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게소 앞,
여자들이 줄을 선다
참을 수 있을 만큼
참은 사람은
마음의 철책을 열고
인생의 시련을
몸으로 넘는다
죄송합니다,
고개를 숙인 채
남자화장실 문을 연다
피하지 못한 시선들이
등 뒤로 꽂히고
여자는
등줄기에
피 같은 땀을 흘린다
문답의 순서를 잊는다
무례보다 먼저
양해를 배운다
조용히 밀려오는
그 침묵을
우리는 용기라 부른다
산다는 건
끝내 참는 일이 아니었다
끝이 보이지 않는 것은
끝이 없었다
의심을 거두고
발길을 돌려
가는 일
피할 수 없기에
더 이상 피하지 않는 일
살아야 하는 이유보다
살아내는 마음으로
한 사람의 발걸음이
가볍게 튀어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