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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인트리 Jul 10. 2024

어떻게 점수를 매겨요?

인사평가라니


  

관리자가 되고 나니 심심치 않게 인사 평가를 하게 된다. 실습기간 동안 수습사원의 태도와 역량을 내 눈과 내 마음으로 지켜본 내용을 점수로 매긴다. 인격적으로는 어떤 태도로 임하는지. 사람들과의 조화는 어떤지에 대한 내용이 거의 열개 항목이 넘는다. 거기에 역량 평가도 그에 만만치 않은 숫자다. 공정개선의 노력을 보이는지, 작업에 대한 이해도는 어떠한지에 관한 내용들이다.  생산직이어도 직장이고 조직이다 보니 인사평가가 진급에도 반영이 되고, 정직원 발령을 받는데도 중요한 기준이 된다.


먼저 신입 사원이 입사하면 식품회사답게 철저한 위생 교육을 받는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위생복으로 감싸고 작업장으로 입실을 해야 한다. 반지 귀걸이는 물론이요, 속눈썹 붙이는 것도 안되고, 속눈썹 연장술도 안된다. 작업 중에 제품 속으로 행여나 떨어지기라도 하면 대형 클레임으로 연결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손톱은 바짝 깎아야 하고 현장 출입을 할 때마다 손을 40초씩 시간을 지켜가면서 씻어야 한다. 직원들은 손을 씻는 방법을 초등학생처럼 달달 외우고 있다. 손가락 사이사이 비누칠을 하고 문지르고  손바닥 앞뒤로 문지르고, 손톱 속은 솔질을 하고 흐르는 물로 여러 번 헹구어낸다. 마지막으로 건조기로 바짝 말리고 다시 크린콜로 손바닥과 손등에 소독액을 뿌리고서야 현장 입실이 가능하다. 어떤 이는  이 까다로운 위생절차가 너무 귀찮고, 위생복을 입고 벗기가 불편하여 입사를 거부하는 사람도 있었다.



막상 현장에 들어가면 일의 흐름에 따르면 된다. 작업지시서는 회사의 기밀이라 누설할 수는 없지만 시시각각 작업량과 작업 방법을 공유해 준다. 작업 내용을 점검하고 일의 순서에 따라 담당자들이 정해진다. 기술적인 업무는 기능공들에게 배정하고, 단순 노동은 아직 초보들이 배정을 받는다. 토핑 담당으로 배정을 받으면 제품에 들어가는 반제품의 상태와 중량을 체크한다. 그리고 정량을 보기 좋게 놓으면 완성이다. 기계를 담당하는 동료는 깔끔하게 단정하게 포장이 되도록 기계를 요리한다. 하루종일 8시간 열심히 일을 해야 하는 기계를 닦고 조이고 기름으로 달랜다.  기계담당을 하는 동료가 힘들까 봐 걱정을 했더니 그 동료가 하는 말이 사람 달래는 것보다는 기계를 달래는 게 쉽다고 한 적도 있다. 그만큼 여기도 단순한 일을 하지만 사람과의 관계는 복잡한 곳인 게다.



자재를 담당하는 동료는 매일매일 출고되는 자재와 입고되는 자재를 맞추느라 골머리를 앓고, 반제품을 담당하는 동료는 제품에 필요한 반제품이 준비되어 있는지 점검하느라 바쁘다. 여기서 이런 작업을 해야 하는데 왜 안 해 놨냐? 혹은 저것을 보내 달라고 했는데 왜 이걸 보냈냐는 둥 소통이 발단이 되는 문제들이 생겨난다. 현명하고 지혜로운 사람들은 그런 문제쯤은 아무렇지도 않게 더 단단하고 좋은 관계를 맺으면서 해결해 나가고 어설픈 사람들은 분란을 일으킨다. 이럴 때를 놓치지 않고 있다가 나는 유치하게 인격 점수를  더 줄까 말까를 고민하기도 한다.


우리 직장이 ' 나는 생산직에 취직할 거야 '라고 작정하고 준비를 하고 있다가 입사를 하는 사람을 아직은 못 봤다. 나이 먹은 사람들은 산전수전을 견디다가 들어온 곳이기도 하고,  젊은 사람들은 특별한 재능과 자격이 없어도 들어올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나 역시 나이 먹은 아줌마를 받아주는 곳이 없어서 발을 들여놓은 곳이 아니던가. 그런 만큼 15년이 넘는 동안 생산직에서 만난 사람들은 정말 다양했다. 대기업의 이사님으로 정년퇴직 하신 분도 있었고 교감 선생님으로 퇴직하신 분도 있었다. 동화 작가를 꿈꾸던 젊은이도 있었고, 낮에는 자영업 사장님으로 밤에는 현장으로 투잡을 하는 젊은이도 있었다. 어떤 이유에서였든 모두가 자기 앞에 주어진 생에 최선을 다 하는 사람들이었다. 그분들의 삶이 내게는 보이는 교과서처럼 느껴졌고 지금도 열심히 살고 있는 동료들이 내게는 살아있는 교본처럼 느껴진다. 내 옆의 동료들을 공손하게 바라볼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따지면 그분들의 삶에 무슨 인사평가를 하겠는가.  토핑 하면서 옆의 동료와 사이좋게 지내고 오늘을 행복하게 지냈으면 하루를 잘 살아낸 것이다. 힘든 일을 같이 하면서 가족도 아닌데 가족처럼 아끼고 돌보면서 일했다면 그 하루는 숭고한 것이다. 내 눈에는 그런  사람들만 가득하다. 내 눈에는 그렇게 고귀하게 사는 동료들만 가득하다. 그래도 인사평가를 하라니 내게는 고문이다.


지난달에 십여 명의 조직을 관리해야 하는 조장 승진 평가가 있었다. 나는 100점 만점에 100점을 주었다가 인사팀의 질책을 받았다.

"아니 어떻게 만점을 주실 수가 있어요? 성의 없어 보이잖아요."

나는 어이없어하면서 대답하길

"배려심 많고 희생하고 항상 솔선수범을 하는 사람이면 인성점수는 100점인 것 같고, 업무에 대해 질문하고 공부하고 노력하는데 100점을 줄 수 있지요.  성의가 없다니요? 저는 진짜 고민하고 정한 점수 인걸요."


참나, 내가 보기에는 성실하고 노력하고 사랑이 있는 사람이었다. 그런 좋은 사람을 점수로 매기라 하니 나에게는 그게 힘든 일이었다. 내가 보기에 100점이어서 100점을 줬을 뿐이다. 더 높은 점수가 없는 게 아쉬웠을 정도였다. 사실 인사평가는 회사에 이익을 줄 사람을 선택하자는 의미이다. 또한, 잘 성장해 줄 사람을 골라야 하는 하는 일이기도 하다. 그것을 알아서 더더욱  나는 고민이  크다. 조금만 도와주면 누구나 잘 성장할 수 있을 것만 같다. 지금 당장 또 한 명의 인사평가서에 점수를 매겨야 한다. 나는 누구라도 잘 지내고 싶은데 불편한 맘을 가지고 이 밤을 새우면서 고민해야 할 것 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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