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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umsoo Kim Jul 21. 2019

재해석으로 취향을 제안하다

아크 앤 북 이야기 [트렌토리]



오늘은 인큐(이제 곧 뷰클랜드가 될 그 곳)에서 트렌토리가 열렸다. 트렌토리는 트렌드가 된 어떤 주제를 가지고 서로 이야기를 공유하는 모임이다. 나는 지난 2월, 이모티콘을 시작으로 5개월 간 참여했는데, 이번 8월부터 9월(길게는 10월)까지는 회사에서 필요한 자격증 취득 및 주말 휴식을 위해 쉬게 됐다.


그래서 이번 트렌토리는 나에게 있어서 2달 휴식 전, 나름 내 2019년 인생 전반기에 마지막으로 하는 트렌토리였다. 2018년 전반기 마지막 트렌토리의 주제는 무엇이었을까?








바로, 요즘 서울에서 가장 힙하신 땅, 을지로에 자리를 잡은 서점, 아크 앤 북이었다. 아크 앤 북은 다른 서점들과 다르게, 고객에게 책과 문화를 제안하고 구매하게 만드는 서점이다. 나는 이곳을 두 번 방문했다. 우주인이라는 창업 크루를 열었을 때, 자유모임 시간에 갔었다. 그리고 이번, 트렌토리를 위해 다시 방문했다. 이곳이 좋은 이유는 처음 방문했을 때와 다시 방문했을 때, 내가 느꼈던 아늑함과 "책을 제안하는 그들의 문화"가 그대로 있었기 때문이다.




#1. 내가 선정한 키워드: 킹덤 오브 Books



트렌토리 시간은 내가 준비한 키워드를 서로 공유하며 시작된다. 나는 아크 앤 북을 다녀오며, 이곳은 "킹덤 오브 Books(책의 왕국)"같다고 느껴졌다. 내가 준비한 키워드는 내 인생 영화인 [킹덤 오브 헤븐]에서 따온 것. 제목만 따 온 것이다. 이번 트렌토리를 위해 방문했던 아크 앤 북은 진짜, 책의 왕국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왜냐면 이곳은 플리마켓 / 음식점 / 음악 감상 공간이 있지만, 대부분 책과 연결되어 있는 브랜드들이 많았다. 음식점도 교보문고처럼 생뚱맞게 회전초밥집이 있는 게 아니라, 책 진열장에 있었던 일본 및 동아시아 음식 관련 책들과 가장 근접한 맛을 볼 수 있는 일본 가정식과 대만에서 주로 먹을 수 있는 아시아 푸드 등이 입점해 있었다.


그리고 음악을 들을 수 있는 곳도 고품격 퀄리티를 자랑했다. 마치 아크 앤 북에 있는 예술 코너나 음악 관련 코너에 있을 법한 책에서 추천하는 음악을 여기서 들으라고 말하는 듯한 느낌도 받았다. 이렇게 놓고 보니까, 아크 앤 북은 책의 왕국 같았다. 이 안에만 있으면 책과 관련된 모든 것들을 즐길 수 있다고, 나는 이 모든 것이 갖춰진 왕국이라고, 공간이 말하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2. 고객의 시선과 사업자의 시선



나의 느낌을 공유한 다음, 트렌토리에 참여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그리고 두 개의 시선이 담긴 대화를 즐길 수 있었다. 내가 말하는 두 개의 시선은 "고객의 시선과 사업자의 시선"이었다. 고객의 시선에서 볼 때, 아크 앤 북은 다음과 같았다.







1. 내가 뭘 좋아하는지 모르니까, 다 준비된 공간이 있으면 좋겠어: 우리나라는 개인의 취향이라는 것이 정립된 지 10년도 안 된 나라다. 개인의 취향이 대두되기 전까지 우리나라는 일제강점기 / 해방 / 한국전쟁 / 군부독재 / 민주화 / IMF / 대통령 탄핵을 지난 110년 간 한번에 겪었다. 자연스럽게 개인보다는 집단을 더 선호했다. 개성보다는 몰개성, 획일화를 선호했다.


하지만 IMF와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달라졌다. 나를 지켜주던 집단이 사라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개인이 자기의 끼와 자기만의 무기를 계발시키지 않으면, 금방 도태되는 세상이 되었다. 이런 이유로, 요즘은 취향이 개인을 매력있는 사람으로 만들어주는 장치가 되었다. 그리고 사람을 평가하는 기준이 되었다.


하지만 우리는 아직까지, 내가 뭘 좋아하는 지 알아가는 교육을 받지 못했다. 그렇기 때문에, 취향의 시대에서 우리는 지금... 나의 취향이 무엇인지 탐구하고 있다. 배워 본 적이 없으니, 취향이 뭔지 알 기회가 없었으니까. 아크 앤 북은 이중, 독서와 라이프스타일 취향에 맞추고 있다. 내가 어떤 책을 좋아하는 지 모르는 고객들을 위해 이것부터 읽어보라고 말한다. 자신들이 제공하는 굿즈와 편한 공간에서 마음껏 즐기며. 그래서 이곳은 자기 취향, 특히 독서와 라이프스타일에서 자기 취향을 찾고 싶은 고객들이 즐기기에 매우 매력적인 공간이 아닐까.










