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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시시한 날

와식생활

by 승환

와식생활


비가 내리다 말다

구름은 무게를 주체하지 못하고

땅으로 내려왔다.

오늘 하루는 무거운 날이었다.

나는 늘 무거웠고

마음은 들리지 않아

맨바닥에 놓여 있었다


해야 할 일보다

할 일을 찾아야 했기 때문이다


아내는 나를 ‘소’라 불렀다.

여태 숨겨왔던 가족사를 말한다

우리 집은 늘 그렇게

뒹굴고 누워서 세월을 떠돌았다

아버지 어머니도

소처럼 짧게 살다가 떠났다


나는 하루 종일 눕거나

일어나려다 다시 눕곤 했다


책을 펼치면

낱말들이 떨어질까 살짝 긴장했지만

그런 일은 없었고

책 모서리는

늘 잠든 내 코잔등을 때렸다


내 몸은

시장통닭 후라이드처럼 말라갔다

언제 익었는지 모를 기름이,

자르르 흘렀다가 차갑게 굳었다


말랑한 꿈을 꾸고

쫀득하게 숨을 쉬어도

심장은

바삭하다가

푸석해졌다.


머릿속은 늘 떠나지 못했다

가속페달을 힘껏 밟아도

차는 움직이지 않는다.


어제가 오늘 같고

사람은 다 거기서 거기다.


거울에 얼굴을 비추지 않았고

새 옷도 사지 않았다.


면역이 생긴 감기처럼

어느 순간부터

사랑이 시시해졌다.


나는

머리를 바닥에 대고

지구를 굴린다.


지구는 무겁게 돌아가고


아무도

나에게

오늘을 묻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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