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란 관계의 미학일까?
신촌에서 집까지 걸어온다.
그리 늦지도 이르지도 않은 밤 같은 시간 10시에 거리는 드문드문 사람들이 차들이 서두르듯 움직인다.
아직 남은 밤시간을 아껴 무엇을 하려는 건지 그저 본능으로 남은 귀소의 목적에 충실히 하려는지 두리번거리는 사람은 나 하나이고 모두들 무표정한 걸음걸이로 기계처럼 걷고 있다.
바람은 차지만 봄이라고 시위하듯 나뭇가지에 꽃망울들이 하나둘씩 올라오고 있었다.
나이를 들수록 누군가를 만나는 일은 별로 없어진다.
누구를 만나더라도 의례적이고 사무적인 말투와 답을 얻기 위한 질문을 하지 않는다
목적이 없는 대화라는 것이 있을까?
결국은 서로서로 이야기하다 보면 들어주는 것 맞장구쳐주는 것이 그냥 나의 매너를 확인시켜 주는 듯 상투적으로 되어버렸다.
나의 절망과 실패와 아픔을 이야기하여만 그들은 동감해 준다. 나 역시 그들의 실패와 절망을 통해 안도와 구원을 얻는다.
서로서로가 절망을 이야기하며 희망을 본다는 것의 아이러니...
대화란 것 진지한 속 깊은 대화란 것의 아이러니...
그가 이야기를 하더라도 나는 그의 이야기 속의 주인공이 되어 속으로만 생각한다. 그를 이야기하여도 나는 내 이야기만을 떠들고 있다.
주고받고 네가 내가 되고 내가 네가 되는 경지의 관심과 집중은 언제나 요원하다.
무엇이 우리를 아니 나를 외롭게 하는 것일까?
길거리 인파 속 하나하나의 사람 속에 각각의 심장이 있고 영혼이 있고 그 마음들이 나와 다르지 않은 듯 비슷한 동질성을 지닌 또 다른 나라는 것을 생각하면 소름이 돋기도 한다.
살다 보니 갑자기 몰랐던 나의 쌍둥이들이 수만 명이 지나가는 모습이라니...
나의 문제일지, 관계의 문제일지, 나의 의식의 문제일지, 어떤 오류가 있는 것인지 아직도 불분명하다.
사람들과 대화 속에서 내 혼자의 세계로 빠져드는 나를 발견하고 흠칫 놀라고 온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