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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인트리 Aug 30. 2022

엄마가 대표여?

나를 잘 모르겠어요.


식품 회사를 다니다 보니 습관이 생겼어요. 식품을 사러 마트에 들어가면 표기사항을 유심히 살펴보게 되네요. 나도 모르게 옆사람에게 그것보다는 이런 성분이 있는 게 더 좋아요.라고 말을 하게 되기도 해요.  특히 우리 회사에서 생산되는 제품이 전시되는 매장을 가면 나도 모르게 괜히 가슴이 두근거려요.


아이들이 어렸을 때 발표회를 할 때처럼 조심조심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제품을 찾아봐요. 판매하는 제품의 유통기한은 얼마나 남았는지를 보게 되지요. 유통기한 마지막 날이면 얼른 구매를 해요. 유통기한이 남았으면 들고 보는 척하다가 맨 앞쪽으로 눈에 잘 띄게 놓고 나와요. 찰나의 순간에도 눈알은 정신없이 다른 회사의 제품을 스캔해요. 와, 플레이팅이 우리 제품보다 더 예쁘네. 그래도 내용은 훨씬 우리 제품이 알차다. 스스로 위안을 삼기도 하지요.


출퇴근길이 산업 공단의 길이라서 출퇴근길에는 많은 사람을 만나게 돼요. 출퇴근 시간이 비슷하니 정말 많은 사람들이 쏟아져 나오지요.  그런데 왜일까요? 우리 회사 동료들은 왠지 다 이뻐요. 그 많은 사람들이 버스에서 내려도 멋있고 어여쁜 사람들은 모두 우리 회사 동료들이 맞아요.


그리고 눈에 확 띄기도 해요. 특별히 친한 관계가 아니어도  그냥 괜히 반가워요. 그냥 무지하게 멋있어 보여요. 하교길로 쏟아져 나오는 수많은 아이들 속에서도 금방 찾아내던 내 아이들을 찾는 것처럼 쉽게 눈에 보여요.


어느 분은 어떤 작업을 맡겨도 무조건 오케이. 열심히 하려고 해요. 항상 긍정 대마왕 같은 표정으로 주위에 큰 힘이 되어 줘요. 어떤 분은 아주 사소한 작업을 맡겨도 불만이 먼저 나와요. 이런 일은 이래서 싫어요. 저 사람은 저래서 싫어요. 온갖 일과 사람들에 대해 불만이에요. 하루 종일 제 귀에 딱지가 앉을 만큼 불만을 얘기해요.


아, 그런데 저는 바보일까요? 생각이 없는 것일까요? 긍정 대마왕은 안쓰럽고 미덥고 사랑스러워요. 참고 견디다가 상처받지 않을까 항상 신경이 쓰여요. 만지는 건 성추행이라는데 나도 모르게 자꾸 토닥거려 주게 돼요.


불만 덩어리 동료는 스스로를 다스리지 못하는 마음이 안쓰러워요. 스스로 감정을 참고 견디지 않으니 자신도 힘들고 곁의 동료는 얼마나 힘들겠어요.  무엇인지 모두 해결을 해주고 싶은데. 안될때가 더 많아 안타까워요. 무심히 하는 행동이 다른 동료에게 상처를 줄까 봐 또 온종일 신경이 쓰여요. 화살을 내가 받아야지 하는 심정으로 항상 곁에 있게 돼요.



일을 하러 왔으니 일만 하면 되겠지만  생산직 일이라는 게 보고서를 만드는 것도 아니잖아요. 일의 성과가 몸과 감정으로 바로 표현이 되는 것이잖아요. 눈앞에 제품이 완성되고 있는데 그게 좋은 감정으로 만들어졌으면 하는 바람을 나도 모르게 가지게 돼요. 그래서 자꾸 동료들을 다독이게 돼요. 그래서 자꾸 좋은 분위기를 만들려고 노력하게 돼요.  


음식은 정성과 사랑으로 만들어야지,라고 하시던 친정어머니 얘기가 자꾸 생각이 나서 그런가 봐요. 비록 대량으로 만들어지는 제품이지만 우리 회사에서 나가는 제품에는 과학적인 퀄리티 말고 정성과 사랑까지 보태주고 싶은 마음이 있어요.



그래서 우리 회사 제품이 판매되고 있는 매장을 그냥은 못 가게 되나 봐요. 출 퇴근길에 보이는 동료들의 어여쁨을 그냥 지나치지 못하나 봐요. 내일도 우리회사 제품이 있는 매장을 그냥 지나가지는 못할거 같아요. 아이들한테 잔소리를 들으면서요.

 "엄마가 대표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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