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를 해결해야 했습니다.
오늘은 자랑으로 일기를 시작 합니다. 잘 들어 주세요 후후.
"그 기계 견적이 천 팔백만 원이었대요, 그런데 반장님이 2천 원으로 해결하셨대요." . 옆 방에서 사무직 직원들의 이야기가 들려옵니다. 이건 내 뒷담일까요? 반장이란 단어가 들리니까 귀가 솔깃, 나의 온 신경이 옆 방으로 가 있습니다. 다행히 뒷담은 아닌 모양입니다.
우리 회사에는 타코가 생산되고 있습니다. 우리 제품 타코는 또띠아 위에 맛있는 소스와 싱싱한 야채, 그리고 주재료를 넣어서 접고 포장을 해야 합니다. 그런데 마지막 단계인 접어서 포장까지의 공정이 사람손이 많이 가고 깔끔하지가 않았어요. 공정이 어려우니 기계로 접을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고민을 하게 되었지요. 전사적인 이슈로 문제 제기가 되었고, 공무팀과 함께 문제 해결을 위한 팀도 만들어졌습니다. 외부 업체에서 설계와 제작에 필요한 예산을 천 팔백만 원이라고 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생산 현장에서 간단히 해결을 해 버렸어요. 라인은 그야말로 깔끔하게 원라인으로 정리되었습니다. 돈 들이지 않고 가볍게 성공한 대박 프로젝트였습니다.
사실, 자동화 고민이 시작된 날들부터 저는 퇴근 후에 다이소로 출근을 했어요. 모든 게 다 있다는 다이소에 분명히 답이 있을 것만 같았습니다. 1차 실험에는 주방 비누 걸이를 사다가 실험을 했어요. 사각 비누걸이 사이로 또띠아가 지나가게 해 보는 것이지요. 조잡했고 사람이 손으로 접어서 넣어 줘야 했어요. 동그란 또띠아는 사각과 맞지 않았어요. 오히려 공수가 늘었지요. 다시 또 퇴근길에 다이소로 출근해서 고민이 시작됐어요. 양쪽 날개를 착착 접어 주기만 하면 되는데 , 생각만큼 쉽지가 않았어요. 스탠 거품기를 자르고 휘어서 양쪽에 붙여보기. 밥공기 뚜껑으로 양옆과 위쪽에서 눌러주기 등 다양한 실험이 계속되었습니다. 반장의 말도 안 되는 제안은 계속되었습니다.
"이거 한번 해 봅시다. 저건 어떨까요?" 실험에 참가하는 생산현장의 팀원들은 신기함 반, 호기심 반으로 열심히 도와줬어요.
"반장님, 어제 주방기구 파는 가게를 가봤더니 이런 것을 팔아요. 이것은 도움이 안 될까요?" 하면서 실험에 쓰일만한 재료를 가져오기도 했습니다.
1차 실험, 2차 실험, 7주에 걸쳐서 7차까지 실험이 계속되었습니다. 하지만 5차에서 이미 완성 예감이 있었어요. 단돈 2천 원짜리 옷걸이로 형태를 잡았거든요(자세한 이야기는 회사 기밀이라~~). 3D프린터기로 실제 모형을 본떠서 테스트하고, 식품용으로 도구를 제작하기까지는 일사천리로 진행이 되었지요. 너무 깔끔하고 완벽한 성공이었어요. 간단히 제작된 도구는 대량발주가 쏟아졌을 때 훌륭하게 제 몫을 해 냈습니다. 시간당 700개짜리 생산성을 1300개로 끌어올린 것이지요. 거기에 공수는 3명이나 줄이게 되었고요. 공임도 몇백 원이나 줄였다고 합니다. 무엇보다 생산성이 두배로 뛰어올랐고, 생산 현장에서 성공했다는 뿌듯함이 동료들을 더욱 행복하게 했습니다. 근로자의 날에는 참가했던 팀원 모두에게 상 복을 안겨주기도 했답니다. 팀을 이끌었던 저의 뿌듯함은 말로 표현키 어렵지요.
현장에서 하나의 전설이 만들어지니까 외국의 제조현장 성공 사례 하나가 생각납니다.
미국의 한 비누공장에서 빈 봉지만 있는 불량품이 자꾸 나와 컨설팅을 받았습니다.
컨설팅 업체는 엑스레이 투시기를 공정에 포함시켜서 속이 비어있는 봉지를 사전에 걸러내는
자동화 공정을 설계해 주면서 막대한 예산을 청구했습니다.
그런데 예산안을 처리하는 동안 갑자기 제품의 불량률이 0%가 되는 일이 일어났습니다.
현장을 확인해 보니 한 신입사원이 최종 물건이 실려 나오는 컨베이어 벨트 옆에다가 대형 선풍기를 가져다 놓았대요.
비누가 들어있지 않은 가벼운 봉지는 바람에 날려가기 때문에 불량률이 0%가 된 것입니다.
현장직에 있던 사원이 선풍기를 구입하기 위해서 청구한 비용은 단돈 5만 원이었습니다.--
우리 회사에도 비누공장 전설 처럼 지그를 만든 이야기가 남아 있겠지요? 실험에 성공했음을 확인하신 공무팀장님께서
"반장님, 이건 기적 같은 일이에요. 어떻게 이렇게 해결될 수 있었지요? 우리 반장님 전설이 될 거 같습니다. "라고 칭찬을 해 주었습니다. 헤헤, 생각보다 전설이 되기는 쉬운데요. 그런데 말입니다. 정말 재미있었습니다. 실험하는 동안에도, 집중해서 생각을 계속하는 동안에도 어떻게 이 문제를 해결해 볼까? 하는 주제가 있으니 현장의 분위기도 아주 달라져 있었거든요. 모두가 제게 의견을 제시했습니다.
"반장님 이렇게 해 보는 건 어때요?"
그런 아이디어를 들을 때마다 동료들이 기특하고 예쁘고 정말 뿌듯했습니다.
반장의 마음속에 정한 생산팀의 다음 프로젝트는 "중량을 맞춰라"입니다. 샐러드라는 제품의 특성이 중량을 일정하게 맞출 수 있는 식품이 아니거든요. 싱싱한 야채, 단호박, 고구마, 등등 샐러드를 구성하는 신선 식품은 모두가 모양이 달라요. 자란 환경에 따라 고유의 무게도 다르고요. 정형화되어있지 않아서 중량을 맞추기는 여간 어려운 게 아닙니다. 그래서 특별한 장치를 연구 중입니다. 그리고 도구를 사용할지 저울을 특성화할지 훈련을 강화할지. 여러 가지로 고민 중입니다. 가장 심플하게 또 하나의 전설을 만들어 가는 중이지요. 기대하세요. 생산팀의 전설은 계속 진행중 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