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대가 되어도 사람을 보기는 어렵습니다.

내가 무엇을 볼 수 있는가.

by 파인트리

사람을 보는 것은 참 어려운 일입니다. 요즘도 계속 현장 인원 면접을 하고 있는데요. 면접을 담당하는 이유는 우리 회사 제조의 시조새가 되어 있다 보니 현장 설명을 누구보다 잘할 수 있다는 자타 공인이 된 셈인 거죠. 그런데 이 나이에도 사람 보는 눈은 엉망이라는 게 제 입장입니다. 어떤 사람은 정말 자신감과 의욕에 넘쳐서 오기는 해도 왠지 육체노동을 못할 것처럼 보이기도 해요. 어떤 사람은 참 나약해 보이기는 해도 깡다구가 있어 보이기도 하고요. 그런데 어쨌든 사람은 보기와는 아주 다르다는 결론에 항상 놀랍니다.


보기에는 그럴듯하고 일을 열심히 지속적으로 잘해 줄 것 같은 느낌이 이어서 곧장 채용을 합니다만, 얼마 지나지 않아 너무 짧은 퇴사와 마주 합니다. 제조가 이직률이 많은 것은 이 업계 모두가 인정하지만 퇴사 내용이 항상 안타까워요. 20년 가까이 제조에서 일을 해 온 내 생각 같으면 조금 더 해 보고 판단해도 될 것 같고 조금 더 사람들과 어울려 보고 결정해도 좋을 거 같은데 말이죠. 하지만 뭐 어떤 결정이든 이유야 항상 있는 법이죠. 몇 가지 퇴사 이유들을 예로 들어 볼게요.


“제조 일이 너무 단순해서 퇴사합니다.” 듣고 보니 맞는 말입니다. 생각할 필요가 없는 단순한 노동인 것은 맞아요. 그런데 그 단순 한 일도 잘해 보려면 생각과 개선이 필요해요. 일머리가 필요해진다는 얘기지요. 너무 단순한 일만 해서 내가 이래도 되는가 라는 내적 갈등에 시달리는 시기가 있기는 해요. 하지만 일을 익숙하게 하려면 생각이 필요하다는 것을 곧 깨우치게 됩니다. 그걸 깨우치기 전에 퇴사를 결정해 버리는 것이 지켜보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안타까웠어요.


“사람들이 함부로 해서 못 다니겠어요.” 이 얘기도 공감이 돼요. 하지만 사람이 몸이 편안해야 남에게도 여유가 생기더라고요. 시끄럽고 바쁘고 내 몸은 피곤하고 그 와중에 신입을 가르쳐야 하는 부담을 안으니 말이 곱게 나오지 않을 때도 있겠지요. 이런 것을 가르쳐야 하냐? 보면 알 수 있지 않냐?라고 퉁명스러울 수 있어요. 하지만 한 번만 선임의 마음을 살펴 주면 그리 서운할 일도 아닌 거지요. 반대로 전혀 모르는 나를 가르치려니 답답하겠구나 생각하고 좀 더 적극적으로 배우려고 하면 재밌게 일을 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 텐데 말이죠. 물론 암담한 신입의 마음도 이해를 못 하는 것은 아니에요. 해결을 해 보려는 노력을 하면 좋을 텐데 싶은 거지요.



“나는 이런 곳에서 일할 사람이 아닌 것 같아요.” 아, 이 내용은 참 안타까워요. 이런 곳에서 일해 본 사람이 결국 어디에 가서도 자기 자리를 지키는 단단한 사람이 되거든요. 무슨 일을 해도 성실하게 잘할 것이라는 확신을 제조 현장에서 스스로에게 증명한다고 보여요. 나는 이런 곳에서 일을 할 사람은 아닌 것 같다는 표현은 살짝 그럼 여기서 일하는 우리는 뭐냐?라는 생각이 스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가볍게 포기가 되는 말이기도 했습니다. 다만 속으로는 어디든 일하는 곳은 적응하려는 노력은 필요할 것이라는 걱정이 되기는 하지만 앞날을 빌어 줄 수밖에요.


