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가 뭐라고...
쓰다 보면 자기혐오나 연민이 자꾸 힘을 빠지게 한다.
2023년이 딱 삼분의 일만큼을 지났다.
1월부터 브런치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좀 터무니없었다.
글쓰기 교육, 시를 초보자로 쓰고 합평을 받고 등단시인의 간단한 감상과 지도를 받는 과정을 넷상으로 받는 플랫폼을 하였고 내친김에 글을 쓰는 사람들 아마도 대부분 등단준비생이나 본격적이지 않은 직업이 따로 있는 일반 작가지망생들이 모인 플랫폼을 가입을 하였었다.
자신의 글을 일주일에 한편씩 올리고 서로 감상을 나누고 비대면이지만 합평을 하는 방식이었다. 낯선 사이트와 앱을 깔고 열심히 남들 하는 것을 따라 배워가기 시작했다.
대부분 자신의 글을 다른 계정에서 링크로 공유하는 방식이었고 그중에는 블로그나 기타 다른 사이트들 낯설고 글을 쓰기 위한 플랫폼들이 보였는데 브런치도 그런 곳 중에 하나였다.
이름은 알고 있었고 친구도 하고 있기도 하였지만 나는 브런치가 그저 티스토리나 블로그의 아류 정도로 생각을 했지 굳이 열심히 찾아보지는 않았다,
아마도 브런치를 이해하기를 가입은 누구나 가능하고 원하면 글을 쓰고 올리기도 하고 비활성 되도록 자신이 조정할 수도 있고 그런 줄만 알았다.
당연히 카카오로 연동해서 가입은 되어 있는 상태였기에 글을 올려놓고 저장을 누르면 끝나는 줄 알았고 그것을 글 쓰는 모임에 링크를 걸어 두었으니 당연 페이지를 뷰 할 수 없었다.
안 보인다고 사람들이 알려주자 다시 꼼꼼히 둘러보고 이해를 하였다.
작가등록을 하지 않으면 남들에게 보라고 발행을 하지 않으면 그저 저장해서 감추어 둔 글이 되고 마는 것이었다.
그럼에도 굳이 브런치를 작가신청까지 하며 사용을 하게 된 것은 이런저런 수익화모델이니 복잡한 단계를 싫어했고 카카오가 너무 익숙해져 버려서 편했던 것 같다.
브런치 작가가 뭐 대단한 것은 아니지만 내게서 글을 매일 아니면 적어도 일주일에 한두 번 무엇인가 끄적이는 습관을 만들어 준걸 보면 대단한 것 같기도 하다.'
처음에는 답답한 부부생활이나 트러블로 인한 마음고생을 치유하는 역할로 시작하였던 면이 있지만 미천한 내 소재가 바닥을 드러내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타인과 세상에 대한 이야기를 어느새 하고 있는 나를 발견하였다.
사실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인 이야기들이고 다듬어지지 않고 날 선 글들과 구성들은 졸렬하고 감상들은 넘쳐나는 허접한 글들을 공개하게 되었는데 스스로 이해할 수 없는 기이한 욕망이고 용기가 아닐 수 없었다.
아마도 나이를 먹어가는 것은 본인의 이야기를 하여도 부끄러워지지 않게 하는 묘약이 되었고
어느 정도의 경험과 실패를 반복하여 살아온 중년이라는 것은 글을 쓰고 그것으로 무엇을 이루고 성공을 하여야 한다는 중압감이나 절박감에서 벗어나게 해 주었다.
게다가 그동안 살면서 제일 어리석은 게 나이가 벼슬이라고 알게 모르게 체득이 되어 버린 탓에 젊은 사람들보다는 잘 쓰겠지 하는 자만이 있었다.
나보다 조금 어리면 어린 게 뭘 얼마나 알겠나 얼마나 살아봤음 힘들고 고생스러웠음 얼마나 그랬겠나 그런 편견 내지 오만을 가지고 살아왔다.
