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에서는 정답은 있지만 과정이 힘들때 `써니의 니트`라는 말을 가끔 한다. 써니는 내 큰 조카이다. 자신에게 당당하며 아름답고 야무진 mz세대 여성이다. `써니의 니트`란 말에는 유래가 있다.
우리 아이들과 써니가 옷을 사러 다니던 길이었다고 한다. 써니에게는 니트 상의를 선택하는데 조건이 있었다. 첫째 꾸민 듯 안 꾸민 듯 하지만 꾸안꾸(꾸민것 같은)여야 한다. 디자인은 너무 어려 보이면 안 되고 엘레강스 해야 한다. 가격은 이 만원을 넘으면 안 되지만 절대 싼티 나면 안된다. 색상은 검은색은 안 되지만 점잖아 보여야 한다. 옷감은 너무 조직이 헐거워도 안되고 너무 답답할 만큼 촘촘해도 안 된다. 직장에서 활동하기에 편해야 하지만 단정한 맛이 없으면 안된다. 이 여러가지 조건을 충족시키는 니트는 아무리 찾아도 없었다. 결국 강남의 고속버스 지하상가를 몇 바퀴를 돌았어도 당일에는 니트를 구매하지 못하고 말았다. 하지만 써니의 위대함은 온갖 쇼핑몰을 뒤져서 결국 그런 니트를 찾아 냈다는 것에 있다. `써니의 니트`는 그때부터 우리 가족끼리만 사용하는 관용어가 되었다.
병아리콩
요즘 직장에서 곡물 전처리 실험이 한창이다. 병아리 콩 삶기다. 일단 원물 병아리 콩을 깨끗이 세척을 한다. 그리고는 중량을 재고 4 배수의 물을 붓는다. 열 두 시간을 불린다. 콩이 불려 지면 관계되는 모든 팀의 사람들이 모인다. 각 팀에서 중요하게 여겨지는 부분들을 기록하고 사진을 찍고 샘플을 챙겨갈 준비들을 해 온다. 관계자가 모여지면 250L솥에 180L 물을 채운다. 20여분 동안 물이 끓기를 기다린다. 끓는점이 확인되면 불린 병아리콩을 넣고 또 기다린다. 10분쯤 지나면 메주콩을 삶을 때처럼 하얀 거품이 올라온다. 선풍기 얼굴 만한 뜰채로 거품을 걷어내면서 지켜본다. 20분이 지나고 콩을 한 알 꺼내서 식감을 느껴본다. 맛있다. 원래 내가 좋아하는 콩이기도 하고 병아리 모양이 예쁘기도 하다. 거기에 고단백에 당뇨에도 좋고 심장 질환에도 좋다고 한다. 이렇게 몸에 좋은 병아리 콩을 직접 삶아서 더욱 맛있고 안전한 먹거리를 우리 샐러드에 넣고 싶은게 대표님의 뜻이다.
그런데 식품회사에서 무엇을 하나 시도하려고 하면 식약청 규격에는 맞는 것인지, 식품 안전 기준에 어긋나는 것은 없는 것인지 까다롭기가 이만 저만이 아니다. 수도 없이 씻고 삶고 식히기를 반복한다. 첨가물도 검증이 필요하다. 삶은 후의 처리 방법도 고민이다. 씻어서 냉각이냐, 그냥 냉각이냐를 두고 논쟁이다. 결국 실험 한다. 제품으로의 안전성은 어느 정도 보장 되는지 또 실험에 실험을 반복한다. ccp일지 규정을 정해야 하고 맛도 영양도 좋아야 한다. 반복되는 실험과 바뀌는 작업 규정으로 동료들이 지쳐 간다. 하지만 최상의 결과를 알고는 있다. 좋은 결과가 나올 것이라는 답을 놓고 하는 실험이라 새로운 시도를 계속해 본다. `써니의 니트` 같다.
건조야채믹스
결과가 좋을 것이라는 확신이 있어도 시간을 견디기가 어렵다. 견디기만 하면 최상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끝까지 실행하기는 더더욱 어렵다. 좋은 결론에 도달 할 것이라는 확실한 결과를 알고있으니 실험을 하고 시도를 하는 일이 지난하지만 당연히 해야 할 일이다.
작년 1년동안 새벽 4시에 일어나는 미라클 모닝을 실천해봤다. 새벽에 무엇인가를 이루는 사람들, 새벽에 성공의 발판을 마련했다는 사람들 ,그런데 나의 미라클 모닝은 어땠을까.
나에게 4시기상 미라클 모닝은 새벽 5시 반출근을 여유롭게 하는 정도였다. 잠깐의 여유가 있어서 책을 보고 필사를 꾸준히 하기도 했다. 1년 동안 미라클 모닝을 실천했던 동기 중에 누군가는 공부를 해서 강사가 되었다고 하고 누군가는 책을 한권 썼다고 하고 누군가는 꾸준한 운동으로 인플루언서가 되었다고 했다. 확실하고 명확한 결과를 낸 사람들과 시간을 같이 보내고도 나와 그들의 결과는 너무 달랐다. 그럼에도 나는 초조하거나 허탈하지 않았다. 건강하고 행복한 시간을 만들어 갈줄 아는 자신에게 만족했다. 긴 노후를 눈앞에 두고 시간을 보낼줄 아는 지혜를 조금 터득 했다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