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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휴 단상 1일째

딩크중년남의 연휴 단상

by 승환

금요일 같은 목요일저 녁이 되자 몸이 달았다.

내일부터 비소식이 있다니 연휴 첫날부터 바람이 들었다.

저녁을 먹을 겸 합정동을 나왔다

집 앞에서 간단히 해결하려 했지만 동네 가려던 집은 만석이고 대기를 탄다.

아내는 자기가 첨부터 인터넷으로 검색한 합정동의 가성비고깃집으로 가자고 했었기에 합정동으로 발길 돌린다.

고깃집을 마다할 내가 아니어서 찾아왔지만 아내가 전화로 자리를 물어 확인했지만 그새 자리가 만석이다.

대기를 하면서 이 집 저 집 다른 곳을 두리번거리며 찾아보아도 괜찮아 보이는 곳은 늘 만석이다

자리가 널널이 비워보이는 곳은 왠지 마음이 내키지 않는다.

주인아주머니는 곧 저기 자리가 날 거라고 창가에 중년커플 자리를 가리킨다.

고기는 세네 점 남았고 먹성 있어 보이는 남성은 한 젓가락에 입으로 집어넣으면 끝날 것 같아 보여 내심 기대를 했는데 요지 부동이다 고기는 줄지 않고 술은 한 병을 더 시킨다.

느낌이 싸하다 참으로 천천히 먹는다.

온 지 오래되었다는데 두 커플은 꿈적을 안 한다.

남이 먹는 것을 보면서 빨리 먹으라는 응원을 하고 있자니 허기가 짜증을 부리며 몰려오기 시작한다.

다른 곳을 생각하고 가자고 아내를 이끌고 나왔다

역시 거기도 만석이고 보도에는 플라스틱 의자에 사람들이 앉아 대기를 하고 있다.

아내는 짜증 섞인 목소리로 타박을 한다,

"생각이 있니 없니 대로변에 사람들이 더 많이 올 자리인데 공간은 작은 곳이 빈자리가 있겠느냐"며 나의 모자람을 준엄히 꾸짖는다.

다시 원래 대기를 하던 곳으로 발걸음을 재촉하며 돌아가는데 서러워서 눈가가 촉촉해졌다.

나란 남자는 사준다는 고기도 못 얻어먹는 못난 남자...


다행이었다

도착하여 문 앞에서 빼꼼히 보고 있으니 주인아주머니가 다른 자리를 가리킨다.

드디어 자리가 났다.

아내는 다이어트 중이라 고기를 몇 점 먹지 않는다, '

다이어트지만 가끔 단백질 보충을 하는 것은 괜찮을 거라고 슬며시 이야기를 해준다.

아니라고 생각이 없다는 아내를 지긋히 보며 걱정 어린 표정을 보였지만 나도 알고 아내도 아마 알고 있을 거었다.

'천천히 먹어 어차피 혼자 다 먹을 거니"

살면서 슬픔을 감내하고 안으로 삭혀야 할 일도 있다.

또 기쁨도 그러하다,


안쓰러운 척 아내에게 걱정을 하는 멘트를 날리는 순간 고기 두 점이 입 근처에 와있었다.

다행히 고기를 먼저 입에 넣지 않고 절묘한 타이밍으로 말을 끝내고 집어넣는다.


소주 한 병과 맥주 한 병을 다 먹고 소주를 한병 더 시키니 화를 내신다.

거기서 그만해야 했을까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최근 틀어진 문제에 대해 이야기를 하였다.

그냥 안 해도 아니 굳이 답변을 하지 말고 침묵했더라도 좋았을 것을...


아내가 먼저 일어난다.

고기 남았는데 술도...

그냥 혼자 다 먹고 오라고 나가 버린다.


왜 그랬을까?

나는 소주 한 병과 나머지 고기를 열심히 구워 꾸역꾸역 먹었다.

혼자 돌아와서 눈치를 보며 집 앞에 서성였다

전화가 왔다

왜 안 들어오냐고

어 지금 들어간다고 근처라고 한다


술을 먹음 코를 곤다고 따로 자라는 이야길 상기하고 작은 방에 누워 생각한다.


소고기를 사주는 아내는 나를 정말 사랑하는구나


잠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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