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믐 밤 7시 29분

그믐 커뮤니티 모임 무슨책방을 다녀와서

by 승환
그믐밤이라는 단어가 주는 어두움의 정서와 무엇인가 사건이 일어날 듯한 시간적 배경이 마음에 들었다
책을 읽는 일은 따듯한 햇살이 비스듬히 들어오는 오후 창가에 앉아 읽는 것도 좋은 일이지만 대부분 밤이 찾아오고 잠은 오지 않아 긴 겨울밤의 시간이 더 이상적일 듯하다
대부분의 낮시간을 올곧이 자신만을 위해 쓸 이들이 그리 많지는 않지 않을까?
최근의 관심사가 글쓰기와 독서이다 보니 이곳저곳을 뒤지고 구경 다니다 발견한 곳이 그믐이다

독서커뮤니티 플랫폼이다.
비용이 들지 않고 일체의 다른 딴짓을 허용하지 않고 책에 집중하여 이야기를 나누는 곳이다
개인의 신상이나 프로필이 중요치 않고 책과 책 속의 내용들 화자와 독자의 감상과 생각들을 나눈다.
그리고 그믐이라는 이름처럼 그믐 밤에 매월 저녁모임을 갖는다
벌써 여섯 번째...

그 여섯 번째 모임을 참석했다
원체가 게으른 탓에 사전 지식이나 모임에 오는 이들에 대하여 정보도 알 길도 없었지만 알아보려는 노력도 없이 그냥 나갔다
무슨 책방지기님이 하는 편지 이벤트에 참여를 하였기도 하고 손 편지를 두 번 주고받았다
그것이 조금 맘을 편하게 한 것도 큰 이유일테고 집에서 과히 멀지 않은 연남동 끄트머리 끝남동이라 하는 장소도 쉽게 맘을 움직였다

7시 29분 모임 시간도 평범치 않다 0으로 떨어지는 일반적인 상례를 부정한다 어차피 인생도 완결된 것은 없고 30분을 향해가는 1분의 찰나를 놓치고 싶지 않은 주최 측의 배려를 느낀다

1월 한 달 동안 <계속 태어나는 당신에게>라는 박연준 시인과 장석주 시인이 함께 쓴 산문집을 읽고 서로 온라인에서 감상을 댓글로 나누었다
두작가가 부부라는 것 시인부부라는 것을 알게 되고 두 부부작가가 18명의 예술가, 작가, 음악인들에게 보낸 편지를 각각 18편씩을 묶은 책이다 책의 절반을 나누어 두 시인의 편지들을 양쪽에서 읽게 만든 책이다
언급한 18인의 대상 중 알만한 이는 절반도 되지 않았고 알아도 이름만 아는 이들이 대부분...
한 꼭지를 읽을 때마다 검색을 하고 따로 공부를 하여야 만 했다
모임에서도 이야기가 나왔지만 세상의 작가들과 책들은 평생 다 읽을 수 없이 많지만 우리는 대부분 매스컴에서 알려주는 것과 수상작이라는 최근 타이틀을 가진 작품만 오픈되어 있기에 폭넓은 독서를 하지 못한다
그런 면에서 두 시인의 지극히 개인적인 기호를 반영한 서간문이지만 어찌 보면 일반독자들에게 소개를 목적한 보이지 않는 의도들도 느끼게 된다.
시인의 글들은 어렵고 화려하고 복잡한 원서를 읽듯 해석을 필요로 한다 하지만 그들은 매우 효율적이고 직관적인 표현을 한다 어찌 보면 냉혈한 살수와 같이 정곡을 찍고 베어낸다.
특히 장석주 시인의 글은 현학적이고 교조주의적인 자못 읽다 보면 한 학기를 마친 학생이 된 듯 지식과 교양의 강의를 마치게 된다
부인이신 박연주 시인의 묘사는 감성과 울림의 노래와 같다
부러 이야기하지 않아도 작자는 시인이라는 것을 모를 수 없었다.
무슨 서점에서 모인 6명의 다국적이고 연령과 성별을 초월한 인원들은 짧지만 서로의 소회와 감상을 나누었다.
그리고 음력 12월 그믐에 자신에게 보내는 편지를 작성했다
올 하지에 내가 받을 수 있게 무슨 책방님이 기꺼운 수고를 마다하지 않고 해 주시기로...
설 전의 짧은 만남으로 조금은 위안과 용기를 얻었다
세상에는 이보다 뜻으로 사는 이들이 있었고 돈이 되지 않은 그믐커뮤니티를 회사까지 차려서 운영하는 여성대표와 작은 책방으로 자신의 꿈을 이루어 나가고 주변에 꿈을 같이 보여주는 무슨 책방지기 같은 이도 있다
나는 그들보다 세상을 조금 더 살았지만 쌓아놓은 것이 하나 없이 여기저기 주서 먹으러 다니는 늙은 떠돌이개같이 산 것 같아 심히 부끄럽기도 하다
같이 가야 할 길을 혼자 잘난 체 혼자 삐둘삐둘 돌아가는지도 모르겠다
만나지 않고 경험하지 않고 나누지 않고 가기엔 너무 미약한 존재라는 것을 느낀 하루였다.
그믐밤에 일어난 일들이 내 인생의 전환이 되는 복선이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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