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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까날 Sep 13. 2021

별미진미(18) 울릉도「생오징어채」

부드럽고 맛있기는 8月(월)의 새끼오징어

오징어는 밤에만 잡는다. 새벽에 돌아오는 배에서 내리는 오징어는 미꾸라지 처럼 미끄러워 쥘수없을정도로 싱싱하다.

크지 않은 새끼오징어 두어마리의 내장을 따내고 껍질은 벗겨서 김장때 무채를 썰듯 가늘게 썰어 몇번 맑은물에 헹구어 식초 푼 물에 잠시 헹구어낸다. 식초를 머금은 오징어채는 생것보다 더 쫄깃쫄깃해지고 씹는 맛에 부드러움을 준다.

식초물에서 건져낸 것을 고추장, 마늘다짐, 파다짐, 설탕, 참기름등 섞은 양념에 버무린다.

막소주 한잔을 곁들여 밤새 바다에서 시달린 피곤한 어부들이 생오징어채를 먹으면서 공복의 시장기를 메운다. 다른 효과는 없느냐는 질문에 아낙네들은 살짝 얼굴도 붉힌다. 울릉도엔 인공 조미료를 별로 쓰지않지만 양념만 잘하면 오징어 채가 무척 달다.

요령은 식초를 얼마나 타며 얼마나 오래 담그며, 얼마나 싱싱한 오징어를 택하느냐에 달려있다고 하지만 울릉도 여인들은 그저 짐작으로 잘 요리한다. 대부분의 남편이 모두 어부이기 때문이다.

울릉도의 水温(수온)이 더워지는 8월 초순이면 오징어떼가 北上(북상)하면서 섬 근처 가까이로 몰려든다. 오징어채는 야들야들한 살결의 새끼오징어가 안성마춤이란다. 복상했다가 가을에 다자라서 속초 강릉 주문진 등지의 연안으로 다시내 려오는 때, 또 한번의 오징어철이 있지만 그때엔오징어채가 질기다고 한다. 그래서 8월 초순의 생오징어채는 어부의 아낙네들이 남편을 위해 정성을들이는 別食( 별식)이다.


<庚(경)> 조선일보 1973년 8월 16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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