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이 독서의 끝이다 <4>
헤이리에서 모티프원이라는 유명한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고 있는 저자의 이야기를 담은 책. 대부분이 게스트 하우스를 방문한 사람들과의 인터뷰 아닌 인터뷰로 구성되어 있다. 모티프원은 국내외 여러 사람들에게 찾고 싶은 곳, 그곳에서 저자와 대화를 나누고 싶은 곳으로 유명해졌다고 하는데 나는 전혀 들은바가 없는 곳이었다. 어쨌든 그런 서문의 자화자찬을 안고 읽어내려가게 된 책이다. 책의 디자인이나 표지가 좋아서 기대를 많이 했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솔직히 여러모로 실망한 책이 되었다. 이 책에 나오는 이야기들은 모두 다 좋은 이야기고 다 옳은 이야기다. 그렇지만 딱히 공감이 가거나 뭔가를 깨우쳤다는 그런 느낌은 받지 못했다. 뭐랄까, 딱 혜민스님 같은 책인 것이다. 착하게 사는 방법을 몰라서 우리가 이렇게 사는 것이 아니다. 입에 발린 말이 가득한 교과서처럼 좋은 말들뿐이지만 가슴에 와닿는다는 느낌을 받을 수 없었다.
내노라하는 유명인들도 이곳을 찾고, 그들과의 인터뷰와 이야기들이 수록되어있지만 내용이 수박에 겉핥듯 깊이가 없었다. 대부분의 내용은 또한 대부분 결국 저자 본인에 대한 이야기로 귀결되어 버려서 그것 또한 아쉬웠다. 다양한 사람들의 생각을 듣는 재미라도 얻길 바랬는데 그마저도 작가가 자신을 펼쳐놓는 도구로만 사용했다는 마음이었다.
자기 남편을 이제는 '이기고' 산다는 중년 여성과의 에피소드에서 자신은 항상 아내에게 '져주고' 산다고 말하는데 이런 부분도 공감하기 어려운 것들중에 하나였다. 나는 남녀관계, 부부관계는 이기고 지는 관계여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져준다는 것은 자기가 상대를 위해 희생한다고 여기는 것이다. 서로 이해하고 함께 행복한 결정을 같이 내려가야지 져주네 이기네 이런 개념은 공감하기 어려웠다. 책 전반에 이런 식으로 공감하기 어려운 이야기가 많아 읽는게 더뎠다. 하지만 나는 일단 산 책은 끝까지 읽는 주의라 조금 시간이 걸렸지만 그래도 완독.
저자는 책도 굉장히 많이 읽고 세계를 여행했으며 많은 지식을 쌓은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지식이 많다는 것이 현명함을 가져다주는 보증수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적어도 이 책에서는 너무 자의식 과잉이 아니었나, 그 부분에서 아쉬움을 표하고 싶다. 남보다 자신을 더 앞에 놓고자 할때, 그 이야기는 결국 충고도 조언도 아닌 자기 자랑에 지나지 않는다.
2017. 02. 완독.
여행자의 하룻밤
-이안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