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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umsoo Kim Aug 11. 2019

나는 내 인생을 창업하고 있었다.

인큐 트렌토리, 창업형 인간 편

오늘은 인큐에서 트렌토리가 열리는 날이다. 트렌토리는 트렌드를 가지고 서로 이야기를 나누는 모임이다. 이번 트렌토리는 색달랐다. 그동안 트렌토리에서는 프리랜서와 퇴사 등, 현재 일이 어떻게 변해가는지 다뤄왔다. 오늘은 그 연장선상이자, 프리랜서 혹은 회사에서 독립한 사람들이 꿈으로 두고 있는 "창업형 인간"이 주제였다.





나는 창업을 시도했고, 프리랜서를 시도했다가 회사로 전향한 몸. 그래서 이번 토리가 궁금했다. 창업을 가지고 어떤 이야기를 나눌 것인가?



#1. 내가 창업을 시도하면서 느꼈던 것: 창업형 인간은 열정만으로는 만들어지지 않는다.



내가 이번 트렌토리에서 선정한 창업형 인간 키워드는 "열정만으로는 탄생 불가능한 인간"이었다. 창업을 했고, 그걸 바탕으로 꽤 많은 것을 배웠던 나는 왜 이 키워드를 골랐을까. 아마도 창업에 도전했다 실패했고, 인간관계마저 청산해야 했던 마음 아픈 경험을 했기 때문일 것이다.






창업의 실패가 나에게 줬던 교훈 첫 번째는, 창업은 열정만으로 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나는 인큐에서 스펙아웃쇼를 했던 단원들 일부와 함께, 작년에 모임 커뮤니티 사업 창업에 도전했고, 실제로 수익도 냈다. 정부로부터 지원금을 받았으며, 창업 2기 때는 매출의 50% 넘는 성장을 기록했다. 그때는 나를 포함한 모두가 으쌰으쌰, 정말 열정을 가지고 일을 했다.


하지만 그 열정은 빠르게 식었다. 갈수록 지지부진하게 이어졌던 회의, 이제는 실행해야 하는데 계속 "우리는 어떤 정체성을 가지고 있는가?"만 고민했던 회의가 이어졌다. 결국 좋은 서비스를 내야 하는 시점, 우리는 우리 생각에 갇히게 됐고 3기와 4기는 창업 구성원 모두가 그만두고 싶다고 느낄 정도로 실패했다.


나는 거기서, 내가 꿈꾸고 싶은 회사를 만들고 싶어서 나름 노력했다. 하지만 그런 나도 지쳤고, 결국 올해 2월... 창업 크루 활동을 탈퇴했다. 회사를 만들고 싶었던 내가 창업에 지쳤던 이유는 바로 대인 관계였다. 창업이 진행되면 진행될수록, 다른 크루 사람들은 "멋있어요, 그 가치관 짱!"이란 칭찬을 들었던 반면, 나는 점점 소외되기 시작했었다. 누구보다 빛나고 싶었던 나는 그저 그런 사람, 그저 그런 존재가 되어가고 있었다.


그런 일들을 겪던 중, 창업 3기 진입 전, 자유한국당이 벌였던 정치 파동으로 인해 블로그 터전을 옮겨야 하는 일까지 겪었다. 그때, 나는 나와 친했던 사람이 내 뒷담화를 심하게 하고 다녔던 것을 알게 됐다. "김충재란 사람은 자기 구독자를 돈으로 생각하고 다닌다"는 그 뒷담화를 듣자마자... "내가 뭣 때문에 이렇게 열심히 살았지? 내가 왜 욕 먹어가면서까지 이렇게 창업을 해야 하고 블로그를 하고 마케터를 해야 하지?"란 생각이 들었다. 허탈했다. 그리고 그 때... 창업에 대한 열정이 식었다. 






창업 실패를 하면서 내가 겪었던 두 번째 교훈은 "창업하기에는 나부터가 너무 준비가 안 되어 있었다"는 거였다. 마케터라지만 콘텐츠 제작 경력만 있던 내가, 퍼포먼스 마케팅을 실행하기에 역량이 부족했다. 팀원들도 저마다 역량보다는 열정에 더 집중했기에, 마찬가지로 역량이 부족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 창업 크루는 최대 강적들을 만나게 되었다. 충분히 시장을 연구하고, 모임장들을 포섭했던 이미리의 문토와 모임 사업계의 원탑인 트레바리라는 강적은 도무지 넘어설 수 없는 산이었다. 그들은 조직적으로, 자신들의 서비스를 이용할 만한 사람들이 모인 소셜 네트워크를 집중 공략했고, 서비스의 질을 높였다.


반면, 네이버에서만 경험 있던 나는 페이스북과 인스타 마케팅, 모객 마케팅에서 고전할 수밖에 없었다. 모임 기획을 했던 다른 팀원들도 마찬가지. 이런 저런 일을 겪으며, 홍보에 실패했던 내가 느꼈던 것은 "나는 아직 창업하기에는 부족했다"는 것이었다. 


나는 콘텐츠는 잘 뽑아내지만, 창업에 대한 열정은 있었지만 모객과 퍼포먼스 마케팅에는 경험이 부족했다는 것을 깨달았기에 그렇게 생각하게 되었다. 나는 그래서 창업 대신 회사를 선택했고, 상반기에는 실패했지만... 지금은 내 능력을 알아주는 회사에 들어가 여론을 일으키는 퍼포먼스 마케팅 / 제휴 마케팅 / 채널 운영을 겪으며 역량을 쌓고 있다.







