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싸움3 (헤어질 결심)

H가 K에게

by 승환


한 때 달콤했더라도 꿈은 깨어야 하고 다시 일상을 돌아가기 위해 일어나야 만 한다.

시간이라는 것은 젊음이나 희망이라는 것을 앗아가 버리기도 하지만 망각이라는 선물을 주기도 한다.

k에 대한 실망과 상처도 나는 일상에서 매일매일 한 꺼풀씩 벗겨버리고 머지않아 흔적도 남지 않고 그도 망각의 시간으로 숨겨질지도 모르겠다.

그냥 더 생각하지 않는 것.

하루하루 일상에 좀 더 침잠하여 내 마음과 몸도 데워지기를 나는 좀 더 뜨겁게 살고 싶었다.


그러던 어느 날 저녁 K에게 전화가 왔다.

마침 집에는 내일 여행을 같이 가기 위해 어머니가 잠실집에 같이 와 계셨다. 엄마에게 보여지는 것이 오해를 받을 수도 있었고 그냥 끊어버릴까 망설여져 한참을 전화기를 들지 못했다.

"회사에서 무슨 급한 일이 있나?" 어색한 혼잣말을 엄마가 들으라고 중얼거리며 전화를 받고 오겠다고 나가서 전화를 받았다

K가 왜 전활 한 걸까? 의구심과 일말의 기대도 없지 않았지만 역시나 k는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다.

약 5개월 전에 직구로 구입한 일리머신이 왔다는 통보뿐었다

그냥 택배로 받겠다고 했지만 k는 굽히지 않고 파손을 운운하며 굳이 가져다주겠다고 한다.

친절한 k 씨...

그는 여기저기 아무 여자에게도 친절한 사람이었다. 형제에게도 친구에게도 막상 가장 중요한 이에게는 뭔가 좀 부족하고 어설픈...


마음이 무겁다.

가라앉았던 감정의 잔해들이 유령처럼 떠올라 순간 내 주위를 둘러싸고 내려다보는 듯했다.


내일 여행 가려면 일찍 자야 하는데 순간 몇 달 전의 일들이 파노라마처럼 스치고 지나가서 새벽까지 잠을 이루지 못한다.


헤어질 결심의 발단은 k의 누나를 처음 만났을 때부터다.

k는 집을 형제들과 새로 지었고 그중 4,5층을 일부 사용하여 거주하였다.

K집에 도착하여 보니 K의 누나 혼자 있었다

안녕하세요

나는 반갑게 인사하며 집으로 들어섰다

어 왔어? 들어와

순간 나는 조금 당황스러웠다 머리에 망치를 얻어맞은 느낌... 무언가 불안한 미래를 자꾸 암시하여 주는 듯했다. 그래도 얼굴은 웃으며 자리에 앉았다.

데면 데면 하고 불편한 만남이 잠시 동안이었지만 자꾸 마음이 불편해지기 시작한다.

K의 누나는 이런저런 얘길 하다 조카들에게 K가 잘 챙기고 다정하다 한다.

(아 나는 다행히 다정한 남자를 만난 걸까? 왠지 모를 거부감이 든다)

"우리는 k가 결혼하는 거 다 싫어해."

"조카 애들도 삼촌이 결혼하는 거 다 싫다고 하더라고 호호호."

아 뭐지 뭐지....

이런 말들을 얼굴을 맞대고 천연덕스럽게 웃으며 얘기하는 사람이 있다는 거에 놀랐다.

좀 전에 내 머리를 때린 망치를 던져 버리고 K의 누나가 자기만 한 해머를 들고 누워있는 내게 마구 달려오는 상상을 했다...

머리가 하얬지만 나는 바보처럼 웃고 있다...

이런 일을 어디에서도 당해보지 못 해 넋이 반쯤 나간 것 같다.


K가 왔다.

살았다. K가 오자 조금 숨이 편해지는 듯 정신을 차리기 시작한다.


