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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umsoo Kim Aug 17. 2019

[취향을 찾아서 5화] 위인전이 변했다

인큐 북토리 이야기[그남자의 책 취향]


인큐, 그러니까 이제 인큐라는 이름보다 "뷰클랜드 카페에서 열리는 토리모임"이 더 익숙한 활동이 있다. 나는 이 활동을 올해 2월부터 지금까지 해 오고 있다. 트렌드에 대하여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재미, 책을 읽고 서로 생각을 공유하는 이야기가 재밌기 때문이다.


오늘 했던 이야기는 나의 취향 중 하나인 책과 연결되는 트렌토리 내 독서모임, 북토리에 대한 이야기이다.



#1. 이번 주 지정도서 - 크리에이터의 생각법



이번 주 북토리 지정도서는 [크리에이터의 생각법]이다. 이 책은 세상을 바꾼 76인의 크리에이터들이 어떤 사람들인지를 간략하게 모아둔 책이다. 책은 76인의 크리에이터를 예술가, 기업가, 이단아, 선구자, 과학자, 비전가 유형으로 정리해두었다.


정리해 둔 목적은 아마도, 사람들이 이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보기 보다는 "나에게 필요한 유형의 사람"을 발췌해서 보라는 의도인 듯 싶다. 한 인물당 4페이지를 넘지 않는 분량, 끝 장마다 있는 인사이트 노트... 그래서 그런지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읽어야 한다는 부담감 없이, 마음 편하게 읽을 수 있었다.




#2. 내가 뽑은 크리에이터 - 소니의 창업주, 모리타 아키오



북토리 시간은 자기가 뽑은 구절을 먼저 적고, 그 구절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전개한다. 이번 시간은 글보다는 사람에 집중된 시간이었다. 구절 대신 내게 가장 인상 깊었던 크리에이터들을 뽑아 이야기를 나눴기 때문이다. 참가하신 분들은 자기 성향에 따라 스티브 잡스, 호르헤 오돈, 데이비드 보위, 마틴 쿠퍼를 뽑았다.







내가 뽑은 크리에이터는 일본의 대표 전자 기기, 음향 기기 기업인 소니의 창업주이자, 스티브 잡스에게 가장 큰 영감을 줬던 인물인 모리타 아키오다. 지금 이 시국에 한국인으로서 어떻게 일본인과 일본 기업을 뽑느냐고 질책할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이번 사태에 대해 이렇게 생각한다. 모든 일본인을 혐오할 게 아니라, 지금 이 사태를 만든 아베 신조 총리와 일본 극우를 미워해야 하는 게 맞다고.


내가 이 사람을 크리에이터로 뽑은 이유는 반가웠기 때문이다. 그리고 소니라는 기업이 내 인생에서 좋은 기억을 많이 만들어줬기 때문이다. 기억은 나지 않지만, 어렸을 때 세계 기업인과 전략가들의 일생을 각 권 76페이지로 요약해 놓은 책이 있었다. 나는 그 때 코코 샤넬, 한니발, 빌 게이츠와 같은 사람을 만났다.


그리고 그 때, 모리타 아키오라는 사람을 만날 수 있었다. 지금도 회자되는 워크맨을 만들었던 신화는 잊을 수 없다. 모두가 안 된다고 하는 걸, 부품 등을 뺄 수 없다고 하는 걸 그는 해냈다. 어릴 때 봤던 그 장면이 얼마나 멋있던지... 그날 이후로 나는 기업가들을 좋아하게 됐다.






내 취미 역사에서 소니라는 기업을 빼면 이야기가 안 되는 부분들이 많다. 음악 듣는 거 좋아했던 내가 나에게 선물을 준 날이 있었다. 내가 전공수업을 듣던 것 중, 유일하게 A+를 받은 게 있었다. 성적표가 나온 날, 나는 나에게 소니 이어폰을 선물로 줬고, 3년간 그 이어폰을 쓰면서 좋은 이어폰이 뭔지를 알게 됐다.


게임도 빼놓을 수 없다. 내 인생 첫 콘솔게임기가 소니 플레이스테이션 1이다. 그걸로 인생 최초의 축구게임인 위닝 2002를 할 수 있었다. 피파 98도 해볼 수 있었고, 지금도 좋아하는 데드 오어 얼라이브를 해볼 수 있었다. 최근에는 인큐가 나를 찾아가는 수업을 했을 때, 나에게 가장 큰 영감을 줬던 아나스라는 캐릭터도 만날 수 있었다.


소니와 모리타 아키오에 대한 기억이 있었던 나는, [크리에이터의 생각법]이란 책에서 그를 다시 만나서 반가웠다. 그가 워크맨을 만들었을 때, 브랜딩을 했을 때의 이야기를 보니, 내가 블로그 닉네임을 전환하고 업과 가장 밀접한 콘텐츠 제작을 위해 부담이 많이 들어가는 콘텐츠를 정리했던 경험도 떠올랐다.


나는 그래서 이번 북토리 때, 모리타 아키오라는 크리에이터를 선택했다. 나의 경험, 나의 재미, 나의 영감 등을 그 사람으로부터 얻었고, 내 인생에서 위인전을 통해 처음으로 만났던 사람이 모리타 아키오였기 때문에.




#3. 북토리를 통해 본 것: 위인전이 변화하기 시작했다.



내가 소개한 크리에이터 이야기는 이쯤 하고, 북토리 이야기를 적어볼까 한다. 이번 북토리는 나에게, 참가했던 사람들이 선정한 크리에이터와 위인들을 통해, "위인전이 변화하기 시작했다"를 알려줬다.






