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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umsoo Kim Jul 27. 2019

[취향을 찾아서 4화] 그가 변했다

영화토리: 봉준호 월드



오늘 인큐 트렌토리는 영화 마케터님께서 진행하시는 소모임, 영화토리가 열렸다. 이번 영화토리 주제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핫한 감독, 평단과 영화 관람객 모두가 인정하는 크리에이터인 봉준호 감독이었다. 나는 개인적으로 봉준호 감독의 영화를 좋아했다가, 이번에 실망했다. 평단에서는 그가 진화했다고 말했지만, 내겐 나의 영웅이 세상에 진 것 같은 아쉬움이 더 컸기 때문이다.


나의 영웅에게서, 나는 아쉬움을 느꼈다. 그렇다면, 영화 마케터님과 다른 사람들은 봉준호에 대해서 어떻게 느꼈을까? 그 점이 궁금했고, 영화토리를 신청했다.



#1. 내가 선정한 봉준호 키워드: 그가 변했다.



영화토리는 자신이 준비해 간 키워드를 가지고 이야기를 나눈다. 나는 이번에 설국열차와 기생충을 관람하고 모임에 참여했다. 내가 두 영화를 보고 느낀 건, "봉준호가 변했다"였다. 내가 그의 영화를 좋아했던 건, 그의 영화는 뭔가 세상의 틀을 깨려는 대안을 제시하는 모습이 많았기 때문이다.








나는 보수적인 집안에서 자라났다. 보수적인 집안 분위기는 몇 년 전, 내가 블로그를 한 것을 계기로 사촌들이 외국 유학, 독일에서 화가 활동을 하는 것으로 깨졌다. 그 전까지, 나는 보수적인 집안에서 자랐다. 그리고 "충재는 꿈대로 살아라"는 말을 어릴 때 듣지 못했다.


"충재는 공부만 열심히 해서 명문대 가야 한다. 꼭", "충재는 꿈보다 현실대로 살아야 한다", "너는 무조건 엄마에게 잘해야 한다. 다른 생각 말고 집안 일으킬 생각만 해라. 네 아버지 때문에 너는 그래야 한다"는 말만 많이 들었다. 어른들 말씀이 무조건 다 나쁜 건 아닌데, 나에게는 숨 막힐 정도로 답답했다(정확히, 블로그 방문자가 100만 명 넘었을 때부터 저 말이 쏙 들어가긴 했다).








그때 만났던 영화가, 봉준호 감독의 [설국열차]였다. 나는 영화관에서 [설국열차]를 봤는데, 뭔가 사이다 같았다. 영화에서 남궁민수(송강호)가 열차를 부수고 세상으로 나아가자고 외치는 장면 / 폭파된 열차에서 살아남은 요나(고아성)가 마주한 북극곰을 보면서, 부조리한 현실, 내 꿈보다는 가족을 위해 살아야 한다는 주어진 사명대로 사는 게 싫다면, 적극적으로 틀을 부수면 된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래서 좋았다.


그날 이후, 나는 누군가가 나에게 틀을 강요할 때(심지어 인큐를 소개시켜 준 친구도 내게 "너는 이래야 해!"라는 틀을 제시했었지)마다 집에 가서 [설국열차]를 봤다. [설국열차]를 보지 못할 때는, OST라도 틀어놓고 지냈다. 아마도, 어렸을 때부터 나다움보다는 가족 / 공동체 / 현실이라는 것만 신경 쓰고 살아야 한다는 것에서 벗어나고 싶은 욕망 때문이었을 거다. 그때, 봉준호 감독은 나의 우상이자 영웅이었다.


그랬던 그가, [기생충]에서는 변했다. 그간 사회의 틀을 깨고 대안을 제시하던 그가, [기생충]에서는 "부조리한 현실을 인정하자. 대신, 그 안에서 답을 찾자"고 약해진 모습을 보였다. 나는 [기생충]에서 최우식이 집을 산 것이 그저 상상일 뿐이었단 점이... 그의 영화에서 사상 최초로 "사회의 틀을 인정한 모습"으로 느껴졌다. 매우 아쉬웠다.


나에게 주어진 틀이 지겨워서 대안을 제시해 줬던, 문제 제기를 했던 봉준호 감독의 영화를 찾았는데 그가 사회를 인정하다니... 그래서 나는, "그가 변했다"라고 키워드를 만들어 적었다.





