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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까날 Feb 09. 2021

진짜 짜장면 이야기.

첨면장이 춘장이 된 날.

중국과 다시 왕래할 수 있게 되었을 때, 중국에서 진짜 원조 짜장면을 먹어보려고 주문한 한국 사람들은 모두 충격을 받았다. 일단 생김새부터 짜장면과 전혀 닮지 않았고, 맛은 더욱더 닮지 않았던 것이다. 이렇게 짜기만 한 비빔국수가 어디가 짜장면이라는 불만은 당시에 중국에 다녀온 사람들 사이에서 자주 들을 수 있었다.

태평 야시장의 짜장면

물론 중국에서 먹은 짜장면이 '진짜 짜장면'이다. 기름에 튀긴 첨면장에 여러 재료를 버무려 먹는 비빔 국수가 바로 짜장면인데, 한눈에 봐도 소스가 적어 보인다. 원래 짜장면은 소스가 적은 음식이었다. 첨면장은 된장의 일종이니까 맛이 결코 약하지 않다. 그냥 소스로 쓰기에는 짜고 떫은맛이 강하기 때문에 기름에 튀기는데, 그렇게 만든 소스에 여러 재료를 넣고 가볍게 비벼 먹는 음식으로 한국 화교의 고향인 산둥성의 요리로 산둥성을 벗어나면 보기 힘든 음식이다. 일본에도 짜장면의 일종인 쟈쟈멘(ジャージャー麵)이 있는데 이쪽은 중국의 짜장면과 무척 닮았다. 결국 한국의 짜장면이 원형인 중국 짜장면에서 굉장히 많이 바뀐 것인데, 왜 그렇게 많이 바뀌었을까?

1935년 조선일보의 기행문에 중국집에 가서 짜장면을 먹는 이야기가 나오는데, 이때 먹은 짜장면은 아마 중국의 짜장면에 거의 가까운 맛이었을 것이다. 첨면장도 된장처럼 집에서 담가 먹는 장류의 하나였으니 중국집마다 그 맛이 달랐다고 한다. 우리가 아는 짜장면의 춘장이 등장하는 것은 1948년에 화교인 왕손산씨가 용화장유회사를 세워 만든 사자표 춘장이다. 지금도 한국 춘장 시장의 70%를 차지하고 있을 정도로 점유율에서 독보적인데 캐러멜 색소가 들어가 검은색이 진한 춘장을 처음 만든 곳이었다.

사자표 춘장의 등장으로 크게 바뀐 것은 대량생산으로 인해 누구나 손쉽게 짜장면을 만들 수 있게 되었다는 점이다. 그 전에는 천면장을 직접 담그지 않으면 짜장면을 메뉴에 넣을 수 없었다. 중국집 우동보다 인지도가 떨어졌던 이유도 그 점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사자표 춘장의 등장으로 이제 누구나 짜장면을 메뉴에 넣을 수 있게 되었다. 사자표 춘장의 압도적인 점유율을 생각하면 한국의 짜장면은 사자표 춘장이 창조한 요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자표 춘장의 가장 큰 특징이자 한국 짜장면의 맛을 결정하는 가장 큰 요소는 춘장을 밀가루로 만든다는 점이다. 원래 첨면장은 콩과 밀을 섞어 만들지만 사자표 춘장은 처음에는 거의 밀가루로 만들었다고 한다. 1948년에야 춘장을 대량생산할 수 있었던 제일 큰 이유는 미국의 원조 밀가루 때문이었을 것이다. 짜장면의 면 역시 밀가루로 만드니 한국식 짜장면의 산파는 미국이라고 하도 빈말은 아니다.

한국식 짜장면이 대중적인 음식이 된 바탕에 미국 원조 밀가루가 있는 것은 라멘 하고 같은데, 한국식 짜장면과 라멘의 또 하나의 공통점은 막상 중국의 영향을 적게 받은 음식이라는 점이다. 처음 시작은 화교의 중화요리였지만 한국의 화교 중국집이 사라지면서 오히려 짜장면은 중국집을 대표하는 메뉴가 될 수 있었다.


한국 화교의 몰락과 짜장면의 비상.... 점점 라멘에서 멀어지고 있는 느낌이지만 역시 다음 편으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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