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 내시경을 하는 전날이었다
온종일 주린 배를 움켜주고 잠도 오지 많았다
별에 별 생각이 다 들다
덜컥 내가. 마취를 한다 하지 말걸
허연 가루약을 마저 물에 풀어 먹고
혹시 모를 부끄럼이 한점 없이 화장실 변기에 앉아 상념에 빠진다
내가 혹시 죽음 어쩐다냐
별별 걱정이 다돼서
아내에게 편지를 남겼다
재가를 가면 모를까
혹시라도 혼자 살더라도
그냥저냥 먹고 살 준비는 되었으니
있는 집 잘 간수하시오 썼다.
쫄딱 망한 동생네 하나뿐인 조카 좀 봐주오
공부라도 시켜주고 챙겨주시오
이래 써놓고 잤다
기진맥진 다음날 검사를 끝내고 오니
나 좀 보잡시다. 하더니
전번에도 전전번에도 술만 먹음 그놈의 조카
걱정 조카사랑 이야기하더구먼 사람 정말 징글맞다 그리 걱정되면 입양해 키우던지 화를 낸다.
그럼 입양을 해야 하나 곰곰이 생각하던 차에
아내의 눈에서 닭똥 같은 눈물이 똑똑 떨어졌다.
내가 무얼 잘못했나 어리둥절하다 머쓱해졌다.
아이가 갖고 싶어도 없는 아내에게 툭하면 장남이네 대 이을 걱정이나 했던 내가 미안스러웠다.
자기 죽음 마누라 걱정 보다 조카 걱정이나 한다고 그러니 할 말이 없다
죽기 전에 진심이라고 말을 뭐 하려 했나
나도 아내의 진심이 궁금해서 언제 내시경 할 때 유언장 한 장 쓰라해야겠다.
아니다 아내는 자기 죽음 따라오라 할지도 모른다
뚱한 채 눈만 껌벅 거리며 생각하다 모기처럼 조그만 목소리로 얘기했다
밑에 다가 조그맣게 사랑한다고 고맙다고 썼는데...
그냥 안 죽어서 다행이다 싶은데 이제 산 것도 죽은 것도 아니게 되었다.
그냥 오래 살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