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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쓰는 자신 바라보기

(함글 숙제)

by 승환

0. 현재 주로 어떤 글을 쓰나요?

-오늘 날짜와 함께 자세히 적어보세요


2023.05.01

아마도 시를 자주 쓰는 것 같습니다.

시를 쓰는 것은 시만큼 개인적인 글쓰기가 없는 일 같아서입니다.

단편적인 일상의 느낌이나 생각을 시에 기대어 씁니다.

어쩌면 아무 의미 없는 하나마나한 독백일지도 모릅니다.

시인되고 싶었던 어린 기억도 있습니다, 하지만 시를 한 번도 30여 년 동안 써보지 않았습니다.

중학교 때 숙제로 낸 시가 교지에 실렸던 적이 있었는데 아마도 그 영향이 컸던 것 같습니다.

중학시절 fm24시라는 음악 프로그램에서 전영혁 디제이가 읽어주던 시를 좋아했습니다.

어려운 남의 나라 비주류 음악을 들어도 말귀를 못 알아들었는데 낮고도 조근히 야밤에 읇조리던 그의 목소리에 얹힌 시들이 너무 멋있고 좋았습니다.

그런데 언제 가는 좋은 시를 써야지 마음만 먹었지 시를 쓴 적이 없습니다.

대학에서 문향 같은 동아리를 했어도 남의 시만 떠들었지 내가 쓰면 더 잘 쓰겠지 하고 정말 근거 없는 자만심만 있었습니다.

시가 참 유치해 보였고 길가에 지나가는 낭인이 떠드는 이야기나 취중의 넋두리 같아 보였습니다.

시집도 그래서 잘 읽지도 않았고 난해한 시들은 잘난척해 보여서 싫었고 대중가요 같이 쉬운 시는 너무 쉬어서 싫었습니다.

글을 직접적으로 쓰게 된 것은 아마도 경의선 책거리에서 하는 에세이 강의를 3년 전에 하였던 것이 시작이 되었습니다.

정말 어린 시절 국어시간에 수업을 듣는 것 같은 그 분위기와 따듯함이 좋았습니다

그 과정을 끝내고 후속모임을 더 졸라서 사람들과 하였습니다, 아직도 인연이 되어 같이 힘이 되어주는 문우들이 되었습니다.

저는 아쉬워서 같은 곳에서 시를 쓰는 과정을 들었습니다.

아마 그것이 시를 다시 써보게 되었던 시작이 되었습니다.

옆지기와 사이가 좋지 않아서 우울하고 심란한 시를 썼던 것 같습니다.

막연하게 알고 있던 시 쓰기를 강사님 도움으로 조금 알게 되었고 아직도 습작하고 혼자라도 쓰고 있습니다.


소설은 제 이야기가 하기 싫거나 부담스러워서 에세이 대신 써 보았습니다.

소설을 꽤나 많이 읽었다고 생각했는데 그런 시절이 20년 전이었더군요 한동안 그렇게 열심히 읽지 않았습니다. 새로운 책들도 작가들도 넘쳐나는데 찾아보고 있습니다.

어렵습니다 어설픈 도전입니다.


에세이를 쓰기도 하지만 제가 만족하거나 흡족한 글이나 내용들이 거의 없어 난감합니다.

성찰하지 않는 삶을 사는 탓 같습니다. 예전에 강사님이 말씀하신 울림이 없는 공감을 갖지 못하는 글들이라 제겐 제일 어려운 글쓰기 같습니다.


1. 글을 쓴 목적이 있나요? 목표는 요?

-없다면 목표를 만들어볼까요?


목적을 이야기하자니 난감합니다.

스스로 사는데 치여 치유가 목적이었던 것 같은데 아마도 지금은 이 질문이 이렇게 들립니다.

너는 왜 이렇게 말이 많니? 궁금한 게 많고 뭔 생각을 그리 쓸데없이 많이 하니?

이렇게 물어보는 듯합니다.

아마 제가 태생이 말이 많고 수다스러운 듯합니다.

여태 안 그런 척 스스로 속이고 살았던 듯합니다.

수다쟁이가 수다를 하면 속이 풀리듯 저도 그러한 것 같습니다.

목적보다는 재미있습니다. 변덕이 죽 끓듯 하고 여기저기 기웃거리거나 호기심이 많아 이거 저것 한 눈을 파는데 글을 아직까진 재미있습니다.

어쩌면 외향적이듯 하지만 소심한 내성적 사람이라 옆에서 구시렁대듯 떠드는 게 좋은가 봅니다.

그래도 목표가 뭐 없나요 물어보신다면 책 한 권의 분량의 글을 채우고 싶습니다. 시집도 한 권 소설도 한 권 에세이도 한 권

아마 그러려면 시는 한 50편 이상 소설은 단편이니 10편 이상 에세이는 30편 정도를 써야겠지요.

10번을 쓰면 1번은 스스로 만족해지지 않을까 싶어 열심히 쓰려고 합니다.

