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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시시한 날

lover’s high

사랑만큼이나 아니면 더 큰 쾌감은 비련이나 이별의 후일지도 모른다

by 승환

lover’s high



너에게 가는 길은

숨이 차오르는 오르막이었다.

돌아갈 곳은 없는데

발끝은 계속 나를 밀어낸다.


심장은 어린아이처럼

칭얼거리며 멈추자고 했지만

두 다리는 듣지 않았다.

마음은 두 갈래여도

몸은 하나여서 길 위에 있었다.


도달하지 못한다면,

도달한다 해도

달라지는 건 없을 것이다.

끝이 정해져 있다는 사실이

나를 조금 더 깊은 곳으로 데려가곤 했다.


사랑이 지나간 자리에 서면

심연에서 건져 올린

나를 다시 보게 된다.

떨리는 손끝이

살아 있다는 독백처럼 흘러내린다.


눈물이 떨어진 자리마다

생채기였다.

손끝을 세워 뜯어낸다.

아리고 쓰릴수록 달콤한.

말라가면 견디기 힘든 갈증이었다.


선택되지 않는다는 것,

사랑보다 실연의 그림자,

경멸과 측은이 섞인 눈빛들이

미소보다 오래 남는 밤이 있다.

그런 밤은 누구에게도 설명할 수 없다.


누구라도 괜찮다고 둘러댄다.

사실 너가 아니었음을,

나는 나만을 사랑했다고

소리 내지 않고 인정해본다.

결국 사랑이 아니라

거절과 슬픔이 나를 살게 했다는 것을.


이해할 수 없지만

사랑보다 더 큰 감정이 있다는 것.

무너지지 않는다는 것.


또다시 뛰어야 한다.

두 손에 힘을 모아

심장의 끈을 단단히 조인다.


영원히 사그라지지 않는 마음,

lover’s high.





사랑만큼이나 아니면 더 큰 쾌감은 비련이나 이별의 후일지도 모른다

열애의 순간은 나를 넘어선 교감의 순간이라면 그것은 찰나일 경우가많고 유통기한은 길지 않은듯 하다

이별이나 사랑의 슬픔은 고통스럽고 견디기 어려운 정서적 충격이다

역설적이지만 너무 큰 정서적 파괴는 스스로 느끼는 존재적 증명의 순간이 다가온다.

울음과 분노와 상심과 상념은 강렬하고 나를 깨우고 카타르시스로 이끌어 가기도 한다.

끊임없이 사랑하고 이별하고 또 다시 사랑을 찾는 사람들은 러너스하이 같은 마음의 기저는 아닐까?

황홀한 사랑보다 이별이나 거절 짝사랑은 아프지만 그래서 달콤하다.

슬픔은 한가지 맛이 아니고 커피처럼 달큰 쌉사름하고 중독된다.

사랑이 그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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