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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인트리 May 12. 2024

저 청년은 누구야?

~~

퇴근이 늦어지고 있었다.

"자자! 한 시간만 더 하면 다 할 수 있어요." 어딘가에서 외침이 들려왔다. 한 시간이 지났다. 다시 또

"정말 한 시간만 더 하면 끝낼 수 있어요." 또 후딱 한 시간이 지났다. 이제는 정말 끝났겠지. 하면서 정리를 시작하려는데

"진짜 한 시간만 더 하면 끝나요.!!"관리자 외침에 분노가 폭발했다.

"이거 봐요. 애들 장난하는 겁니까? 한 시간 , 한 시간 벌써 몇 시간이 지난 줄을 알고는 있어요? "

"밖에서 지금 퇴근 기다리는 가족들이 몇 시간째 기다려요."

"한 시간씩 미루다 보니 화장실도 못 간 지 몇 시간째라고요. 이렇게도 계획이 없습니까?" 일하던 사람들이 일제히 들고일어났다.


벌써 밤 열 시를 넘어가고 있었다. 정상 퇴근이면 오후 다섯 시였어야 했다. 피로는 극에 달했다. 조원들과 나는 계획성 없고 무질서한 운영에 화가 나 있던 참이었다.

관리 감독자는 우리 조로 찾아와서 윽박질렀다.

"이걸 끝내고 가셔야지 그냥 퇴근하면 어떻게 합니까?"

조원들 중에 몇 명은 너무 지쳐서 울먹였다.

"이거 봐요. 계획 없이 한 시간만, 그리고 또 한 시간만 벌써 몇 시간째 약을 올리신 건 생각 안 하시나요?" 나도 가만있지 않았다.

"그래도 생산 현장이니 하라면 하는 거죠!!" 감독자는 어이없는 소리를 했다. 그 말에 동료들의 분노가 극에 달했다. 금방이라도 모두 때려치우고 나갈 분위기였다. 나는 일단 분위기를 잠재우려  동료들을 모두 화장실로 보내 버렸다.


갑자기 현장이 비어 버리자 1층 사무실의  근무자들이 2층현장으로 올라왔다. 아마도 이대로 생산이 진행될 수 없을 것 같다는 보고가 들어간 모양이었다. 올라온 사람 중에 젊어 보이는 청년이

"현장에서 큰소리 내시면 안 됩니다. " 무지하게 차분한 말투였다. 그 목소리가 더욱 분노를 일으켰다.

"아니 그게 우리를 약 올리는 것처럼 일을 시켰다고요. 처음부터 앞으로 몇 시간 남은 수량이다라고 했으면 더 열심히 더 빠르게 해 냈을 분량인데 , 한 시간만, 한 시간만. 뭐 하자는 겁니까?"

동료들 중에는 당장이라도 집어치우고 나갈 기세인 사람들이 있었다. 질질 끄는  연장으로 이미 피로가 극에 달한 몇몇 동료들은 감정도 달아올라 있었다.  일은 마무리 지어야 했고 지친 동료들도 달래야 했다.

" 일도 일이지만 이 사람들은 쓰러질 것 같으니 퇴근시켜 줍시다." 내 말에 젊은 청년이 동조했다.

"그렇게 하시지요." 몇 사람을 퇴근시켰더니 라인의 구성이 맞질 않았다. 11명이 세팅되어야 작업이 되는 구조였다.  처음 말을 꺼낸 청년이 무엇을 도와 드리면 되겠냐고 물었다.

"할 줄 아는 건 있으시고요?" 쏘아대는 내 질문에

"시켜만 주면 뭐든지 잘합니다."라고 답변을 했다. 나는 젊은 청년에게 일을  못해도 마무리가 가능한 야채를 담아 달라고 부탁을 했다. 그리고 나머지 생산을 마무리해 나갔다. 얼마 남지 않은 인원으로 생산을 마무리하다 보니 쉽지는 않았다. 그 상황에  젊은 청년은 뜻밖에 일을 잘했다. 두 번 손이 가지 않도록 마무리도 야무졌고, 정량을 지켜야 하는 저울을 보는 것에도 능숙했다. 점점 생산 속도가 빨라지는  우리 팀의 속도에 전혀 밀리지 않게 일을 해냈다. 덕분에 예상보다는 빠르게 일을 정리할 수 있었다.



