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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승환 May 13. 2024

생일.

H의 생일이었다.

결혼을 하면서 기념일은 서로에 대한 기대와 확인을 하는 날이다.

서로의 생일에 무엇을 그럴싸하고 멋진 것을 해주고 싶은 마음이 있더라도 살아가면서 조금씩 흐려진다.

서로의 눈치를 보고 지갑을 열어보고 꼭 하지 않더라도 대체해서 하여야 할것들 하고 싶은 것들 메꿔야 할것들이 생긴다.

서로가 잡은 고기의 입장이 되었기에 우선순위에서 멀어져 버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서서히 마음을 떼어내는 중일지도 모르는 우리는 그래도 생일이니 같이 밥이리도 먹자고 약속을 하였고 상수역 근처의 작은 식당을 예약했다.

나이를 먹고 언제부터 이제는 젊은 친구들처럼 맛집이라고 찾아다니는 일은 그리 많지 않았다.

어느새 나도 입맛이 그 나이에 맞게 구수한 한식에 적응이 되었고 딱히 무언가 먹고 싶어서 생각나는 먹어야하는 음식이란게 있지 않았다.

H는 가려먹을거 같지만 생각보다 무던한 입맛이었고 아무거나 잘 먹게 생긴 나는 의외라는 말을 듣는 편식이 좀 있다.

생선과 해물을 좋아하는 H는 해물찜이나 어패류 갑각류를 좋아하고 나는 그저 고등어나 멸치 자주 먹어익숙한 생선이 편했다.

매운탕을 굳이 먹으러 가면 나는 그냥 국물 정도만 먹었지만 H는 좋아했다 그렇지만 싸울때 이런저런 구차한 서로의 원망을 하면서 나 때문에 못 먹었다고 이야기 한 것이 기억이 났다

주는 대로 아무거나 군소리 없이 잘 먹는다고 항변을 하였지만 정말 그런 거 같지만 H가 일부러 맞춰주었을지도 모른다.

물에 빠진 고기류를 안좋아하고 순대국은 순대만 먹고 생선구이나 치킨도 깨끗히 먹지도 못하고 선지도 안먹고 족발도 닭발도 ... 그러고 보니 나는 심한 편식쟁이 일지도 모르겠다.

육류도 돼지고기를 다 커서 술을 배우고 먹기시작했다. 닭고기도 안먹고 나물은 가리지 않고 다 잘먹었다.

어머니는 얘가 스님이 되려나 걱정을 하셨지만 지금은 고기고기한 남자가 되어서 오히려 문제가 되었다.

H는 반면에 육회를 안먹는 것 식사량이 매우 소량을 천천히 먹는거 빼고는 다 잘먹는다.

치킨도 윙이니 목아지니 이상스런것을 좋아하고 생선은 거의 뼈만 남기고 깨끗히 먹는다.

난 대게나 랍스터 조개류 등을 까먹는 거 자체를 싫어했고 참치나 방어같은 너무 기름진 것도 난 입에 맞지 않아서 광어회나 생선구이 정도가 서로가 합의 할 수 있는 메뉴였다.

처음에는 나 때문에 일부러 못먹을 거를 챙겨 먹나하고 생선구이집을 가게되면 건너편에서 밥을 먹다가 울대가 울컥거리고 감동을 받기도 했었다.

그게 아니란 것을 알았지만 생선을 너무 깨끗히 먹는 H의 모습은 나는 좋아하지 않았다.

어린시절 반찬을 자식들에게 다주고 궁상과 가난을 감내해 내었던 어머니의 모습이 보이기도 했고 마음이 아팠다 그런게 아닌데도 나는 그런 모습이 슬퍼보이기에...


7시반에 약속을 하였지만 나는 조금 일찍 장소에 도착한 나는 H를 기다리며 멀뚱히 또는 조심스럽게 식당안을 둘러보았다.

사장은 작지만 다부진 남자로 40전후의 나이인듯 보였고 눈매가 매서웠고 입술이 얇았다.

냉철해보이지만 몸에 밴 친절과 몸놀임으로 음식을 주도하고 있었다.

