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망자

위험하면 뛰어 도망가야지 비겁한 일이 아니야

by 승환

어제 신촌의 글모임을 참석했다

집이 가까운 핑계로 주착없이 젊은 친구들 틈에 끼어 첫 오리엔테이션 같은 모임을 했다

주최하신 분은 서강대 교수이신 듯 차분하게 나긋나긋 말씀을 하신다

남자도 저렇게 피부가 뽀얄 수 있을까 곱게 나이를 먹어가는 남성도 매력이 있어 보인다

소소한 글과 시를 쓰고 읽고 합평이 아닌 서로의 편한 감상과 소통을 나누는 모임이다

스케치라고 부르는 단편의 글 쓰는 방식이 작명과 잘 어우러진다고 할까

무엇인 든 주변의 모습을 글로 써내는 방법은 스스로 글을 쓰고 마음을 키우는 효과적인 방법인 듯했다

전 기수의 참석자도 몇 명 있었고 그들의 글을 읽고 서로 감상을 나눈다

옆에 있는 아가씨의 글이 인상 깊다

첫인상도 자유로와 보이고 구김이 없이 밝아 보였는데 자신의 학창 시절의 모습들을 써왔다

힘들 때 하기 싫을 때 어머니는 도망가도 된다고 하셨단다 학교에 부적응하고 못 견뎌할 때 선생님은 나무라고 자신의 지도에 반기를 들어 무시하고 상처를 주었지만 가지 못한다는 대학교도 가고 직장도 다닌다

직장도 힘들어 도망치듯 그만 두지만 엄마는 이해를 해주신다는 내용인데 매우 유쾌하고 맛깔스럽게 썼다

반대편에 앉은 남학생은 자신의 학창 시절 우울증과 부적응을 고백한다 그 역시 선생님이 가해자이다

진로를 위한 공부를 안 한다고 정서적 학대를 당하고 몸무게가 38킬로 밖에 안 나갈 정도로 스트레스와 우울증을 겪었다고 한다

진로와 좋은 대학이 인문계의 궁극적 교육목적인 세태의 아픈 모습이다

늦게라도 젊은 친구들은 이겨내고 자기의 길을 간다

정말 힘들 때 우린 왜 우리는 인내하라고만 할까 인내와 고통의 감내는 과연 인생의 미덕일지 성공의 밑거름이 되는지 조금 의문이 들기 시작했다

최선을 다하고 열심히 하였지만 취업도 성공도 요원한 세상이다

경제적인 자유는 나중의 문제지만 월급쟁이로 성실히 시간을 보내어도 금수저를 물고 온 이들을 따라잡기는커녕 생존에 급급해지는 지금 시절을 어떻게 젊은 친구들에게 설명을 할까

본인의 마음이 움직여지는 그런 것을 찾으면 어떨까

실패해도 안되면 도망가고 다시 돌아와 재도전하고 또 다른 무엇을 찾으라 하면 어떨까


세상을 지배한 승자들은 전부 도망자였고 패자였다는 것을 이야기해주고 싶다

한나라의 유방이 그러하듯 중공의 국부인 모택동이 그러듯 힘이 부치면 도망을 가라

언젠가는 권토중래를 꿈꾸면서 자신의 꿈만 계속 가지고 있으면 이루지 않을까


인내라는 말에 좀 더 살을 붙여 꿈을 인내하라고 하고 싶다


공부대신 글을 쓴다고 무시당하는 학생은 어쩜 미래의 대문호일지 모른다


기운 내 청일점 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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