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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인트리 May 24. 2024

대표님을 존경하기 시작했다.

서른네 살의 젊은 대표

열심히 준비하고 노력했지만 대형점검에서 우리 회사는 떨어졌다. 합격을 해야만 거래가 이뤄지는 아주 중요한 점검이었는데 여러 가지 지적받은 내용들이 있었다. 2차 점검을 앞두고 부족했던 부분과 지적받았던 내용을 늦게까지 점검을 하던 중에 대표님이 물었다.

“점검 때 우리가 보충해야 할  다른 시스템이 뭐가 또 있을까요?” 내가 대형 식품회사 제조 공장의 경력이 여러 해 되는 것을 알고 하는 질문이었다.

“우리가 청소나 서류 대응을 아무리 잘해도 최종 점검을 하다 보면 빠지는 부분이 있습니다. 수 백 가지 점검 사항을 각각 전 직원의 눈으로 점검할 수 있도록 각자의 체크리스트를 만들어야 합니다. 개인에게는 몇 가지 안 되는 체크리스트라서 그만큼 관리가 잘 될 수 있는 것이지요. 우리 회사에는 아직 그런 눈이 없습니다. 모두 관리자 한 사람이 확인해야 하고, 관리해야 하는 상황이라서 놓치게 되는 것들이 많습니다”


2차 점검 날 이른 새벽 관리자들의 메일에 점검 항목의 개인 체크리스트가 정리되어 날아왔다. 거의 2백 여 가지 점검해야 할 내용과 체크할 사람을 연결시키느라 대표님은 아마도 밤을 새운 것 같았다. 일찍 출근한 동료들은 각자의 체크리스트를 점검하고 확인을 마쳤다. 그리고 긴장 속의 점검이 시작되었다. 내가 담당한 현장은 원하던 대로 칼 각이 잡혔고 위생도 최상이었다. 나는 마주치는 점검관들에게 큰소리로 인사하라고 동료들을 계속 부추겼다. 우리의 밝은 인사를 받았음에도 점검관들의 표정은 무표정했다. 인정으로 점수를 줄 수 없다는 태도였다. 점검관들은 바짝 옆에 붙어 서서 작업을 지켜보기도 했다. 실수는 용납하지 않으려는 수십 명 동료들의 단합된 기운이 현장에 좌악 깔렸다. 어쨌든 우리는 현장에서 받을 수 있는 최상의 점수를 받으면 되었다. 서류는 이미 점검에 점검을 거듭한 터라 한 치의 오차도 없을 터였다. 점검은 지루하고 길게 하루종일  진행 되었다.


스윗밸런스 샐러드


점검이 끝이 나고 다음날 아침 누군가 들어서면서 나를 부르더니 외친다.

"화장실 가는 길에 품질팀장님한테서  들었는데 우리 회사 합격이래요!!"

"와!!!" 모두가 폴짝거리며 박수를 치고 좋아했다. 현장점검을  준비하느라 작업이 끝나고 청소에 청소를 하고 일지 점검을 눈이 빠져라 열심히 했던 순간들이 보람으로 다가왔다. 너나 할 것 없이 서로에게

"다행이다. 장하다. 우리 고생했다."를 연발하면서 작업에 들어갔다. 때마침 대표님이 다른 손님들을 모시고 현장으로 들어왔다. 일을 하다 말고 70여 명의 현장동료들이 일제히 대표님께 박수를 보냈다.

“대표님 축하드립니다!!” 너 나 할 것 없이 진심 어린 박수였다. 대표님은 그 바쁜 순간에도 두 손을 모으고 진지하게 허리 숙여 감사 표시를 했다. “감사합니다!! ” 그 태도가 어찌나 경건한지 동료들은 다시 또 힘찬 박수를 보냈다.


