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파인트리 Jul 04. 2023

에이,그냥 사이좋게 지내자구요.

흐르는 강물처럼

             

휴무 이틀째다. 아무것도 안 하고 시간 벌레처럼 있다. 책을 읽지도 않고 공부를 하지도 않고 운동을 하지도 않는다. 가족들과의 대화에도 집중이 안 된다. 집안에 널브러진 빨래도 그냥 바라만 본다. 책꽂이에 꽂힌 책들을 계속 훑어본다. 딱히 손이 가지 않는다. 창밖의 자동차 소리, 지나가는 사람들의 이야기 소리에 맥없이 귀를 기울인다. 이렇게 영혼이 탈탈 털리게 아무것도 안 하고 있을 때가 있었나 생각해 본다.     


보통 휴무에는 일어나면 일단 만보 걷기를 한다. 식사 준비를 하고 집안 정리를 한다. 밖에 볼일이 있으면 스케줄을 짜고 그렇지 않으면 휴무에 보려고 준비했던 책을 보면서 숙제처럼 필사를 한다. 그러다 일기도 쓰고 다음 주 업무 스케줄 점검도 한다. 상구랑 놀아 주기가 휴무의 마지막 과제였다.  그런데 이번 주 휴무는 망했다. 그냥 퍼져서 보냈다. 이틀을 내리 빈둥거리면서 거실 소파와 책상 앞에 앉아만 있다. 키보드 자판을 내용 없이 자음만 두들긴다. 아무것도 안 한다. 밥도 안 먹고 커피만 마신다. 놀아달라고 신호를 보내는 상구도 외면하고 있다. 내 육신과 정신을 온전하지 못하게 하는 게 무엇인지 생각해 본다. 내 마음에 뭔가 불안한 게 있나 보다. 마음속 깊은 곳을 들여다보면서 고민되는 단어를 떠올려 본다.    

 

갈등이 떠오른다. 요즘 동료들 간의 갈등이 많다.

나도 속에서 부아가 치밀어 오른다.

“뭣이 그리 불만인디~ 나도 불만 많아” 말하고 싶지만 입 밖으로는 못 꺼낸다.

하긴 나는 내 맘을 못 이겨서 갈등이다. 이대로 계속 직장 생활을 하는 게 맞는 건지, 내 갈길이 이게 맞는 건지가 늘 고민이다. 그래서 그들의 갈등이 내 갈등보다는 작게 느껴진다.   


갈등 다음에는 해결이라는 단어를 써 본다.

스스로 불만이라고 털어놓고 이야기를 하던 동료들도 이야기의 끝으로 가면

“에구 그러지 마요. 그냥 그렇다는 거지. 어쩌겠어요. 참아야지.”라고 한다거나     

”그런데 사람 쉽게 안 변해요. 잘 안 고쳐질 거예요. 내버려두세요.~“라고 말한다.   

결국 자신들이 참겠다 한다.  참으려고 할 때 그만한 가치가 있어서 참는 것일까? 좋은 게 좋은 거라고 그냥 양보하자는 것일 게다. 나는 그 분들이 참는 게 힘들지 않았으면 좋겠다. 참는 게 그냥 편안하게 느껴졌으면 좋겠다. 어쩔 수 없어서 참게 된다면 마음이 슬퍼질 수도 있는데 어쩌나~.  깊은 마음을  생각 하니  내 맘이 먹먹하다.  그들은 스스로 삭히면서 해결을 찾아낸것은 아닌지...



해결 밑에 진실을 써 본다. 진실은 무엇일까? 갈등의 원인이 되기 시작하는 진실은 무엇인 걸까? 가만히 들여다보면 어쨌건 발단이 되는 사건은 소소하다. 그동안 마음에 쌓인 불만이 사건을 크게 확대시키는 것 같다. 평소에 좋은 관계로 잘 지내던 사람이 실수를 하면 그건 그냥 웃고 넘어갈 실수에 불과하다. 그런데 관계가 나쁜 사람이 실수를 하면  반감을 가지고 보게 된다. 반감은 독이 되는 말을 만들고 관계를 더욱 악화시킨다. 좋은 말은 할수록 약이지만 나쁜 말은 할수록 상처다. 갈등의 원인을 만든 바닥의 진실에는 모래알 같은 나쁜 말과 모래알 같은 서운한 행동이 쌓여 있었을 것이다.


 다른 사람들의 갈등과 고민을 듣다 보니 나의 직장 생활의 고민은 무엇일까 생각해 보게 되었다. 너무나 단순하게도  일희 일비하면서 내 마음을 못 다스리는 게 나의  직장생활의. 고민이다. 내 마음을 다스리지 못해 내 안에서 갈등을 일으키고, 스스로 지금을 견디겠노라 다짐을 하며  또한 스스로 해결했다고 믿는다 . 그런데 진정 내 인생을 놓고 바닥을 들여다보면 나는 아직도 방황 중이다. 개뿔, 나도 갈등속에 있으면서 누굴 해결해 주려고 하는것인지.


나란 사람은 참 단순하게 살았다.

`그냥 조금 양보하면 되지'.

`내가 나중에 하면 되지.`

` 내가 조금 힘들면 되지.'

` 내가 덜 받아도 되지.` 

그냥 조금 더 주고 조금 더 손해 보면 세상이 참 편했다. 그래서 그런지 “저 사람 때문에 힘들어요”. 이런 말에 대응을 잘 못하겠다. 사람과의 갈등에 대응을 잘 못하겠다.  이런 사람 마음이 물결처럼 하루 종일 내 맘을 흔든다. `에이, 그냥 다 접어두고 사이좋게 지내자구요. 그러면 만사 해결인디~` 나는 이렇게 단순한 해결을 원하는데~


작가의 이전글 생산직 관리자가 뭐 교육까지 받아야 하나?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