결국, 나의 창업 실패는 "창업형 인간은 열정만으로는 탄생할 수 없는 인간"이라는 진리를 깨닫게 해줬다. 동시에, 나의 현실을 깨닫게 해줬다. 창업에 실패했음을 느끼고, 열정이 식어갔고... 남 탓 하는 게 늘어났던 시점, 정확히 나의 멘토님이라 할 수 있는 백종원 대표님께서 홍탁집 사장님을 혼내는 장면이 나왔다.


그 장면을 보고 나서 깨달았다. 내가 지금 이럴 때가 아니라고. 지금 창업형 인간이 아니라면, 다른 길을 택하면 된다고... 그래서 회사를 선택했고, 지금은 내가 그렇게... 창업 크루 당시 나에게 모멸감을 줬던 퍼포먼스 마케팅과 여론 형성, 제휴 마케팅 등을 배우며 일하고 있다. 새로운 것을 배우니 기분 좋은 것은 당연하고.


아마도 이런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내가 이번 트렌토리에서 뽑은 창업형 인간 키워드가 "열정만으로는 탄생할 수 없는 인간"이지 않았을까.



#2. 토리의 이야기: 사업자 등록증을 내야만 창업일까?



오늘 토리에서는 창업형 인간에 대해서 다양한 이야기들이 나왔다. 모두가 창업을 원하고 그렇게 될 수밖에 없다면이란 이야기도 있었다. 그리고 조금 말랑말랑한 이야기를 원했던 사람도 있었다. 나 또한, 내 이야기를 하면서 창업에 대한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길 원했다.


그 이야기를, 토리에서 들을 수 있었다.






오늘 토리에서 인상 깊었던 이야기는 "사업자등록증을 만드는 것만이 창업은 아니다. 사람들이 스스로 자기 업의 이름을 만들고 있는 것도 창업 아닐까?"란 이야기였다. 한 언니께서 창업 지원금을 얻기 위해서 자신의 업의 이름을 만들었던 경험을 이야기해주셨다.


순간, 과거 인큐기자단을 했을 때 일이 떠올랐다. 내가 첫 인터뷰를 했던 사람이 자신의 업 이름을 선물아티스트라고 짓고, 자기 브랜드를 만들었었다. 그후로 만난 인터뷰이들도 그런 사람들이 꽤 있었다. 그들은 회사를 차리기 전에, 사업자 등록증을 내기 전에 자기 업부터 스스로 창조하고 사이드 프로젝트로 일을 시작했다.


그 경험이, 한 언니께서 말씀해주셨던 "새로운 업의 이름을 본인이 만든다"는 말을 통해서 떠올랐다. 그리고 창업에 대한 내 틀 하나가 깨졌다. 사업자 등록증을 내지 않고, 회사를 차리지 않았지만 자기 블로그나 브런치, 유튜브에서 사이드 프로젝트로 자기 것을 만드는 것도 창업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말이다.






이렇게 여러 사람들이 모인 창업형 인간 이야기는 토리 시간이 끝날 때쯤, 역량과 관점 등으로 주제 정리가 되었다. 우리 모임에서 뽑은 최종 질문은 "내가 가진 관점, 그리고 역량은?"이었다. 창업형 인간이 되려면 나부터 창업에 대한 어떤 관점이 있어야 하고, 내가 이것을 실제 이뤄낼 수 있는 역량이 있는지 나를 알아야 하기 때문에, 이걸 우리 모임이 공감했기에 나온 질문이었다.



#. end: 나는 내 인생을 창업하고 있었다.



토리가 끝난 후, 오늘 나눴던 이야기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이야기는 "사람들이 새로운 자기 업의 이름을 스스로 만들고 있다"였다. 왜 이 말이 가장 기억에 남았을까. 아마도 그것은 내 틀 때문이었을 거다. 창업은 모름지기 회사를 만들어야 하고 사업자 등록증을 내야 한다는 그 틀이, 오늘 위 이야기를 해주신 언니 덕분에 깨졌기 때문일 것이다.




언니께서 해주셨던 말씀을 내 인생에 접목시켜 봤다. 그렇게 본 나의 모습은, 김충재라는 인생을 창업하고 있는 사람이었다. 백종원이 더본코리아라는 브랜드 안에서 한신포차 / 미정국수 / 새마을식당 / 백철판이라는 소규모 브랜드를 만들어 가듯이, 나 또한 불곰이라는 첫 브랜드를 만든 다음 로아라는 새로운 브랜드를 만들고 있었다.


그리고 그 브랜드를 통해 수익을 내고 사이드 프로젝트를 실행하며, 지금 회사에 올 수 있었다. 또, 감사하게도 LG 유플러스나 뱅 앤 울롭슨 등 유명 회사에서 콘텐츠 제작 제안이 들어오게 되었다. 이것은 내가 잘나서, 뛰어나서가 아니다. 내가 나를 꾸준히 창업하며 일을 해 왔기 때문이었다.


그랬다. 나는 창업에 맞고 안 맞고 이런 인간이 아니었다. 이미 나는 김충재라는 이름 아래에, 불곰과 로아라는 각각의 퍼스널 브랜드를 만들며 내 인생을 창업하고 있는 창업주였던 것이다. 왜 내가 창업이라는 범주를 일반적인 틀에서만 보았을까. 내가 이미 내 인생을 창업하고 있는 사람이었는데 말이다.






감사한 시간, 재밌는 시간, 그리고 창업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며 내 시야를 넓혔던 트렌토리였다. 나는 내 인생의 창업주로서,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내고 와서 너무 기뻤다. 트렌토리를 만들어 준 사람들에게 감사하며, 오늘 시간을 함께 해 준 사람들에게 감사하며, 나의 후기를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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