각 부위에 고기를 굽고 썰어낼때는 한쪽으로 부위가 치우치지 않게 골고루 일행 수에 맞추어 플레이팅을 하고 있다.

동글한 얼굴의 여성은 아마 그의 부인일 듯 싶었다 다른 디저트와 음식들을 안쪽 조리대에서 왔다갔다 하면 만들고 있다.

두 남녀가 부부일지 그냥 사장과 오너일지는 모르지만 다른 직원 없이 두 사람은 각자의 파트를 나누어 쉴틈없이 요리를 한다.


요리를 하는 일로도 어찌보면 집안일의 절반이 먹는 일인데 H와 나는 많이 다투었었다.

한우오마카세집이 요즘에 젊은친구들은 이제는 별다르지 않은 평범한 레스토랑이지만 우리는 가본적이 없었던 것 같았다.

서로 마음을 정리하는 중이 아니라면 H는 구지 이런 곳을 가는걸 별로 좋아하지 않았을 거다.

집에서 사다가 테라스에서 구워먹고 빵을 만들고 샐러드소르를 직접하고 그렇게 하는 것을 선택했을 것이다. 나는 아무래도 좋았지만 후자는 늘 내가 같이 거들어야 했다.

정말 귀찮고 힘들고 나는 싫었지만 내색을 할 순 없고 그냥 뚱하니 보조를 했던 것 같다.

집에 들어오면 딱 차려진 상에 바로 먹었음 좋을텐데 왜 혼자서 할 만큼만 하지 모든 일을 오후 시간에 몰아서 내가 퇴근하면 뒷 정리며 설거지 까지 시키려 하는 건가 혼자 속으로만 불만을 가졌었다.


쉬는 날에 요리를 하는일이 H는 즐겁고 기꺼이 내가 동참하고 좋아하리라 처음에는 알았다가 내가 생각보다 더 게으른 남성이라는 것을 알고 많이 실망을 했다.

요리하나 하는데 집안의 모든 기구와 그릇을 꺼내어 놓아 설거지 거리가 늘 부담이었다.

집안일 주방기기들에 진심이었던 H가 주로 쓰는 냄비와 후라이팬은 샐러드마스타에서 나오는 스덴제품이었기에 그냥 막 딱지말라고 하고 물에 불리고 소다로 거칠지 않은 수세미나 행주같은 것으로 문질러야 했다. 코팅제품이 좋지 않다고 건강을 위한 것이라 뭐라 더 다투기도 뭐하고 본인이 늘어놓은 설거지 거리는 실제 내가 해야하는데 그 방법이나 절차도 자신의 방식이 아니면 화를 내곤 했다.

샐러드볼이며 요리하기전 소분했던 재료들을 씻어준비한 많은 접시들, 스덴바트들, 야채의 물기를 제거하는 짤순이 같은 덩치들이 나오면 좁아서 어디 둘데가 없다.

써머믹스 같은 고가품 믹서기는 닦을때 조심조심해야 한다.

식세기는 12인용에서 6인용으로 바꾸고 난 후 한 번에 정리가 안되는 이 상태는 나에겐 견디기 힘든 카오스 속이 되어버린다.

식세기에 나오는 뜨거운물을 버리지 말고 밀려있는 설거지거리를 한번씩 행구는데 사용하여야 하고 이를 어기면 나는 낭비근성에 쩔은 부루조아 남성이 되고 만다.

그게 싸울일이거나 화낼일이라기엔 내게는 사소하고 감내할 수준이라 생각이 들어 뭐라 하지 않았지만 이런것을이 쌓여 덧께가 생기면 화근이 되었던 것 같다.

나는 그냥 나 혼자여도 내 시간이 필요하고 아무것도 안하더라도 그 나름 중요한 휴식이고 충전의 시간이었는데 H는 이해를 하지 못했다.

매일 매일 아침부터 이런 과정을 다 지나고 나면 하루의 끝은 9시 10시가 되고 어쩌다 기분이 좋아 반주를 하다보면 11일수도 있고 책을 읽는다던지 개인이 따로 개발하거나 무엇인가를 도모할 시간이 없이 그렇게 지내왔다.