그런 방약무도한 생각은 한 달도 안 돼서 깨져버렸다
글을 보면 사람을 어느 정도 파악을 하게 되는데 전부가 다 고수요 성인이고 작가이다.
정말 멋지다 감탄과 존경을 주는 이도 넘쳤고 참으로 많이 배우고 열심히 산 사람, 안으로 고뇌와 아픔을 누르고 꿋꿋이 살아가는 사람들, 등등 '
두 달이 못되어서 나는 열패감과 의기소침함에 빠져 두렵고 창피스러웠다.
그러다 다시 용기를 내고 두어 달을 열심히 쓰고 버티다 또 유혹이 찾아왔다.
개떡 같은 글을 매일매일 쓰고 올리고 나는 또 자뻑에 빠졌던 것인지 오래도록 해온 이들을 폄하하거나 무시하는 자신을 발견했다.
그리고 주변에 해주는 조언을 지적질이라 생각하고 혼자 삐져 다 때려치우고 싶다고 생떼를 부렸다.
주말에 글을 놓고 여기저기 밖으로 머리를 식히려 다니다 보니 조금 마음이 편안해졌다.
주말 내내 취중에 글을 올리고 나서 의기소침해지기도 하였다지만 마음을 도로 추스른다.
그리고 또다시 자아비판을 하고 초심초심초심 거리며 스스로 다독이고 있다.
눈에 뜨이게 드러나는 지식이나 능력이면 모르겠지만 사고하고 성찰하는 사람의 깊이는 나이와는 전혀 상관이 없는 것이 대부분임을 인정하자.
그러다가 지금은 나보다 조금 어리든, 많이 어리든 책을 읽고 쓰고 한 젊은 사람들의 속 깊은 성찰과 지혜에 또는 의기와 용기에 감탄을 하고 있다.
생뚱맞게 밥벌이나 유흥에 찌들어 늙은 내가 적어도 10년 20년 글을 쓰고 고민하고 성찰하여 온 사람들에게 그저 알 수없이 나이 먹은 우월감을 가진 게 부끄러워졌다.
한 가지 직장이나 학문, 업종에 전문가가 되어 열심히 산 사람들에게도 내가 그러지 못한 것들에 대해 외면을 할게 아니라 조금이라도 배워야 할 것이고 모르고 낯선 것들에게 좀 더 귀찮고 성가시게 생각할게 아니라 배워야 함을 알았다.
글이야 그냥 쓰면 되지 뭐 까짓 거 하다가 많이 배우고 있다.
나만 보려 쓰는 글이 아니고 공개한 글은 더 숙고하고 생각해야 하는 것도 알았다.
인생은 오래 살았다고 인생 전문가가 되지는 않는다.
진중하고 모든 일들을 가볍게 생각하지 말자 다짐을 하고 있다.
일상에서 얼마나 나는 통찰하고 성찰하려고 노력을 하고 있는지 돌아본다
글을 쓰고 이러는 모습이 별 의미 없고 다 부질없는 놀이 같아 힘들었지만 사람이 덜 된 거다
글이 잘못인가 다 사람 탓 아니겠는가?
글을 쓰는 게 재밌으려면 내가 여유롭고 즐거워야 놀이가 되고 흥겨운 일일 거다.
그런 생각을 하니 줏대 없이 그저 이리저리 휘둘리고 일비일희하는 게 잘못이라 반성한다.
내가 아직 속도 덜 여물고 철부지스럽기만 한데 게으르고 거저 얻으려는 못된 심뽀가 많다.
세상사 구석구석 모르고 부족한 게 많아 그렇구나 느끼며 다시 열심히 해야지 싶다.
그리고 억지로 이야기들을 매일 쏟아낼 필요도 없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러려고 채워지지 못해 일상을 안절부절못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원래의 계획대로 지공법으로
천천히 오래오래 배우고 더 오래오래 쓰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