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심

시작이 반 아니다 끝냈을때나 하는 소리...

by 승환

살 면서 늘 그랬지만 옆에서 살짝 비켜선 인생이었다 책임지고 힘든 게 싫고...

딱 고 만큼만, 공부도 일도 사람도 모두 그런 것 같다.

나이를 먹어서 인지 티브이와 모니터 핸드폰이 만든 것인지 언제부터 인지 모르지만 점점 더 지켜보는 것이 편하고 익숙하다


그냥 남들이 해놓은 것들 글들을 읽고 남들의 이야기를 편하게 보고 감명받고 또 다른 것이 없나 두리번 거린다.

그렇게 살아도 무방할 듯 별 문제가 없었다.

뜬금없는 사고를 잘 치는 류의 인간이었을까

그러다 문득 나도 말을 하고 싶어 졌고 인정받고 싶어 졌고 내 안에도 무언가 끄집어낼 게 있을 거만 같았다

부부상담심리치료를 받으면서 내 모습이 어떠한지 윤곽이 보일 듯했고 지난 일들 결혼 생활 이전 유년의 모습들도 정리하고 싶어졌다.

쓸 거리들이 너무 많아 어떡하지, 소설도 써야 되고 시인도 되고 싶고 에세이도...


그런데 막상 일주일이 넘어가니 맥이 빠진다

이 브런치라는 게 섣불리 해야 될게 아닌데 너무 준비 없이 금방 심신이 바닥이 난 거 같다.

나는 당최 시간도 안 되고 머릿속 정리도 안 되고 출근하고 집안일도 내 몫을 해야 하고 사람도 만나야 되고 마당 비질에 오만가지 신경 쓸게 넘쳐난다

게다가 뭔 욕심으로 여기저기 독서모임, 글공부 모임을 가입해 놓고 책은 자꾸 택배로 오는데 읽지를 못하고 있다.

얼핏 보면 인기작가나 비평가가 일이 몰려 마감에 쫓기는 모습이다


구독한 작가들의 업데이트소식 알림은 새벽부터 밤까지 쉴 새 없이 을린다.

자괴감 열패감 자존감스크래치...


순간순간 감흥이나 열띤 것은 진정 열정이 아니고 객기고 주사다

브런치라는 이름이 딱 맞다

어중간하게 요기나 때우는 게 정찬이 되지 못한다

나 같은 사람들을 빗대어 만든 타이틀인가?

언제 정찬이 될지 잔치상이 될지 나는 그냥 브런치도 아닌 오후 티타임에 과자부스러기 같다는 생각이 든다

쿠키로 배를 채울 수 있지만 정찬이 되기 위해선 재료부터 가짓수부터 다르니 다시 태어나야 되는가

아님 식재료부터 충분히 챙기듯 인생을 좀 더 쓴맛 단맛 찍어먹고 통찰하며 살아야 했는지 모른다

셰프의 칼날처럼 잘 벼려진 날을 만들기 위해 더 쓰고 배우고 해야 했는지 모른다

이런 일련의 준비과정과 노고가 없이 어디 밀가루 반죽 같은 녀석이 겨울 공사판 드럼통 화롯불 옆에 붙어 구르다가 태워먹곤 나도 과잡네 빵이네 하는 꼴 같다


내가 스스로 하는 일들에 대해서 스스로 만족하기가 쉽지 않다

그 만족이나 성취를 이루기 위해 더 많은 노력과 열정, 시간을 녹여내야 하는지 충분히 숙지하고 있는데도 마음은 급하다.

게으르고 욕심 사나운 나는 무엇인가 하는 일에 성취와 행복을 느끼는 시간은 참으로 짧다. 다 귀찮아지고 뭔 의미가 있고 힘들고나 한심스럽다 포기하면 인생 편할 텐데 자꾸 스멀스멀 마음속에 뭐가 지나간다.


누가 나 좀 우쭈쭈 해쥤음 좋겠다.



스스로 주문을 건다.


좀 뻔뻔하게

느물느물

그냥 버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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