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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시시한 날

어중간한 톤으로 사는

by 승환

베이지색 바지를 입은 아내의 발목이 깡충하다

회색빛이 도는 블라우스를 걸치고 거울 앞에 섰다.

그리고 내게 묻는다

베이지색 칼라는 차가운 톤인지

회색은 따듯한 톤인 것 같지 않은지


아내의 말은 너무 뜨거워

귓가에 닿자마자 화끈거리다 사그라들었다.

나는 조금 고민하는 듯 뜸을 들였다

바지가 짧다고 할까 말하려다

톤이 다 어중간하다고 말했다.


도대체 당신의 눈은 해태눈인 건지

나에게 관심이 없는 눈이겠지

겨울이 다 지났는데

아내의 눈에서 얼음장 같은 찬 바람이 일었다.


차갑고도 뜨거운 시절 아닌가

날씨는 하루에 몇 번 싸늘하다 따듯해지고

눈발이 날리다 오후에 꽃잎이 날렸다.


사람들도 모두가 뜨겁고 차갑고

뒤죽박죽 정체를 알 수 없는 온도로 섞여 들었다.

나의 톤이

당신의 칼라가 무엇인지

그 속까지 알 수가 없다.


아내여

봄나들이 갈 시간이다

혼돈스러움은 이제 최신 스타일인 듯

하나로 통일하려 너무 걱정을 하지 말길


아내는 나의 말에 단호한 표정을 지었다

새로 꺼낸 원피스를 입고

거울 앞에 섰다

벨트를 매었다 풀었다 몇 번을 하더니

허리에 꼭 둘렀다.


아래와 위를 가르듯

내편과 네 편이 갈라져 있는 모습은

요즘 대세였기에

나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거리에 구호를 외치는

한 무리의 사람들

그리고

나들이를 가는 차량의 행렬


뜨겁고

또 차가운 사람들


어중간하고

밋밋한 톤으로

물드는

나의 부끄러운 주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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