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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인트리 Sep 05. 2022

우리도 고민 한다구요.

시 생산을 하는 날


시 생산을 하는 날은 마음이 경건해 져요. 모두가 긴장을 하고 로봇 합체처럼 맞춰보는 날이거든요. 아침부터 카톡에 불이나요. 서로 각 팀마다 점검하는 것을 확인 하는 것이지요. 


개발팀에서는 연구를 해요.  대량 생산을 해도 같은 모양으로 제작되고 같은 맛을 낼 수 있느냐가 고민이지요. 조리 작업이 까다로운 것은 조리실과 여러 번의 실험을 거쳐요. 조리실 작업자들과 유대관계가 중요한 대목이에요. 음식이라는 게  조리의 예시대로 한다고 해도 모두 같은 형태로 나오는 것은 아니라서 표준을 만들기까지가 정말 어렵거든요. 


토핑이 어려운 것은 토핑 작업자들과 손발 맞추기가 가능한지 실험을 해요. 배송 중에 포장이 뜯기지는 않을지 받았을 때 기분 좋은 퀄리티를 유지하는지 많은 실험과 시간을 투자하지요.품질팀은 haccp규정을 이탈하는 것은 없는지 식품의 영양평가표와 표기사항의 오류가 없는지 점검하고 또 점검을 해요.


 여러 부서가 유기적으로 공유하면서 많은 사람들이 애를 태운 결과가 나오는 날이 바로 시생산을 하는 날이에요.



그런 날은 유난히 생산에서도 긴장을 하지요. 준비했던 자료들을 점검해요. 개발팀이 어떤 의도로 이런 레시피를 만들었을지 먼저 생각해요. 품질팀에서 왜 이런 표기사항을 제시했는지도 생각해요. 그리고 생산팀의 각자에게 할 일들을 정해 주지요. 그리고는 계속 확인을 해요. 반제품이 제대로 만들어지고 있는지, 상태가 최상인지 맛보고 냄새 맡고 눈으로 확인해요. 작업자들의 컨디션이 어떤지도 계속 확인을 해요. 컨디션이 좋아야 실수를 하지 않으니까요.


반제품이 만들어지면 개발자들과 품질팀이 보는 앞에서 토핑 시연을 해요. 먼저 제품에 맞는 반제품을 확인 하지요. 그다음 모든 제품을 저울로 중량 확인을 해요. 정확하게 토핑을 하려면 중량을 재는 저울과 적절한 작업 도구가 필수거든요. 그리고 적당한 속도로 생산을 시작해 봐요. 1시간에 몇 개나 만들 수 있을까를 보는 거죠. 대량생산이라서 생산성이 좋아야 하니 이 실험도 꼭 필요하기도 하고요.


그런데 시 생산이 끝나고 나면 묘하게 기분이 더러워요. 뭘 이렇게 하려고 했는데 생산이 그걸 못한다거나, 그건 더 엄격했어야 했는데 생산이 안지킨다는 식의 생산탓이 많거든요. 그런 묘한 기류의 기분을 안 느끼려고 철저하게 준비를 하는데도 신기하게 헛점을 들키고 있더라구요. `생산을 근본적으로 무시해서 어떻게든 트집을 잡으려고 하나?` 싶은 분노가 살짝 치밀어 오르죠.


세상이 변하고 웹 3.0의 시대라고들 해요. 가상 세계에서 모든 것이 이루어지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들 해요. 각종 매체와 책들도 스마트한 스타트업에만 관심 있고, 제조업에는 관심이 없는 것 같아요. 제조업 노동자들도 이렇게 하나씩 신제품을 만들어 갈 때 보람도 있고 긍지도 있다는 걸 누가 알아나 줄까요. 회사는 신제품 하나가 만들어질 때마다 잘 키운 아이가 세상에 나가서 잘 적응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내보내요.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내보내요. 그렇게 제품 하나를 많은 사람들이 같은 마음으로 완성해 가는 게 제조업인 것 같아요. 그 제조업 속에 있는 생산직 노동자가 우리들인 거죠. 자부심은 생산직 노동자가 가장 많이 느껴야 하는게 아닐까요.


우리도 우리의 가치를 찾아낼 줄 알아요. 노동자도 노동자의 자존감이 있거든요. 내가 만든 물건이 결코 다른 것에 뒤처지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 있어요. 일을 하는 그 순간만큼은 최고를 위해  최선을 다하거든요. 내가 서 있는 자리에서 최고이면 된 거 아닐까요? 토핑을 하던 조리를 하던 적재를 하든 간에 내 자리에서 내 일에 최고라고 자부한다면 그게 자존감인 거죠. 그렇게 당당하게 일해서 나와 내 주변을 지켜 왔으면 충분한 거죠.  자신의 자리를 잘 지켜내는게 사회를 위해서도 공헌하는거라 생각해요.  참나. 시 생산을 했던 오늘 기분이 좀 꿀꿀 해져서 이 글을 쓰게 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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