉麵)의 마죽(麻竹)을 뜻하는데, 마죽의 죽순을 발효시켜 절인 음식으로 국수의 고명으로 쓰는 음식이 아니다. 짜사이처럼 따로 무쳐서 먹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어디선가 오해해서 라멘의 고명으로 얹기 시작했다. 중국인의 눈에는 국수 위에 고명으로 올라간 멘마를 보면 벳부 냉면 위에 올라간 양배추 김치를 보는 한국인 같은 기분이 들 것이다. 벳부 냉면은 한국 냉면의 영향을 받은 일본 냉면인데 한국의 영향을 받았다는 사실을 밝힐 목적인지 고명으로 꼭 양배추 김치가 올라간다. 누군가 벳부 냉면을 한국 냉면이라고 부른다면 절대로 아니라고 힘차게 고개를 저을 것인데, 아마 라멘을 보고 중국인도 비슷한 기분이 들 것이다.

절대로 한국 요리라는 기분이 안드는 벳부 냉면

라멘은 그렇게 중국요리의 영향을 받았지만 일본의 중화요리의 계보 하고는 절대로 접점이 없는 기묘한 창작요리로 오히려 그런 오해를 통해 오리지널리티를 얻었다. 온전히 일본요리라고 불러도 부족함이 없는데, 일본인 입장에서는 라멘은 절대로 외국 요리일 수밖에 없었다. 그 이유는 다음 글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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