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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바이러스

by 승환



밤부터 미열이 돌았다

슬쩍슬쩍 이마를 짚어보고

식은땀이 벤 목덜미를 손등으로 훔쳐 내린다.

배가 부른데 허기가 지고

입안에 가래처럼 무엇인가 끊임없이 끈적거린다.

욕지기가 올라

입을 막고 참다가

방언처럼 쏟아 버렸다.


약 같은 게 있을 리 없어

밤마다 끙끙대다

새벽에도

아침에도

지금 또 말라버린

마른기침을 하고 있다.


노란 가래 같은 글자들이 바닥을 뒹글고 있다.

나는 가만히 지키고 서서 사람들에게 조곤히 이야기해 준다

이거 시인데, 시입니다.

오가는 사람들은 내 얘길 듣는지 마는지

시인줄도 모르는 사람들은

그냥 밟고 지나간다.


나는 이미 감염되었다.

내 몸속에 꾸멀거리는

것들을 이제 어쩔 수가 없다


아마 나도 어디선가

옮겨 왔겠지.

내가 숙주가 된 것을 알았지만

그닥 슬프지는 않았고

내가 뱉어낸 것들이 여기저기 굴러다니는

것이 보여 흠칫 놀랐을 뿐이지만


그래 아마도

자꾸자꾸 퍼져갈지

모르지만

아니 나는 자꾸자꾸

퍼저가라 내심

기대할지도 모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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