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부터 미열이 돌았다
슬쩍슬쩍 이마를 짚어보고
식은땀이 벤 목덜미를 손등으로 훔쳐 내린다.
배가 부른데 허기가 지고
입안에 가래처럼 무엇인가 끊임없이 끈적거린다.
욕지기가 올라
입을 막고 참다가
방언처럼 쏟아 버렸다.
약 같은 게 있을 리 없어
밤마다 끙끙대다
새벽에도
아침에도
지금 또 말라버린
마른기침을 하고 있다.
노란 가래 같은 글자들이 바닥을 뒹글고 있다.
나는 가만히 지키고 서서 사람들에게 조곤히 이야기해 준다
이거 시인데, 시입니다.
오가는 사람들은 내 얘길 듣는지 마는지
시인줄도 모르는 사람들은
그냥 밟고 지나간다.
나는 이미 감염되었다.
내 몸속에 꾸멀거리는
것들을 이제 어쩔 수가 없다
아마 나도 어디선가
옮겨 왔겠지.
내가 숙주가 된 것을 알았지만
그닥 슬프지는 않았고
내가 뱉어낸 것들이 여기저기 굴러다니는
것이 보여 흠칫 놀랐을 뿐이지만
그래 아마도
자꾸자꾸 퍼져갈지
모르지만
아니 나는 자꾸자꾸
퍼저가라 내심
기대할지도 모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