그때부터가 내가 대표님을 존경한다고 말을 하기 시작한 시점이다. 젊은 대표님은 동료들을 대하는 태도에 항상 진지함이 있었다. 인사 하나를 해도 그토록이나 정중하게 하는 태도는 구성원들을 존중하지 않고는 억지로 나올 수 없는  모습이었다. 어느 날은 연장통과 드라이버를 들고 현장에 있고 어느 날은 식품회사대표의 전문가적 안목으로 신문사 인터뷰를 하고 있다. 수많은 외부 일정이 있음에도 절대로 포기하지 않는 일정이 있으니 구성원들의 성장 교육이다.  6시 30분이면 모두 모여 앉아 있어야 하고 , 우리보다 더 일찍 출근한 대표님의 교육은 시작된다. 이른 시간 교육 싫어하는 생산 현장 관리자들의 잠을 깨우는 한마디,

 "숙제는 하셨나요?" 투두 리스트 중 하나인  `인성 숙제 검사,`를 한다. 동료를 위한 나의 실천 행동 한 가지가 매일 숙제이다. 생산공장 다니면서 무슨 교육을 받아야 하냐고 동료들이 투덜거려도 언젠가는 교육이 빛을 발하게 될 것이라 신념을 보이면서 몇 개월째 인성과 제조시스템 운영에 대한 새벽 교육을 이어오고 있다. 그런데 그 바쁜 와중에도 대표님이  사람들을 대하는 태도는 항상 아름답다 (적당한 표현을 못 찾겠다). 그런 열정적이고 아름다운 태도들이 나로 하여금 대표님을 존경한다고 말하게 된 요인이 된 것 같다.


 “아니? 제조 공장을 다니면서 대표를 존경해? 대표가 그렇게 가까이 있어?” 우리 집 큰 아이와 같은 나이인 서른네 살의 젊은 대표. 내가 그 젊은 대표를 존경한다고 말을 하면 친구들이 의구심을 품는다.  60이 넘은 내 친구들은 젊어서의 성공 여부에 상관없이 이젠 퇴직을 준비하는 친구들이 많다. 이미 퇴직하여 노후 준비를 하는 친구들도 있다. 나는 느지막이 시작한 직장생활에 재미를 붙이고 거기에 대표를 존경한다고 하면서 직장을 다니고 있으니 친구들이  부러워한다. 그리고 질문을 쏟아 낸다.

"정말이야? 그렇게 젊어? 우리보다 젊은데 존경해?"



우리 회사 구내식당은 지역 맛집이라고 할 만큼 맛이 좋다. 메뉴도 다양하다. 기운 없어 출근하기 싫다가도 식당 밥을 먹으러 출근한다는 동료가 있을 정도로 정성스러운  식사가 차려진다. 하지만 대표님은 식당의 다양한 메뉴를 뿌리치고 우리 회사 샐러드를 세 개 이상 가져와서 점심으로 먹는다. 자사 보관용으로 남겨진 제품이다. 소비자에게 유통된 후 문제가 생겼을 경우를 대비하여 회사에서는 매일 생산한 제품을 보관용으로 종류별로 1개씩 가지고 있다. 그 보관용 제품은 소비기한이 끝나면 자동 폐기된다. 대표님은 소비기한이 임박한 제품을 시식한다. 소비자의 느낌으로 시식하고 비주얼을 점검한다. 피드백이 바로 온다. “여기 제품에 들어간 병아리 콩 조금 더 뜸을 들이면 식감이 좋을 것 같던데 확인 한 번 해 주세요.” 혹은 “이번에 방울토마토 산지가 어디예요? 아주 맛있어요.”


대표님이 며칠 안 보이면 동료들이 궁금해한다.

“대표님 요새 바쁘신가 봐. 식당에서 안 보여.” 나도 그렇다. 며칠 안 보면 궁금하다. 건강이 문제인지. 일이 너무 많은 건지. 너무 피곤하고 힘들면 뭐라도 잘 드셔야 하는데~ 저절로 걱정이 된다. 그 걱정을 마음속으로만 하는 게 아니라 나도 모르게 입 밖으로 낸다. 나의 중얼거림을 주워들은 딸들이 불같이 화를 낸다. “엄마!! 그 회사는 대표 거야. 엄마 자식은 우리라고.!!! 대표가 일 많아야 좋은 것이고. 대표가 힘든 게 당연하지.!!” 쩝쩝, 민망해서 할 말이 없다. 존경하면 걱정도 따라오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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