다음날은 신규입점을 위한 점검을 대비하여  준비를 해야 하는 대청소 날이었다. 생산을 마치고 대청소를 실시했다. 마지막 점검을 하는데 청소 상태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나는 여기저기 마음에 안 드는 곳을 챙겨가며 어렵겠다고 생각했다. 진땀을 흘리며 애를 써도  갈무리가 되지 않는 상태였다. 발을 동동 구르면서 애석해하고 있는데  어젯밤의  젊은 청년이 등장했다.

"무슨 문제가 있나요?"

" 제가 봤을 때 이번 점검에 떨어집니다. 청소가 엉망이에요." 나는 아주 냉소적으로 말했다.

"어디가 엉망이지요?"

"눈에 보이는 천장 후드, 눈에 보이지 않는 모서리 기름때 이런 건 위생상태가 엉망이라고 보일 것 같습니다." 내 말에 젊은 청년이  갑자기 사라졌다. 이미 저녁 8시, 나는 더 이상 청소 보완을 포기하고 퇴근을 하려고 했다. 그때 아까 그 젊은 청년이 들어섰다.

"청소 좀 같이 하시죠. 제가 청소를 아주 잘합니다." 하고는 수세미와 각종 청소 용품을 쏟아 냈다. 아마도 청소 장비를 구매해 온 모양이었다. 그때부터 청소는 시작되었다. 당장 내일 아침이 점검이니 중도에 멈출 수도 없었다. 남아있는 세 명과 젊은 청년. 넷이서 청소가 시작되었다. 각자의 영역을 정했다. 나는 스스로 식품회사 청소의 달인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으니 찌든 때가 잔뜩 끼어 있는 후드 부분을 내가 맡았다. 한참을 열심히 청소하다가 돌아보니 내 곁에 바짝 쫓아오고 있는 사람은 뜻밖에 젊은 청년이었다. 청년이  청소를 하면서 지나 온 후드가 반짝반짝 빛이 났다. 천장에 매달려 청소를 하는 알 수 없는 진중함에 후광이 비쳤다. 나는 속으로 `저 청년은 뭐를 해도 해내는 사람이겠구나`  감동했다. 새벽 세시가 되어서야 청소가 끝이 났다. 너무 열심히 청소를 한 탓에 거의 탈진상태에 이르렀다. 기다리던 가족들은 큰 일이라도 난 줄 알고 회사로 나를 데리러 왔다.


점검 날 아침 분주한 사람들 틈으로 젊은 청년 한 사람이 전체 진두지휘를 하고 있었다. 많이 본 듯한 사람이었다.  멀리서 들리는 목소리도 아주 익숙했다.  식품회사 생산 현장에서는 꽁꽁 싸매고 있으니 얼굴 자체를 알아보기가 어렵다. 겨우 눈동자만 보이게 모든곳을 감싸고 일을 한다. 그나마 목소리를 들어야 조금 알 수 있다. '어라, 야채 놓아주던 사람이네. 다시 보니 어젯밤 청소를 같이 한 사람이네.' 그제야 나는 그 사람이 누구인지 궁금해졌다. 그동안은 그냥 본사 관리자 중에 한 사람이겠거니 생각하고 전혀 궁금해하지도 않았었다.

관리 팀장님에게 물었다.

"저기 저 앞에 있는 젊은  청년은 누구세요?  그제는 현장에서 야채 담아주었고 어제는 나랑 청소를 같이 했는데~~" 내  시선을 따라가던 팀장님이. 시선을 멈추면서

" 아~~ 저기 저분요?  대표님요.!!" 한다.

대표님 이란다. 대표님!!

아~나는 망한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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