내가 어렸을 때의 위인전은 세종대왕과 이순신 장군 등, 역사적 인물들의 비중이 압도적이었다. 그리고 시대 분위기도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든 사람" 혹은 "어려운 역경을 이겨내고 민족과 역사를 구한 사람"을 위인으로 모시던 분위기가 강했다.


사극도 마찬가지였다. 허준이나 대장금, 불멸의 이순신과 대조영, 주몽이 유행했는데... 이들의 공통점은 "어려운 역경을 이겨내고 불멸의 이름을 역사에 남긴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지금의 위인전은 어떤 모습일까?







지금의 위인전은 내가 어렸을 때 읽었던 위인전과 많이 달라지고 있었다. 어린 아이들이 읽는 위인전은 손흥민과 김연아 등, 당대 최고의 커리어를 달린 스포츠 스타들 혹은 지금도 살아 있는 사람들이 주인공이 되었다. 나와 같은 동년배들이 읽는 위인전 주인공은 스티브 잡스, 세르게이 브린, 조너선 아이브 등 기업가와 크리에이터들이었다.


북토리 지정도서였던 [크리에이터의 생각법]도 위인전 주인공들이 교체되는 지금, 그 트렌드를 담고 있었다. 마리 퀴리, 북송 태조 조광윤, 스티브 잡스 등 죽은 위인들과 함께, 지금도 살아 있는 찰스 던스톤 경, 우디 앨런 감독 등을 담고 있었다.


지금 위인전은 왜, 살아 있는 사람들 혹은 혁신 기업을 만든 사람들이 주인공이 되고 있을까? 북토리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생각해봤다. 생각 끝에 내가 내린 결론은 "아무래도 현재 인물들이 더 와닿기 때문이 아닐까?"였다.


세종대왕과 이순신, 주몽 혹은 대조영 등이 위인임은 부정할 수 없다. 하지만 그들이 살았던 시대와 우리가 살았던 시대는 다르다. 지금 시대는 과거보다 더 예측하기 어려워졌다. 한 명의 고독한 영웅이 세상을 창조할 수 없는 시대다. 업의 변화 또한 빨라서, 우리가 직장인으로 고착화될 경우 앞날을 장담할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에겐, 지금 이 시대 혹은 우리와 비슷한 시대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노하우가 중요해졌다. 그들은 우리와 시간을 같이 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가 고민하고 있는 것들을 해결하는 데 도움을 줄 노하우들을 갖고 있지 않을까. 이런 것들이 우리로 하여금, 위인전을 재편하게 만드는 것이 아닐까?



#4. 앞으로 5년 뒤, 위인전의 주인공은 누가 될까?



북토리에서 크리에이터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가며, 위인전의 주인공이 변화하고 있음을 배울 수 있었다. 그 배움 덕분일까. 나는 앞으로 5년 뒤, 위인전 주인공이 누가 될까를 생각해봤다. 생각 끝에, 나는 크리에이터들이 위인전을 차지할 것이라고 결론을 지었다.


20년 전 위인전의 주인공은 역사 인물들이었다. 급변하는 이 시기, 위인전의 주인공은 스포츠스타와 기업인 등, 살아있는 사람들로 주인공이 바뀌기 시작했다. 햔후 5년 뒤는 어떻게 될 지 모른다. 앞으로는 평생직장이 사라진 것처럼, 평생직업이나 정해진 진로가 사라질 수 있다. 어쩌면 우리가 스스로 직업을 창조하고 회사를 만들어야 할 수도 있다.


이 시기, 우리에게 갈 길을 잘 보여주는 사람들은 어쩌면 크리에이터가 아닐까. 크리에이터들은 자기 콘텐츠를 만드는 과정에서 자기 직업군도 만들었다. 자기 철학도 만들고 새로운 비즈니스도 만들었다. 그런 점에서 볼 때, 향후 5년 뒤 위인전의 주인공은 대도서관, 윰댕, 박막례 할머니, 김태호, 나영석, 봉준호 등 크리에이터들이 되지 않을까? 그들이 갔던 길을 우리가 걸어가게 될 수도 있으니 말이다.




#. 북토리 엔딩: 관점의 전환!



북토리 마지막 시간은 서로 적은 구절 중, 나에게 영감을 줄 구절을 서로 나눠 가진다. 내가 받은 크리에이터는 호르헤 오돈이다. 이 사람은 관점을 비틀어서 난산을 겪는 산모와 아이를 구출하는 발명품을 만든 사람이다. 이 사람이 뽑혔을 때 "아, 이제 육아 블로거도 해야 하나? 키즈 사업 리뷰도 해볼까?"라고 생각했다.


근데 다시 생각해보니, 관점의 전환이 맞는 것 같다. 회사도 덕업일치의 끝판인 게임 관련 굿즈 제조사로 옮겼고, 블로그 또한 라이프스타일 블로그로 전환한 시점, 어쩌면 나는 과거에 나를 위한 글을 썼던 것에서 "재밌고 유익한 제품 정보를 독자에게 알려주는", 독자 지향적인 글을 써야 한다. 회사에서도 제품을 잘 모르는 사람들의 입장이 되어보아야 좋은 콘텐츠를 만들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호르헤 오돈이 나에게 온 것이 아닐까. 관점의 전환을 통해, 전보다 더 나은 나를 만들라고 말이다. 북토리를 통해서 또 뭔갈 배워간다. 그리고 내 취향을 알아간다. 골방에서 혼자 책을 읽고 내 생각이 옳음을 입증하는 게 아니라, 부담 없이 책을 읽으며 이야기를 나누고, 새로운 사람들과 재밌는 시간을 가지는 게 진짜 독서이자... 현재 내 취향이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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