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
"내꺼는 여? 내껀, 내껀 어디있는데요?"
" 팀장님 거는 아, 어제 다른 거 큰 포장 챙기지 않으셨어요? 저희는 그런 줄 알고 나머지 하나씩 가진 건데요."
"제가 아까 하나씩 나눠 줬잖아요 줬잖아요!!!"
"네? "
"저기 책상에 있는 거 안 보이세요? 줬다구요 줬어요"
책상 위에는 마스크팩이 하나씩 놓여져 있었다.
원장 지인이 손님으로 와서 수술 전, 직원들에게 나누어 주라고 선물 패키지를 주고 간 것이 사달이 난 것이다,
팀장은 포장지가 고급스러운 큰 선물패기지를 자기 몫으로 챙겨두었고 나머지를 직원들 보고 나눠 가지라 생각하며 둔 것이었는데 집에 가서 개봉을 해보니 자기가 챙긴 것은 별로 비싸지 않은 마스크팩이었다.
다른 선물을 받는 게 나을 듯싶어 직원들 책상에 마스크 팩을 올려놓았다. 그리고 나머지 선물을 하나 받으려 했는데 직원들이 하나씩 챙겨간 게 루왁 커피드립세트였다.
팀장이자 최고 연장자인 내 것을 따로 챙기지 못한 직원들이 도저히 용서되지가 않았다.
"어머 어쩌지요 집에서 뜯어서 벌써 몇 개 먹었는데..."
제일 막둥이인 데스크 직원인 은경이 어쩔 줄 몰라한다.
" 어 나두 먹었는데 어쩌나 팀장님 커피 안 드시잖아요 딴 거 아니라 드립백 커피예요"
"먹던지 안 먹던지 내꺼는 요 그게 중요한 거예요"
막무가내로 화를 내는 팀장을 달래려고 상담실장은 미정을 흘 긋 본다.
미정 씨 커피 혹시 안 먹었음 팀장님 드리면 안 될까 내 거라도 내일 가져다 줄게요"
" 아뇨 저두 먹었는데요" 선물세트는 그냥 그대로이지만 미정은 먹었다고 이야기한다.
밉상인 팀장이 저 난리를 치는 게 어이없고 짜증이 난다.
" 지금 저 완전 왕따시키는 거예요? 저는 정말 엄마 같고 언니 같이 뭐 하나 있음 자기들꺼 다 챙기고 그랬는데 요즘 왜 저한테 이러는 거예요? 왜! 저번주에도 왜 저한테 얘기 안 하고 자기들끼리 회식한 거 내가 모를 줄 알아요?"
자신이 병원의 이인자이자 병원 원년 멤버나 마찬가지인데 지금 하극상이 일어났다고 생각이 들어 울컥 화가 치쏫았다.
이게 다 저 여시 같은 실장이 오고 난 후 직원들이 바뀌고 자기가 핀치로 몰리는 거라 생각이 들었다,
" 나 이거 왕따 맞잖아요? 원장님에개 가야겠어요"
씩씩 거리며 팀장이 나가자 실장이 한마디 한다.
" 남은 거라도 모아서 갔다 줄까 아 피곤해 정말...."
" 왜여? 저는 사실 안 먹었는데 안 줄 거예요"
" 아니 뭐라도 들어오면 지가 무슨 다 자기 거인 줄 알아요 정말 하는 짓마다 얄밉게 사람이 창피한 거도 몰라 정말"
" 알지 그래도 어떻게 해 새로 온 원장이 개똥이를 싸고돌건대 우리가 참아야지"
그녀의 이름은 정은이였다. 하지만 모두 그녀를 개똥이라고 부른다.
왜일까? 여자 별명치고는 좀 그런 개똥이라는 별명의 시작은 그녀가 수술실 팀장이 되고 나서 불리게 되었다. 병원이라고 해봤자 몇 명 인원이 없었고 사람이 남게끔 직원을 뽑는 일은 없었다.
바쁘면 데스크든 상담실장이든 수술실도 들어가고 모두 멀티가 되어야 한다. 정말 어쩔 때는 홍보실장도 거들어야 되는 지경이다.
그런데 정은은 수술실만 들어가면 나오질 않는다. 수술이 끝난 후 뒤정리와 기구들 멸균처리를 한다면서 반나절을 보내기가 일상이었다. 그렇게 바쁘면 미정이 같이 들어간다고 해도 굳이 사양하고 혼자 한다고 우긴다.
게다가 아래층 정형외과에 결원이라도 생기면 엄청 병원을 위해 희생한다고 생색을 내며 지원을 나간다.
