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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케이채 Feb 29. 2020

나는 어떻게 글을 쓰게 되었나

서평이 독서의 끝이다 <3>



사놓은지 좀 되었는데 이제서야 완독. 그렇게 두꺼운 책은 아니었다. 그에 대해 잘 알지 못했는데 역시나 잘 알지 못하는 무라카미 하루키가 좋아한 작가로 국내에는 더 잘 알려진 모양이다.하드보일드 소설 장르를 개척한 선구자로 평가받으며, 추리 소설가로써, 그가 창조한 캐릭터 '필립 말로'를 통해 많은 사랑을 받았던 작가.


그러나 이 책은 그의 추리 소설집이 아닌 편지의 모음으로, 그가 출판사나 에이전트등의 사람들과 주고받았던 편지를 모아 그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그 스타일로 볼때는 역시 얼마전에 읽었던 찰스 슐츠의 <찰리 브라운과 함께한 내 인생>과 궤를 같이 하는 부분도 있는데, 무엇보다 작가로써의 고민, 독자들이나 평론가들이 자신의 작품을 어떻게 평가하느냐에 대한 고민과 때로는 분노, 그리고 동시대의 다른 작가들에 대한 비난과 애정이 모두 함께 담겨있기 때문이다.

인상깊게 남았던 부분중 하나는 그가 '추리'소설가라고 평단이 국한 시키며 그의 글을 폄하하려고 하는 부분에 대한 이야기들이었다. 일반 소설이 더 우위에 있는것처럼 구는 미국 문학계의 높으신 분들의 편견에 표하는 그의 분노는 수십년이 지난 한국에서도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있었다. 사진계에서도 굳이 장르를 나누며 자기들 사진이 우위에 있고 더 '순수'사진인양 척하려는 친구들이 존재하고 있으니까. 단지 미국에선 이미 1950년대에 있었던 이야기가 2010년대의 한국에는 존재하고 있다는게 안타까울 뿐이다.

때로는 헤밍웨이나 아가사 크리스티 같은 거장들에 대한 독설도 서슴치 않는 그의 성격이나 생각이 나와도 비슷한 부분이 많다고 느꼈다. 친구가 없이 대부분 외로우면서도 아내를 30년 넘게 사랑하며 그녀가 사망한 후 활력을 잃어갔던 부분들도 그렇다. 어쨌든 작가라면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주는 책. 자신이 쓰는 글에 대해, 왜 글을 써야 하는지에 대해, 어떻게 써야 하는지에 대해 이토록 끊임없이 고민하고 있는 작가의 모습을 보면 지금 가만히 있는 자기 자신을 책망할 수 밖에 없을지도 모른다.


나는 어떻게 글을 쓰게 되었나

-레이먼드 챈들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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