누나는 정말 아무렇지 않게 여전히 웃으며 밥을 먹으러 가자고 한다

나는 여전히 바보처럼 웃으며 밥이 어디로 들어가는지 모르게 밥을 먹고 있다

차도 마셨다


시간이 10시가 넘었다

이제 집에 가야지 누나가 말한다

네~

나에게 가야 할 집이 있다는 것이 이렇게 고마울 수가...

눈물이 나려 한다.

드디어 집에 가는구나 안심이 되었다.


"나가서 택시 잡아주고 와"

이건 또 무슨 말인지...

이 늦은 시간 결혼할 여자라고 왔는데 택시 태워 보내라고... 정말 택시라도 타고 빨리 가고 싶었다. 모범이 와도 탈 수 있을 거 같다.


그런데 k는 집까지 데려다주고 온다고 한다

바보처럼 밥만 꾸역꾸역 입에 넣던 k가 꼴 보기 싫다가 다시 보이고 믿음직스러웠다.


'그래 결혼하면 남편만 내편이면 되지 뭐.'

차에 타서 나는 생각이 많아졌다.


오늘 일들을 얘기를 해야 하나?

어떻게 얘기를 해야 하나?

오만가지 생각이 들었고

K가 집에서 이런 대접을 받고 있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아팠다.


오늘은 녹다운되어서 말할 기운도 없었다.

그냥 빨리 씻고 잠들고 싶다는 생각뿐...

집에 와서 거울을 보니 반나절 만에 K의 누나 보다 네댓 살 많은 언니가 앉아있다.

20대 같은 내 외모가 갑자기 40대가 되다니 K의 가족들을 자주 보면 나는 곧 할머니소릴 듣는 것은 아닐까?

하룻밤에 사람은 늙는다더니...


주말에 k를 만나 H는 어렵게 말을 꺼낸다

"저기 저번에 누나 왔을 때 누나가 자기 결혼하는 거 집안사람들이 다 싫어한대...

"웅ᆢ그래?"

이건 뭐지? 이게 끝이다

나는 인내심을 가지고 다음 말이 나오길 기다리다 다시 묻는다

"아무렇지 않아 괜찮아?"

그러나 k는 "그럴 수도 있지 뭐"

잉? 그럴 수도 있다고?

어이가 없었다

"자기 조카들까지도 결혼하는 거 싫대!"

"그래서?"

누나를 봤을 때 보다도 더 가슴이 먹먹하다

K의 반응에 화가 나기 시작한다.

"나랑 누나랑 2살 차이인데 처음부터 반말을 하고 사람 면전에 두고 이런 말을 어떻게 해?"

"우리 엄마도 자기 만났을 때 존대해신 거 기억 안 나?"

나는 그날 참고 참은 게 폭발했다.


K는 변명이라고 마구 지껄였다.

너랑 나랑 살지 누나랑 사냐?

그게 대체 무슨 문제야?

너는 나만 보면 되는 거 아냐?

누이가 조카가 그렇다는데 내가 어떻게 해야 되는데 의절하자 할까

아니면 묶어 놓고 잘못했다 할 때까지 가르칠까 당신에게 무릎 꿀라 해?

처음 발단은 누이였지만 우리 점점 유치해지고 치열해졌다. 사랑이고 뭐고 말로 서로 지고 싶지 않았다.

우리는 파이팅 넘치게 싸웠다

그리고 그다음부터는 만날 때마다 싸웠다


말이 없었고 과묵하고 순둥순둥한 줄 알았는데 K의 실체가 조금씩 드러나기 시작했다.

K, 이 순 사기꾼 같은 놈..

내가 어떤 모습으로 살고 있을지 앞날이 훤했다

싸울 수는 있다

의견이 안 맞을 수도 있다

문제는 이걸 푸는 방법이 없다는 거다

결국 우리는 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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