설거지를 끝내고 음쓰를 버리러 온갖 재활용품을 정리한다는 구실로 내려가 담배를 한대 피고 길앞에 우두커니 앉아 있음 전화가 온다.

뭐하느라 꾸물거리는지 빨리 씻고 잘 준비하라고...

그냥 이렇게 사는게 평범하고 행복한 결혼생활일거야 막연하게 수긍을 하고 살았다.

정말 그게 행복일 수도 있겠지.

서로가 다른 것이 문제일 수는 없지만 그 다름의 간격이 좁혖지 않을때 균열은 걷잡을 수 없이 커져만 간다.

그와 그녀와 함께라면 무엇이든 다 견디고 참고 그를 위해 희생을 할 수 있는 그런 마음이었겠지만 희생을 두려워하고 시비를 따지는 순간 우리의 예정된 시간이 맞춰저 버리지 않았을가 싶다.

저녁을 마치고 잠깐 걸으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고 집에서 잠깐 들려 더 이야기해보면 어떨까 싶었다.

도착한 택배를 확인하는 H에게 이야기를 꺼내보았다.

서로가 안맞는거 마음이 바뀌지 않더라도 이별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인 후라도 좀더 정리가 되고 준비가 될때 나가면 안되는지 넌지시 물어 보았다.

이혼하고 집문제로 1년 2년을 사는 부부도 있고 쇼윈도우 부부도 있고 졸혼을 하는 부부도 있다.

막연하게 고생하는 모습이 자꾸 신경이 쓰인다.

조금 위험하지만 속에 있는 이야기를 했다.

그런 제안이나 결정을 급작스레 하는 사람도 아니고 자신도 생각한다고 한다.

아마도 내가 무엇인지 모를 용서와  굴종 내지는 남자답게 다 받아주고 져주는 것이 아니면 H는 만족하지 않을것이다.

조금 이야기를 진행하다 보면 결국 지난 나의 잘못과 무관심 자신에게 충분히 집중하고 최선을 다하지 않은 것들 진심으로 자신을 사랑하지 않은 죄를 이야기한다

끝없는 자아비판과 서로의 원망이 또 시작된다.

우린 결국 다람쥐 챗바퀴 돌듯 제자리로 돌아왔다.

그래 다 내가 잘못했다고 하고 무조건 용서해달라고 이제는 정말 원하는대로 뜻 받들어 살겠다고 매달릴 것을 그랬나?

입에 바른 소리로 잠시잠깐 속이고 세월이 흐르면 다 희석이 될까?

외견상 행복해보이는데 이혼하는 커플들도 어쩌면 우리랑 다 비슷비슷할까?

어느날 문득 자신을 돌아보며 세상 어디에도 없어진 자신을 발견할때 배우자가 구원해 줄 수 있는 일일까?

외롭다는 것과 익숙하다는 것

기억한다는 것과 망각되어지는 것

짧은 별거를 하며 점점 두려워지고 있다.

나 또 우리는 별다르지 않기에 서로서로가 사라져가는 사람이 된다는 결말이 자꾸 주저하게 만든다.


나는 집에 원두향이 은근히 베어나오고 르방으로 만든 빵이 구워나오는 향기를 좋아했지만 그 과정들을 사랑하지는 못했었다.

행복은 찰나이기에 지나고 또 다시 만날 수 없다 어쩌면 나는 그 본모습을 보지 못하고 영원히 못본채 살아갈지도 모른다.

그냥 편안하고 남다르지 않은 안온과 평안을 사랑했을 뿐인지 정말 사랑하는 존재라는 게 H의 말대로 없었다고 인정을 하여야 할지 혼란스럽다.

사랑은 존재인지 행위인지 잘디잘은 찰나의 시간인지  무엇일까?


하루 또 하루 지나고 보면 많이 그리울 수도 있고 오래 아플수도 있겠다

더치를 내리듯 조용하지만 천천히 끝내는 다 떨어지는 모습같이 집안에 그런 향기들 체취들이 하나씩 조금씩 매일매일 사라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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