큰 욕심은 없지만 어디에 응모도 한번 해볼까 합니다.

떨어졌어도 서울대 지원했다거나 사시에 도전했다고 하면 좀 있어 보이더라고요 꽤 열심히 살았구나 그런 인정이랄까 살면서 그런 실패를 맛보아도 좋을 듯합니다.


2. 글을 쓰면서 어떤 느낌을 받으시나요?

-글을 쓸 때 감정을 적어보세요


글을 쓸데 가급적 별 생각을 안 하려고 합니다.

그냥 글 쓰는 생각만..

그런데 어떤 느낌이 들긴 합니다. 뭔지 표현하기 힘든 그렇지만 희열이 있습니다.

창조해 낸다는 그런 뿌듯함과 내가 꾸민 가상이지만 그곳의 주인이 되는 느낌이 좋습니다.

내가 컨트롤할 수 있고 완전히 파괴시킬 수 있습니다.

머릿속에서 만들어낸 사념들이 글을 써서 드러나면 마치 꿈을 꾸는 것을 영사해서 볼 수 있는 것 같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또 만약 이런 나의 꿈 이야기를 영사해서 영화관에 또는 인터넷에 올려서 사람들이 볼 수 있고 같이 무엇인가 알 수 없는 나의 세계와 감정과 사념들이 그들을 흔들리게 한다면 더 짜릿할 거 같기도 합니다.


3. 언제 글을 쓰고 싶어 지나요?

아마도 글을 쓸 수 없는 상황일 때,

적당히 무료하고 우울할 때

내 글을 누군가 보고 공감해 줄 때

모든 일과를 끝내고 자리에 누울 때 이제는 할 거는 글 쓸 거만 남았나? 아니 잠을 빼먹었군 등등


4. 어떤 상황에서 글이 잘 안 써지나요?

-해결했던 적이 있나요? 방법은요?


쓸려고 세팅된 준비된 상태 그런 한가한 시간에는 안 써지더라고요... 아마 반골기질이...

그냥 문득 내지는 별안간 지금 굳이 글을 써야 돼?라고 이야기 하면 그때가 더 잘 써지니 가급적 글이 안 써지면 딴짓을 많이 합니다. 영화나 책을 보기도 했는데 지금은 그냥 멍하게 있는 게 더 효과적입니다.

아무것도 안 하고 그냥 뒹글뒹글


5. 언제 타인에게 글을 보여주고 싶나요?

-이제 보여줄래. 퇴고의 기준이 있나요


퇴고를 안 하더라도 끝내면 보여주고 싶더라고요.

그건 안 좋은 일인데 퇴고를 거의 안 합니다 다시 읽고 음 오타 났군 말이 떴네 그러곤 이따 고쳐야지 내지는 나중에 책이라도 나오면 그때나 할까? 어차피 습작인데 조금 인간미가 있는 게 좋지 않을까 하는 말도 안 되는 핑계까지...


6. 자신의 글의 장점이 뭐라 생각하세요?

-타인에게 물어보셔도 좋아요?


정말 물어보고 싶습니다. 누가 알려주실 분 계신가요?

최근에 들은 이야기는 참 빨리도 이것저것 쓴다 라던지 생각이 신박하다는 말은 들었습니다.


7. 글을 어떤 식으로 발전시키고 싶나요?

-부족한 점과 나아질 방법을 생각해 봐요


글이 너무 만연체고 중연부연 설명하려 든다고 해서 고치려 노력 중입니다.

어쩌다 쓴 글을 보면 무협지 시작하는 첫 구 같기도 하고 예전 말투나 어투의 글이 나와서 젊은 분이 올드해 보인다고

아마 영향을 받더라도 독서를 더 많이 하고 자주 많이 써봐야 할 듯합니다.


8. 스스로의 잘 쓰인 글 기준이 있나요?

-잘 쓴 글의 특징을 자세히 생각해 보아요


일단 잘 읽혀야 한다.

소리 내어 읽어도 구어체로도 어색하지 않아야 한다,

재미가 있어야 한다.

기승전결의 어는 정도 룰에 맞는 게 좋다. 시든 에세이든 소설이든

읽고 나서 무엇인가 울림이 있어야 한다.

그것이 어떤 내용이든 감정이든 내가 들어가 잠시라도 빠졌다 나오게 되는 글

어렵지만 새롭게 재해석하거나 묘사된 글 그리고 무언가 여운을 주어 더 성찰로 이끄는 글


9. 닮고 싶은 문체가 있나요?

너무 많기도 하고 그래서 찾아야 하는 숙제


10. 좋아하는 작가가 있나요?


몇몇 빼고 웬만하면 작가는 다 존경 좋아합니다.


11. 또다시 글을 쓰는 자신을 관찰해 주세요

-사람은 변하는 존재니까요


참 게으르다

기분 날 때만 흥청흥청하고 즉흥적인 사람

질문이 몇 개 안 되는 줄 알고 열심히 쓰다가 갈수록 말이 짧아진다.

진중하게 오래 생각하고 글을 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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