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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휴 단상 3

북촌을 다녀온 하루...

by 승환

북촌에서




비 갠날 오후

그저 하늘이 보고 싶었다.


조금 먼 어느 마을에

버스를 내려선다면


행복이라는 것이

천 원짜리 복권이

당첨이 되듯


오늘 하루 어쩌면

그런 날일지 몰라


거리의 사람들에 떠밀려

서슬이 퍼런 담장사이로

높은 집들이 있는 마을을 지난다.


가파른 계단을 들어서면

옹색한 지붕이 맞닿아

하늘을 가린

언덕의 끝.


골목 귀퉁이에 섰다.


북촌의 빈 하늘과

기와지붕을 본다.

처연하게 치열한 생명이

노랗게 꽃으로 피어 있다.


막다른 골목을

되돌아오다

삐죽이 열린

나무문 사이로

언제가 한 번 살았던 것 같은

툇마루를 보았다.


두어 평이면

족해 보이는

마당에는

두어 평만큼의

햇살이 떨어진다.


더도 덜도 말고

두어 평의

마음을

채워도 되는

삶이란

얼마나 홀가분 한가



골목을 내려오며

북촌방향으로

걸어가는 사람들에게

나는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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