역시 한동안 그녀를 볼 수가 없다.
개똥이 빠진 자리는 나머지 직원들이 메꿔야 했다 직원들이 힘든건 안중에도 없고 대원장 눈에 들기위해 어떻게든 없는 구실을 만들려고 궁리만한다.
직원들은 한목소리로 혀를 찬다.
개똥이는 지속이 뻔히 보이는데 스스로 잘난척 똑똑한척 머리쓰는게 안쓰럽기 까지 했다.
필요할 때마다 찾으면 볼 수 없는 그녀는 개똥 또약에 쓰려 필요해서 찾으면 없다고 개똥이가 되었다.
직원들이 정은을 개똥이라고 부른 지는 한 참이 되었지만 그녀가 개똥이 인 것은 개똥이 본인만 모르고 있었다.
원장을 찾아간 건지 가서 별 도움이 안 되었는지 개똥이는 어설픈 아이돌 연기자처럼 온갖 인상을 쓰고 컴퓨터를 켜고 큰소리가 나게 틱틱 거리며 무언가 쓰고 있다.
대자보를 쓴다고 한참을 적더니 사직서를 꺼내 뭐라 막 적고 있다.
도대체 커피드립팩이 뭐라고 세상 억울한고 불쌍한 사람이 되어 회사를 나가겠느니 너무 힘들고 지친다고 한다든지 앞 뒤 문맥이 하나 맞지 않은 일기 같은 글들을 쓰고 있었다 자신이 피해자임과 억울함을 보아주길 원하는 듯 자판을 콱콱 눌러서 주위를 환기시키기 여념이 없다.
그렇거나 말거나 직원들은 아무도 동요하지 않는다. 개똥이는 안 되겠는지 물어보지도 않았는데 대원장님을 뵈어야 할거 같다고 이야기하며 나간다.
" 저 똘아이 정말 대원장에게 가는 거 아니야? 아 정말 개 똥이다."
압구정 요지에 번듯한 6층건물에 무통 병원이라고 하면 모르는 사람이 없었다.
비싼 동네에 수십 년을 자리를 지켜온 것만으로도 대단한 일이지만 대원장 흥남의 남다른 노력이 없이 그냥 꽁으로 이루어진 것은 아니다.
강남의 요지에 있는 병원들 중 10에 7,8개는 성형외과이다. 피 말리는 경쟁의 틈바구나에서 무통병원은 주 진료과목은 정형외과이다,
자신의 건물에 정형외과로 자리를 잡고 오랜 시간 버텨온 것도 시류를 잘 파악해서인지 운이 좋았던지 하여튼 일찍 자리 잡은 덕분에 병원은 건물과 땅값만으로도 굳이 영업을 할 필요가 없이 탄탄히 잘 굴러가고 있었다.
알뜰한 대원장 흥남은 남들 다하는 과목이라 부업처럼 성형외과를 들이고 내과도 겸한다.
성형외과는 처음 장소만 주고 동업식으로 최원장과 동업을 하였지만 돈이 된다 싶은 최원장은 결국 독립을 하여 나갔고 젊은 페이닥터를 두고도 그럭저럭 유지는 하였다.
중국인 손님들이 넘쳐나던 시절은 한참을 성황을 이루었지만 코로나로 슬슬 끝이 보이기 시작했다.
얼마 전 젊은 이원장이 그만두고 나간다 했을 때 붙잡아 두려 했지만 홍보실장이 이야기를 듣고 조용히 보내주었다.
이원장이 나간 후 사물함에는 빨간 하이힐과 여성용 요란한 속옷들이 발견되었다.
물론 이원장은 남자였기에 이게 무슨 일인지 누구 거인지 설왕설래했다가 조용히 잠잠해졌다.
그런 후 새 원장을 뽑는 중에 개똥이는 큰 활약을 한다,
최원장에게 연락을 하여 원장 자리가 비웠음을 넌지시 알려주었다.
최원장은 의욕은 앞섰으나 손재주가 똥망이었다. 돈 되는 큰 수술을 하질 못하고 수술원장을 불러 수술을 하다 보니 잘 될 턱이 없었다.
쫄딱 망하고 페이닥터를 했지만 별 재미가 없는 시절이었다.
그런데 마침 개똥이가 알려준 소식은 가뭄에 비 만난 듯 도움이 되었다. 수술은 그렇지만 남다른 입담으로 대원장 흥남을 구워삶기는 식은 죽 먹기였다.
동업하다 나간 최원장이 못 미더울 만도 하건만 대원장은 오히려 숙이고 들어오는 최원장이 맘에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