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이 구부러지고 있어서 PT를 시작했습니다. 꼬부랑 할머니는 되기 싫었어요. 그런데 역시 부지런해야 운동을 할 수 있는 것이더라고요. 개인 운동은 단 한 번도 못하고 겨우 PT 강습이 있는날만 지켜서 가고 있으니 운동이 늘지를 않아요. 선생님께서 자세를 바로잡아 주시며 겨우겨우 근육 몇 조각 만들어 주시면 며칠 만에 홀랑 느슨하게 비계로 만들어 버리는 마술을 저는 아주 잘 부려 왔어요. 이번에는 그냥 못 넘기겠다고 선생님은 벼르고 계셨던 모양이에요. 저는 또 천연덕스럽게
"비계도 다 쓸모가 있어요. 힘이 필요할 때 아줌마 뱃살은 얼마나 요긴한 줄 아시나요?"라고 선생님께 당당했지요. 아, 그 말이 화근이었어요.
"레그프레스 80KG 할 수 있슴다. 핵 스쾃 40KG 할 수 있슴다. 뭐더라 무릎 올리는 거 레그컬 할 수 있슴다." 선생님의 강행군에 저는 또 엄살을 부렸지요.
"이건 노인 학대에 해당합니다. 저는 퇴행성 관절염 환자입니다.!!" 헤헤, 하지만 선생님은 이미 제 엄살에 여러 번 속은지라 저를 잘 알고 계십니다. 바로 선생님의 회원 중에 70세가 훨씬 넘으신 분의 운동 영상을 보여줍니다. 기가 막히게 잘하시더군요. 할 수 없이 땀을 뻘뻘 흘리면서 열심히 따라 했지요. 지금도 허벅지가 아파서 쩔쩔매는 중입니다. 내가 아파하는 것을 어디서 보고계시는 것처럼 선생님의 문자 한 통이 와 있습니다.
"회원님, 폼 롤러로 근육 풀어 주세요. 할 수 있슴다."
PT 선생님께서 처음에 운동을 시작하는 저에게 어디가 아픈지를 먼저 적어 놓으라고 하시더군요. 왜 그러시냐 물었더니 아픈 곳은 몸을 쓰지 않으셔서 더 아프게 되셨을 것이라고, 아픈 곳을 달래고 근육을 만들어 둬야 바른 자세로 운동을 할 수 있다고 하시더라고요. 저는 거북목으로 등이 굽어가니 어깨도 아프고 퇴행성 관절염이라 쪼그려 앉기를 못하고 무릎통증이 있다고 적어 뒀지요.
처음에 한동안은 진짜 잠시 자세만 바로 잡는 운동을 했는데도 다리가 후들거려서 집까지 걸어오기가 힘들었어요. 등을 안 쓰니 팔 힘은 더더욱 없어서 고무밴드를 당기는데도 팔이 부들부들 떨렸지요. 선생님께서 제 몸에서 힘의 균형이 하체 90% 상체 10% 정도로 분배가 엉망이래요. 사실 맞는 말씀이셨지요. 제가 청소년기에 태권도를 했거든요. 그래서 그런지 발과 다리를 사용하는 힘은 잘 써요. 걷기도 보통 사람들보다 훨씬 잘하는데 팔씨름에서는 이겨 본 적이 없고 매달리기도 0.1초, 기록이라면 기록 이거든요. 그래서 어깨를 살려 내려고 전완근 써야 한다. 날개뼈를 움직일 줄 모른다 하시면서 뭐더라 암튼 어깨 운동으로 2개월 넘는 시간 동안 저의 거북목을 조금 세워 주셨지요. 어느 날 보니까 어깨에 메고 있던 가방끈이 안 떨어지더라고요. 살짝 둥글게 말린 어깨 때문에 항상 한쪽 끈이 훅 떨어져서 반듯하게 메고 다니질 못했는데 말이죠. 그리고 버스에서 손잡이를 잡으면 힘이 저절로 생겨 나기도 했고요. 버스가 급정거를 해도 팔에 힘을 딱 주고 있으니 안 밀리더라고요.
내 몸 안에 근육이라는 조직이 나도 모르는 사이에 조금씩 생겨나고 있었던 것이지요. 점점 난이도가 생기기 시작하고 무지막지하게 보이던 기구도 본격적으로 하기 시작했어요. 조금 버겁기는 하지만 할 수 있더라고요. 묘하게 운동을 할 때는 힘들어 죽겠는데 하고 나면 살살 아파오는 근육통이 또 매력이에요. 어느새 근육통을 즐기기 시작한 것 같아요. 흐흐 진짜 조금, 눈곱만큼 운동의 재미를 알아가는 중입니다.
조금씩 천천히 꾸준히 쌓아가는 것, 이것은 비단 근육뿐이 아닌 것 같아요. 제가 사실 요즘 마음이 조금 조급 하거든요. 새로 맡은 업무 때문이죠. 무엇인가 크게 성과를 내야 할 것 같은 압박도 있고요. 잘해야만 할 것 같은 부담도 있고요. 잘하고도 싶고요. 하지만 천천히 기다려 보렵니다. 조금씩 쌓아 가다 보면 잘할 수 있게 되겠지요. 어차피 이 업무도 처음 해 보는걸요. 근육은 하루아침에 생기지 않더라고요, 작은 훈련의 축적이었던 것이지요. 기획팀장으로서 해야 할 일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하기로 했어요. 음~팀장으로서의 자리도 ‘근육 만들기 과정’이라 생각하니 그다지 두렵지 않네요. 시간이 필요하겠지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