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래

빨고 나서도 건지고 말리고 다시 개고 다친 마음은 손이 많이간다.

by 승환


마음의 문을 열고 들어오기 전

밖에서 묻어온 감정들을 벗어서

툭툭 털지 못하고 그냥 벗어서 두었다.


언젠가 다시 입고 세상 밖으로 나갈 때

그때,

널브러진 감정들을

다시 주워 입을라치면

쾌쾌한 고린내가 내 냄새인 줄 모르고

흠칫 놀란다.


살다가 한 마흔 즘에 한 번 빨아야 했을걸

바람 불고 볕이 좋은 옥상에 올라 앞뒤로 널어야 했을 걸

해지고 꼬깃한 마음을

이제 한참을 지나 빨래를 한다.


빨래가 되어버린 마음은

혼자서는 빨리지 않는다.

세탁기문을 열고 세제를 넣는다.

이제 그 안으로 들어가

구겨진 나는

또 버튼을 눌러줄

누군가를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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