“제가 동료들에게 피해를 주는 것 같아서요.” 이건 정말 말도 안 돼요. 제조현장의 피해는 실수가 아니라 사라질 때 남습니다. 함께 일하다가 실수를 하고 서툰 것은 정말 괜찮지만 말없이 떠나는 건 현장에 여운이 오래 남아요. 작업 일정과 인원 계획에 이미 포함되었는데 갑자기 말없이 빠져나가면 그 자리는 남아있는 사람들이 두 배로 힘들어지게 되거든요. 미리 예고라도 해 주시던가, 다른 곳으로 이동 요청을 하시면 훨씬 도움 되고 오래 같이하는 좋은 동료 사이가 될 수 있을 텐데 말없이 사라지는 것은 너무나 아쉬운 퇴사 이유입니다. 특히 책임감이 강한 분들이 이런 결정을 내려서 더 아쉬웠어요.


퇴사 이유는 모두 그럴듯합니다. 공통점도 있습니다. 일이 힘들어서라기보다 다 이유가 있어서이지요. 일이 힘들어서 나간다는 사람은 없었거든요.


회사는 한 사람의 입사를 준비하려면 여러 가지 절차를 준비합니다. 품질팀의 위생교육, 생산팀의 품질교육, 총무팀의 계약서 작성 및 재직 중 주의사항 교육등 여러 팀이 움직여요. 제조에 입사하려는 사람은 과거에 무슨 일을 했던, 나이가 많고 적건 간에 새로이 이력서를 들고 찾아오기까지 용기가 필요했을 것입니다. 그래서 짧은 퇴사는 어렵게 진행되는 절차와 힘들게 마음먹은 용기, 그 둘을 동시에 잃게 만듭니다. 짧은 기간에 퇴사하는 사람들을 지켜보면서 용기 내어 입사를 하고도 왜 그리 빨리 퇴사를 하는지 고민을 많이 했어요. 인사팀이랑도 제조라는 일의 특성이 복지나 처우로 짧은 퇴사를 막지는 못하는 것 같다는 데 공감을 했고요.


제조 일은 사람을 빨리 성장시키지도, 특별하게 만들어 주지도 않습니다. 다만 사람의 민낯을 아주 정직하게 드러낼 뿐이지요. 그 민낯이 불편한 사람은 떠나고, 그 민낯을 받아들이는 사람은 어느 날부터 현장의 일부가 됩니다. 입사 후 오래 남아 있는 분들을 보면 공통점이 있습니다. 말수가 적든 많든, 능숙하든 서툴든 자기 삶에 대해 한 번쯤은 진지하게 고민하고 책임지는 사람들이라는 점입니다.


나이 60이 넘어도 자리에 맞는 사람을 골라내는 것은 어려운 일인가 봅니다. 많은 사람을 만났어도 성실한 마음과 끈기를 보는 눈은 아직은 없나 봐요. 능력이나 기능으로 업무를 결정하는 그런 면접이 아니라서 그럴까요? 많이 봤는데도 모르겠고 오래 일했는데도 사람 마음은 헷갈립니다. 사람 좋아 보이고 성실해 보이고 책임감 있어 보이는 그런 사람만 찾는 것인데 참 생각보다 어렵고 힘든 일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계속되는 퇴사를 보다 보니 오기와 바람이 생깁니다. 우리 회사에 한번 들어온 것을 영광으로 알 수 있는 그런 회사가 되면 정말 좋겠어요. 그래서 누구나 입사하고 싶어 하는 회사를 만들어 가도록 진짜 분골쇄신 일해야겠다는 생각입니다. 음~그런데 은퇴가 얼마 남지 않았네요. 남은 기간이라도 으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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