#2. 이야기를 통해 알게 된 봉준호: 인간미,
그리고 선을 넘지 않는 그의 작품 스타일



맛있는 케잌을 먹으며, 영화토리에 참여한 사람들과 함께 봉준호 감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이중, 내가 인상 깊었던 이야기는 봉준호 감독의 인간미와 "불편한 이야기를 제시해도 대중들이 받아들이고, 토론하게끔 만드는 선을 넘지 않는 그의 작품성", 2개였다.







최유리 마케터님과 영화토리 참여자들로부터 들은 봉준호는 인간성과 의리의 끝판왕이었다. 잠깐이나마 일을 같이 했던 사람들을 챙겨주는 디테일함, [기생충] 촬영 때는 주 52시간을 지켜가며 일했던 것, 배우 송강호와의 우정 등등... 그에 대한 미담들을 모임에서 많이 들었다.


아마도 그런 인간성을 가진 봉준호 감독이기에, 그를 칭찬하고 같이 일하고 싶어하는 사람들, 그의 선행을 기억하는 사람들이 많지 않았을까?라고 느낄 수 있었다.








두 번째. 그의 영화는 "대중들이 불쾌하다고 느끼는 선을 절대 넘지 않는다"는 게 있다. 우리나라 영화는 어떤 때에는 대중들을 불쾌하게 만든다. 억지로 신파를 쥐어 짜내거나(신과 함께 등), 누구를 가르치려고 만든 영화인가(나랏말싸미)라고 느끼게 하는 경우, 아니면 치사량 넘칠 정도의 국뽕(인천상륙작전, 국제시장 등) 등이 이에 해당한다.


이 셋의 가장 큰 문제는 신파 때 울지 않으면 내가 감정이 메마른 사람이 되거나, 프로 불편러가 되거나, 애국심 없는 이상한 사람이 되거나 등... 특정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모자란 사람으로 만들어버린다는 것이다. 봉준호 감독의 영화는 대부분 무거운 주제를 가지고 있지만, 적어도 일부 한국 영화에서 느껴지는 불쾌함을 느끼게 하는 선을 넘지 않는다.


오히려 중간 중간, 감독 본인이 삑사리라고 말한 것처럼 재미 요소를 삽입해, 유머러스함으로 피식 웃게 만든다. 영화가 끝난 후, 대중들이 봉준호 감독의 연출의도를 해석하고 의견을 나눌 수 있을 정도로 대중들을 납득시키는 스토리 전개를 보인다. 나도 그랬다. [설국열차] 때는 아예 영화만 집중해서 봤고, [기생충]은 불편했지만 끝까지 영화를 보고, 최우식이 집을 샀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가졌으니 말이다.


인간미, 그리고 선을 넘지 않는 그의 연출에 대한 이야기는 봉준호 감독에 대해서, 더 많은 것을 알게 해줬다. 덕분에 나의 영웅을 여러 시각에서 볼 수 있었으니까.



# End. 크리에이터인 나, 그리고 봉준호


조금 고민이 많은 글 결론이다. 내 직업은 마케터이자 블로그 / 회사 유튜브 / 브런치를 통해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크리에이터이다.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으로서, 대부분 대중들이 공감할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들어내야 할 때가 많다. 심지어 개인 콘텐츠도 브런치를 제외하고, 내 주관과 입장을 쓰기보다 대중들과 호흡을 맞춰야 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모든 콘텐츠를 그렇게 만들 수 없다. 책리뷰를 할 때, 자기계발서 리뷰로 메시지를 전달해야 할 때가 있기 때문이다. 게임 리뷰와 게임 굿즈 리뷰는 철저히, 내가 즐긴 관점을 담아 글을 즐겁게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동시에, 글을 읽어 줄 독자들이 불쾌함을 느끼지 않도록 선을 넘지 말아야 한다. 어렵다. 아휴.


위와 같은 내 직업 때문일까. 오늘 영화토리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선을 넘지 않는 봉준호"였다. 나도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으로서, 대중과 내가 느끼는 지점 그 어딘가에 있는 공감대를 찾아야 하기 때문일지 모르겠다. 과거 불곰 1기를 운영했을 때와 다르게, 더 대중 친화적인 게임 / IT 리뷰를 써야 하기에... 나에게 봉준호 감독과 같은 "선을 넘지 않는 센스"가 필요한데, 그것을 어떻게 하면 만들어낼 수 있을까.


이번 주, 그리고 다음 주에는 이 생각을 하는 것으로 살게 될 것 같다. 브런치 취향 매거진은 이렇게 마쳐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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