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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승환 Nov 02. 2023

우리는 닮는다 2

 수정본

바람이 분다

쭉정이들이 가라앉는 계절은 앙상하고 여윈 것들만이 세월을 빗겨낸다.

볼품이 없어도 남아 있는 것들이 진실에 가까운 것

흔들리는 몸을 추스르며 나무들도 서로의 안부를 묻곤 한다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두 사람은 벤치에 앉아 인사를 나눈다.


궁금하지도 않을 것 같은

서로의 나이를 묻고


어디 사시냐고


 잊었던 먼 고향의 시절을


눈가에 아련한 자신의 아이들을


사랑보다 원망만 남은 이들을 불러내온다


아픈 다리와 관절에 좋은 홍화씨를


시흥동 박원장 님이 용하다는 비밀까지


서로 속에 들어있는 알맹이들이

또로로 굴러 떨어진다




 시 합평시간 마지막이라 지도 선생님의 말씀을 듣고 제안하신 대로 수정을 해보았다.

이 정도로면 족하다고 하신다.

이미지를 그리고 글을 쓰데 내가 상상하는 것이 공감과 타인에게 인지를 시킬 수 없는 글은 부적절할 수 있다.

마른나무와 노인은 너무 관용적인 표현일 수 있다

나무가 이룬 숲처럼 노인이 꼭 모여 살고 닮았다고 하는 것에 설득력을 더 줄 방법이나 추가 글이 필요할까?

결국 말씀대로 그쯤이 끝나도 될 듯하다.


시를 따로 배우려고 하지도 않았고 그런 과정도 많이 있지는 않지만 5주간의 과정을 (일 때문에 3주밖에 제대로 참석을 못했다, 후회스러움...) 끝마치고 나니 확실히 도움이 된다.

개인적인 생각으로 많은 시집을 읽지는 못했지만 현존하는 한국시인들 중 김소연시인이 세 손가락 안에 들어가지 않을까 싶다. 일타강사 내지는 재벌집 과외선생님 같다.

어떤 마음의 과정을 거쳐 시를 썼는지 꿰뚫어 본다.

이래저래 이게 좋아요가 아니고 사뭇 진지하게 원인분석을 한다.

시는 그냥 이래도 저래도 쓰면 시일지도 모르겠다.

하고픈 이야기를 소설로 쓰는 일은 고단하고 힘든 작업이다. 어차피 문학이라는 것은 거시 담론을 직접적으로 이야기하는 게 목적이 아니다. 하나씩 작은 분자단위의 일상과 인생을 표현하고 묻어버리거나 지나치는 편린을 끄집어내는 일이다.

소설에서 정의와 선, 악 미래의 비전을 이야기하면 재미가 없어지고 별 울림이 없을 것이다

그래서 나름 정교한 장치와 구조를 만들고 독자들을 사소한 작은 것에서부터 열린 결말로 스스로 각자 느끼고 공감하도록 만든다.

잘 쓴 소설은 중언부언 설명을 할 것이 아니라 나름 대사 동작 하나하나가 톱니처럼 맞물려 들어가도록 보여주는 게 중요하다고 한다.

시도 다르지 않다고 한다.

소설만큼의 분량을 한 페이지 한 문단으로 축약해서 보여주어야 한다.

감상적이고 정서의 과잉이 시일지 모른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가 깨달았다.

그냥 관용적이고 보편 한 무엇이 아닌 제법 새로운 것을 글로 보여주는 게 다일 수 있다.

적절한 단어와 문단의 배치 묘사들은 차후 문제이다.

말장난이 되지 않으려면 선명하여야 한다.

자신의 감정이 개입하지 않아야 하고

충분히 주어와 문단의 모호성을 배제하고

상황과 순간 또는 그 흐름을 통해 공감 내지 반향을 주어야 한다.


시가 어렵다는 것은 회화에서 일반인이 추상화가 낯설다는 말과 같을 것이다.

살아가는 일상에서의 조금씩 어긋나고 틀어진 빈틈을 찾아내는 일이다.

남다르게 낯설게 보고 생각하며 살아야 되는 피곤한 일이다


교육생들은 전업작가는 없다.

먹고사는 일이 제일 우선인 것만은 틀림없다.

그래도 남는 여력이 있다면 읽는 일  쓰는 일을 해보는 게 아주 무의미한 일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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