2. 인스타 갬성: 우리가 어딜 놀러가면, 항상 인증하는 그곳이 있다. 그곳은 장문의 글이나 고도로 편집된 영상을 올릴 필요 없이, 사진 딱 한 장만 올려도 나를 힙한 사람으로 만들어준다. 그곳은 바로 인스타그램이다. 공간마케팅이 발달하고, 자랑보다는 경험을 이야기해주길 좋아하는 현대적 특성상, 이제 공간은 "무엇인가 나의 경험을 공유할 수 있을 정도로 매력적일 것"이란 전제조건을 바탕으로 설계되고 있다. 특히, 그 공간이 가장 간단하게 나를 힙한 사람으로 만들어줄 정도로, 인스타그램에 올리고 공유하고 싶으면... 매우 잘 설계된 거라고 하겠다.


아크 앤 북이 그랬다. 다른 서점에 비해, 이들은 고객들이 "이곳에서 책을 읽으면 뭔가, 교양이 가득한 사람"이 된 것 같게 느끼도록 되어 있다. 푹신하고 편한 소파에는 나를 고급스럽게 만드는 독서안경까지 있고, 여기서 노트북 작업도 가능하도록 콘센트까지 있다. 그래서 여기서 책을 읽거나 작업을 하면, 그 사람이 왠지 모르게 멋있게 느껴진다. 내가 그 사람이라면, 인스타그램에 내가 일하는 걸 관종끼(?) 넘치는 셀카로 올려도 멋져 보일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이러면 인스타에 올리고 싶어진다. 내가 이런 사람이라는 걸 어필하며 이 공간을 공유할 수 있으니까.








사업가의 시선에서 바라본 아크 앤 북은 어떤 특징이 있을까? 트렌토리에서 이야기 나눴던 사업가의 시선에서 본 아크 앤 북은 내 시야를 확장시켜줬다. 직업이 마케터인 특성상, 나는 뭔가를 접하면 나 중심보다는 고객의 시선이 되어서 생각해보는 습성이 있다. 그래서 나는 이번 트렌토리에서, 내 입장에서 느낀 고객의 시선으로 아크 앤 북을 이야기했다.


여기에 오늘, 사업자의 시선에서 아크 앤 북 이야기가 더해졌다. 자영업을 하시는 분과, 아크 앤 북을 사업가의 시선에서 분석해 오신 분들께서 젠트리피케이션부터 시작하여, 아크 앤 북의 부동산 입지조건과, 아크 앤 북을 만든 사업가들이 어떤 사람들인지 이야기를 해 주셨다. 인상에 남았던 것은 많았지만, 그동안 고객의 시선으로만 봐 왔던 것들을 사업가의 시선에서 보게 되어 신기했다. 사업가들이 이런 점들을 다 고려하고, 결정을 내리고 실행하는 절차를 간접적으로 경험해 본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최근 나는, 팀이 잘 갖춰진 게임 굿즈 회사 마케터로 이직했다(내 사촌과 니라쌤께서 이름을 알 정도로 인지도 높은 회사로). 그리고 막내가 아니라, 팀의 중간급 주임 포지션을 제안 받았다. 내 밑에 막내도 곧 들어온단다. 그동안 내가 막내 마케터로서 고객 입장에서 제품을 제안하고 콘텐츠를 만들었다면, 이젠 이 사업을 추진하는 팀의 입장이 되어서 프로젝트와 제품을 제안하고 콘텐츠를 만들어야 한다.


나의 포지션이 성장한 단계에서, 사업가의 입장에서 아크 앤 북을 이야기한 걸 들었다는 것은 너무 퍼펙트한 경험이었다. 맨날 고객의 눈으로 생각하던 것들에 사업가의 시선을 더한, 최고의 경험이었기 때문이다. 덕분에, 나도 팀과 사업가의 입장도 고려해야 한다는 것도 배웠다.






#. 결론: 어떤 재해석으로 취향을 제안해 줄 것인가?



트렌토리의 마지막은, 한 주간 주제에 대해 복습하며 곱씹고, 나의 생각을 확장시키는 질문을 만드는 시간이다. 이번 아크 앤 북 시간의 질문은 "어떤 재해석으로 취향을 제안해 줄 것인가?"였다. 개인 취향이 곧 사람의 개성을 만드는 이 시대, 취향이라는 코드는 아크 앤 북 뿐만 아니라 거의 모든 사업에서 중요한 것 같다.


내가 속한 게임 굿즈 업계도, 마케터들보다 더 빠삭하게 아는 유저들의 취향이 강한 곳이다. 그래서 나는 요즘, 회사의 시선으로 "이 제품을 어떻게 재해석해 고객들에게 취향이라는 포인트로 제안할까?"를 고민하고 있다. 그 고민을 가지고 있을 때, 트렌토리에서 아크 앤 북을 가지고 이야기한 것은 좋았다.


나로 하여금 게임과 관련된 굿즈를 고객과 사업가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연습을 할 수 있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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