짝사랑 (상수동 골목에 쌍 우물이 있었다)
아니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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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브레터를 처음 쓴것이 중학생이었는지 고등학생이었는지 모르겠다.
그 대상이 되는 소녀는 하얗고 마르고 투명하게 느껴지는 아이였고
그래서 인지 눈에 뜨이거나 인기가 많은 여학생이 아니었는데
초등학교 시절부터 그가 좋았다.
말 한번 붙여보지 못하고 주위를 빙글빙글 돌기만 하였기에 그녀는 나의 존재를 알고 있지 않았을가?
그녀의 집이 와우산자락의 시범아파트였고 그 근처에는 공민왕 사당이, 내가 태어나던 해에 와우산에 아파트가 무녀져 내리고 사람이 많이 죽었다고 한다,
나는 무서운 꿈을 꾸었다
그녀는 신내림을 받고 무녀가 되어서 한복자락을 펄럭이며 마구 뛰어다니며 멀리 날아갔다.
그녀의 집이 이사를 해서 상수동에 살고 있고 그녀의 문앞에는 순복음교회스티커가 붙어있는 것을 나중에 보았다.
그래도 나는 무엇이 두려워서 그녀에게 다가 가지 못했다.
쓰지 않은지 한참된 우물이 두개 나란히 있던 그 골목을 나는 종종 지나다닌다.
이제는 아리지도 아련하지도 않은 그 골목과 우물이 잊혀져 간다.
아니 잊어 버렸는지도 모른다 어린시절의 추억이라는게 설익은 마음들이라는게 그렇게 사그라들어 버리는 사이 나는 머리가 희끗해졌고 가까이 있는 글자도 희미해져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