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내려
마을이 바다가 되었다
빈배를 몰고 나왔던
남자는 어부가 되어
치켜든 우산을 깃발처럼 휘날리여
집으로 향한다
왼손에는
오늘 잡은
콩나물 한봉다리
깻잎 댓장
두부과자와
해물 감자라면이
위태롭게 걸려있다
신발에 물이들어온다
차거운 감촉이
발가락 사이사이 후비더니
이내 미지근해 졌다
남자는 가던 길을
멈추고 한참을 움찔거린다
비스듬히 우산을
턱에 끼고
호주머니에 들어갼
오른손이
담배를 꺼낸다
한동안 서서
실랑이 끝에
담배연기가 올라오다
비에 젖어 떨어진다
살다보면
오월 즘
비가오는
어는 휴일날
길위에 서면
담배 한가치 포기하는
날도 있지 않겠는가
인생이 돗대 같아
슬픔이 울대를 치고
꿀렁거릴수도 있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