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이 사라지는 집이었다.
조금은 비탈지고
불빛보다 어둠이 익숙한
낮에 더 조용한 집
누워야만 들리는
하루의 유일한 목소리
밤의 적막을 흔드는
비명인지 환호인지 모를
그 소리가
멀고도 가까운 어디에서
흘러 나온다.
얼굴이 없는 그 남자는
실체는 있으나, 실재하지 않는 존재였다.
잠을 자야 하는 나와
깨어나야 하는 그는
그 짧은 순간
서로를 알아본다.
미지의 사람은
늘 두려운 대상으로 남아
난 언제나 잠을 서두른다.
어느날 부터
남자의 목소리가 사라지고
나지막한 음악소리가 들려온다.
잠깐 그 남자를 생각하고
얼굴이 아닌
소리를 이내 잊는다
집을 나서다 문소리가 나면
나는 조용히 서서 기다린다.
소리가 사라지는 시간을
열까지 속으로 세고,
문을 열고 방을 나선다.
계단을 내려설 때 즈음
복도 끝에서
문을 여는 소리가 난다.
오늘 하루도 우리는
서로가 투명인간처럼
나타났다 사라진다.
우리는 서로의 그림자도
기억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