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지천을 걷다

by 승환

공지천 물가에는 물그늘이 산다

해가 뜨지도 않은

2월의 한낮


하늘은 재빛이라 강기슭에

게으름이 축 늘어져 있다


소리도 없는 울음이

얼음장 밑으로 징하게 흐른다



높이 올라간 집들이

저 강너머 먼곳을 훔쳐보지만

공지천은 앞섬을 추스리고

산으로 숨는다



나무들이 머리를 맞대고 수근 거리며

저녁놀을

부여잡는 시간


길따라 뛰어가는 아이들의 잔등에

봄 바람이 올라탄다


물그늘에 슬쩍 미끄러지는 봄냄새를

주워들고

나는 오른팔이 시큰하게

공처럼 멀리 던져버렸다.


백구는 껑충하고


공지천을 뛰어 넘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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