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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신처
돈이 없어 자연인이 못되고 알코올...
by
승환
Feb 23. 2023
은신처
알을 깨고 나올 때부터였다.
걸음마를 하고 뛰기도 하였지만
날개가 아직 돋자 않아 피해 갈 곳이 없었다.
세상의 무서움을 엿볼 때마다
은신처 같은 어미의 몸속으로
다시는 돌아가지 못한다는 절망을 배웠다.
엄마의 혼지 껌에도
친구에게 맞고 들어온 날도
나는 방안 이불속으로 들어갔다
이불 안에 한 겹 더 한 올씩 고치를 뽑았다.
스스로 이겨내지 못하는 벽을 만나는 순간
나는 한 마리 누에가 되었다.
누에는 좌절과 욕망의 부스러기 같은
세월의 더께를 집어먹고
풍선처럼 점 점 부풀어 올라.
더 이상 고치를 뽑아내는 입을 잃어버렸다.
그러던 어느 날
등짝이 꼬물거리기 시작하는 때였다
나는 또 한 번 어떤 짐승이 되려는지
살색 껍질이 가려워지기 시작했다
이제는 새로운 은신처를 찾아 두리번거린다.
해가지고 빛들이 내려앉은 거리,
네온사인이 조용히 손짓을 하며
이곳에 숨으라 한다.
나는 한 마리 사슴이 되어
사냥꾼이 알려준 구석의 푸석한 의자에 몸을 숨긴다.
위스키 바의 언더락 잔으로 몸을 구겨 넣는다.
40도의 알코올이 나의 몸을 회복시키는 시간.
한잔 두 잔 살아나는 내 세포들과 조직들을 보며
안도의 한숨도 잠깐.
한 병을 다 비워내도
유리잔벽에 붙어서이지러져
다시 펴지지 못하는 내 영혼을 보았다.
은신처가
아닌 은심처는
또 어디에 있는가?
나는 또 두리번 거리기 시작했다
"그림을 보듯이 겨울 시 쓰기 14일차. 귀스타브 쿠르베 ‘겨울 노루들의 은신처’ �
https://m.terms.naver.com/frame/entry.naver?docId=973291&cid=46720&categoryId=46820
‘은신처에 대해 시 쓰기’
-> ‘겨울 노루들의 은신처’에는 노루 한 마리와 쌓여 있는 눈을 볼 수 있습니다. 이 작품은 숲 속 풍경과 동물을 소재로 한 시리즈 중의 하나라고 합니다. 노루는 귀엽게 보이지만, 주변을 경계하며 은신처를 찾는 상황에 놓여 있습니다. 몸을 숨긴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요. 몸을 숨기는 곳이라는 뜻이 있는 ‘은신처’에 대해 써보는 것은 어떨까요. 겨울 노루들이 은신하는 모습, 사람들의 은신처, 나의 은신처에 대해 씁니다.
체크 포인트
-가능하면 15행 이상으로 완성해보기
-제목을 ‘은신처’가 들어가게 짓거나, ‘은신처’라는 시어가 들어가게 쓸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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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코올
자연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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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환
살아가는 것은 살다 말다 못하는데 쓰는건 쓰다 말다 하게되네요 사는동안 사는 것처럼 쓰고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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