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린 날
아침에 눈을 뜨니
밤새 안녕했고
묶어두었던 어제는
모두 조용히 사라졌다.
비워낸 마음 위로
어두운 구름들이 몰려들었다.
오늘, 하늘이 흐리다.
내가 처음
가졌던 건 무엇이었을까.
오늘 같은 우울이었을까.
비웠다는 생각 끝에
회색빛이 서서히 차오른다.
바람이 분다.
비웠다는 것이
가만히 흔들린다.
아무것도 없어서
빛에 물들고
또다시 흔들린다.
잿빛 하늘은
어디서부터 물드는지
하늘과 내가
겹쳐지는 동녘은
또 다른 서쪽의 하늘
알 수 없는
그 어딘가의 하루를
어떤 이가 살고 있는 것일까.
마음이란 것이
처음부터 내 것이 아니었는지도 모른다.
있었던 적은 없고
빛으로만 남아 있는 무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