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튜터 자격증 과정을 공부하고 있다. 노후에 보람되는 일이 없을까 찾아보다가 배워두면 나에게도 이롭고 주위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 같았다. 디지털 튜터는 디지털로 변해가는 세상에서 이를 따라가지 못하는 이들에게 도움을 주는 일이다. 워낙 새로운 기기에 관심이 많은 나이기도 하다. 키오스크가 설치되었다는 매장으로 달려가 사용해 보기도 하고 무인점포를 틀렸을까 맞았을까 의심하면서 사용하는 것도 즐긴다. 새로운 전자기기가 나오면 검색에 검색을 해보고 아이들에게 물어물어 배우기도 한다.
알고 보면 편리한 게 디지털이다. 그런데 동년배들도 나에게 물어오는 일이 허다하다. 이번 연말 정산만 해도 직장에서 요구하는 대로 보내지 못해 전전긍긍하거나 자녀들에게 해 달라고 부탁하는 분들이 많았다. 국세청 홈택스의 간편한 사용법을 그분들에게 별거 아니라고 가르쳐 주니 신이 나 했다. 내년부터는 혼자 하라고 몇 번 가르치니 해 보겠단다. 처음에는 핸드폰 잘못 누르면 크게 고장이라도 날까 걱정을 하기도 하고, 개인 정보가 원하지 않는 곳에 유출될까 걱정하기도 했지만 몇 번 같이 해 보고 조금씩 용기를 내는 것 같았다. 핸드폰만 잘 사용하면 일상이 너무나 편리하다. 필요한 게 있으면 일단 검색을 해서 최선의 방법을 찾아보게 된다. 검색에 검색을 거쳐 실수를 줄일 수도 있다.
얼마 전 핸드폰에 손바닥을 감지해 사진 촬영을 하는 기기가 나왔을 때 웃지 못할 해프닝도 있었다. 나이 드신 한 동료 분께서 새로운 핸드폰을 구입했다. 샐 카를 찍으면서 손바닥을 펴고 `야옹` 하신다. 왜 그러냐. 물으니 핸드폰 가게 총각이 이 핸드폰은 손바닥을 펴고 `야옹`하고 소리를 내야 사진이 찍힌다고 했다는 것이다. 얼마 후부터 야옹 소리가 안 들렸다. “왜 그냥 찍으세요?” 물으니 “그 핸드폰 가게 총각이 나를 놀린 거였어. 내 이놈을 그냥.” 내가 큰소리로 웃자 “그 녀석이 내 조카야” 나중에서야 그 총각이 고모에게 진실을 알려준 모양이었다. 초점을 잘 맞추라고 손바닥을 펴야 한다고. 새로운 기기에 익숙하지 않고 어렵게 생각하는 우리 또래들에게 있을 수 있는 일이었다.
어쨌든 이 시대를 살아가려면 디지털을 모르고는 힘이 든다. 나이를 먹었다고 누가 해주길 바라는 것은 더더욱 말이 안 된다. 배워야 한다. 이 시대에 같이 살아 있으려면 변하는 것을 같이 배워 나가야만 한다. 팔순이 넘으신 친정어머니도 스마트폰을 배우셔서 큐알코드로 복지관에 출석을 하신다. 앞으로 20년 후, 내가 팔순이 넘을 때는 세상이 얼마나 많이 변해 있을지 상상이 안 된다. 기역니은을 배우는 것처럼 하나하나 익숙해지도록 배우고 또 배워서 친구들도 가르쳐 주고 나도 편리하게 이용하면 만족이다. 내 주변에 나의 이 능력을 필요로 하는 이가 있으면 언제든 달려가 도움을 줄 수 있다면 그보다 더 보람된 일이 또 있으랴 싶기도 하다. 내가 디지털 튜터 자격증 과정을 공부하는 이유이다.
같이 책을 읽고 토론하는 젊은 친구들하고 이런 이야기를 하게 되는 자리가 있었다. 나이를 먹을수록 무엇인가 배워야 한다고 변하게 될 세상을 살아가려면 열심히 배워야겠다고 열을 내며 이야기를 했다. 그런데 젊은 친구들은 내 이야기에 반응이 심각해졌다.
“어르신들은 노후를 위해 무엇이라도 공부를 하시는 걸 많이 봅니다. 그런데 저희들은 요즘 기후가 하도 심각하니까 우리가 20년씩이나 살아 있을지 의문이 들기도 해요.” 그러자 또 다른 젊은 친구도 “그래서 젊은이들 사이에 환경 운동하는 소소한 모임이 많이 있어요.” 한다. 그들은 그들이 살아나갈 지구를 지키기 위해서 뭐라도 실천해야 될 것 같은 절박함이 있다고 했다.
플라스틱 물휴지를 쓰지 않으려고 종이 물티슈로 바꾸고 텀블러는 기본으로 가방에 넣고 다닌다고 했다. 절대 빨대나 빵칼도 받아 오지 않는 것은 물론, 쓰레기를 분리수거해서 버릴 때마다 플라스틱들을 보면 마음이 안 좋아서 대체할 다른 방법은 없는지 항상 안타깝다고 했다. 비건 식품이 대세를 이루는 것도 동물학대의 잔인함에 반대하는 젊은이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멍했다. 뒤통수를 맞은 느낌이었다.
나는 나의 노후를 어떻게 보낼 것인가에만 정신이 팔려 있었는데 젊은 친구들은 이 지구가 어떻게 변할 것인가에 걱정을 두고 있었다. 모두가 같이 살아가야 할 우리의 환경문제를 같이 걱정하고 실천할 방법들을 찾고 있었다. 순간 경주마처럼 정면만 응시하고 생각하며 살아온 단순한 내가 부끄러워졌다. 당장 퇴직하면 그 많은 시간을 어떻게 보낼까 걱정만 했는데 시야를 넓혀서 주위를 둘러보리라 다짐하게 만들고 있었다. 잠시 멍한 정신을 가다듬고 “그럼 디지털 튜터 과정 끝나면 기후 살리기 과정을 공부해야겠네. 실천을 하고 노력하려고 해도 내가 모르는 게 너무 많아.” 했더니 이 친구들 비로소 깔깔거리면서 웃는다. “ 하여간 무엇이든 배워 보려는 생각은 끝이 없으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