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

이별의 여운은 장마처럼 지루하다

by 승환

장마가 왔다


해와 달이

별들이

그리고

사랑이라 부르던 것들이

사라졌다


믹서기 속 반죽처럼

대지와 하늘과 바다가

뭉그러져 버린,


슬픔도

연민도

애증도

그냥 빚다만

반죽 덩어리가 되는

장마.


길고도 지리한

빗줄기가

몇 날 몇 밤을 지나고

또 더

남은 날들


어떤 슬픔은

반나절 눈물이면

족하기도 하더니만


당신을 씻겨내려

내리는 비를

한 달을 꼬박

맞아야 하는

슬픈 계절


옹이가 지는

복숭아 뼈에

물이끼가 끼고

물러진다


장대비에

푸들푸들

옹그리며

떨고 있는

가로등처럼


혼자서

버텨 내야 하는

시간들


빗물이

슬픔처럼

혈관으로 스며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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