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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시시한 날

용기

by 승환

용기



휴게소 앞,

여자들이 줄을 선다


참을 수 있을 만큼

참은 사람은

마음의 철책을 열고

인생의 시련을

몸으로 넘는다


죄송합니다,

고개를 숙인 채

남자화장실 문을 연다


피하지 못한 시선들이

등 뒤로 꽂히고

여자는

등줄기에

피 같은 땀을 흘린다


문답의 순서를 잊는다

무례보다 먼저

양해를 배운다


조용히 밀려오는

그 침묵을

우리는 용기라 부른다


산다는 건

끝내 참는 일이 아니었다

끝이 보이지 않는 것은

끝이 없었다


의심을 거두고

발길을 돌려

가는 일


피할 수 없기에

더 이상 피하지 않는 일


살아야 하는 이유보다

살아내는 마음으로

한 사람의 발걸음이

가볍게 튀어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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